[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제주옹기, 이대로 주저앉나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제주옹기, 이대로 주저앉나
  • 입력 : 2008. 09.02(화)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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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자 해제에 보조금 고발…허벅장 전승싸고 잇단 사건
옹기복원 노력 거품 안되길


2006년 12월의 일이다. 두툼한 옷을 껴입고 대정읍 영락리로 향했다. 제주민속문화의 해를 앞두고 기획물 '제주섬 문화유산 다시 읽기'를 준비하면서 맨 처음 찾은 곳이 제주도예촌이었다.

플라스틱이나 스테인레스 그릇에 밀려난 제주옹기를 다시 불러낸 것은 젊은 도공들이었다. 1999년, 도무지 사람이 살지 못할 것 같은 거친 땅에 터잡아 무거운 돌을 나르며 전통옹기를 되살리는 데 매달렸다. 어떤 이는 부모에게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다. 이듬해 그들은 제주도예촌에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돌가마를 지어놓고 전통옹기 제작 과정을 공개한다.

옹기 한 점을 구워내려면 혼자 힘으론 안된다. 당시 제주도예촌을 방문했을 때도 오래전 옹기 만드는 일을 경험했던 전통도공들이 모여있었다. 흙을 빚어 그릇을 만들고, 그것을 가마에 넣고, 불을 때는 도공이 모두 달랐다. 땔감을 구해오고 가마를 축조하는 도공도 저마다 있다. 철저한 분업이면서 협업이 이루어져야 옹기가 제대로 만들어진다.

맥이 끊겼던 전통옹기의 부활은 이른바 웰빙바람을 타고 순항하는 듯 했다. 제주 특유의 점토로 만든 옹기는 자연발색에다 숨쉬는 그릇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섬 안팎의 주목을 끌었기 때문이다. 제주도예촌의 몇몇은 전통옹기 제작과정을 잘 아는 이들이 고령이라 전승기반 닦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고 걱정했지만 그래도 열정적 젊은 도공들이 있어 저으기 안심했던 터였다.

지난달 제주도예촌 도예워크숍에서 만난 2009울산세계옹기문화엑스포 관계자는 돌가마를 포함해 제주전통옹기의 남다름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남다름'은 '경쟁력'의 다른 말일 것이다.

하지만 이즈막의 현실은 걱정스럽다. 도문화재위원회의 최근 조사에서는 허벅장으로 대표되는 제주옹기 전승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공동 전수교육 장소로 제주도 지원이 이루어졌던 제주도예촌은 개인사업장으로 변질되었다고 했다.

얼마전에는 전통옹기 제작과 관련해 제주도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허벅장 보유자가 일부 전승자 해제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졌다. 거기다 제주도 공무원이 수년전 허벅장 시연 행사비를 보조한 뒤 일부를 접대비 명목으로 되돌려받았다는 허벅장 전승자의 주장이 나왔다. 평소 전통도예 복원 과정에 타협은 없다고 했다던 전승자가 그런 주장을 내놓은 터라 주변에선 '믿을 수 없다'는 반응도 있다.

제주전통옹기를 아껴온 사람들의 마음은 한가지다. 태풍처럼 순식간에 불어닥친 것 같은 이번 일이 부디 '전화위복'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어느 한 사람의 땀방울로 제주옹기가 빛나는 이름을 얻은 게 아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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