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갤러리가 살아남는 법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갤러리가 살아남는 법
  • 입력 : 2008. 12.02(화)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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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곳 중에 개점휴업 여럿

벽걸이용 그림 전시 한계


색깔 찾기로 관객 유인을


연말이 되면 붐비는 곳 중 하나가 공연장이다. 문예회관만 하더라도 빈 날짜를 비집고 들어가 12월 공연 일정을 잡기가 어렵다. 한해를 갈무리하는 송년 무대가 이어지거나 작품을 매만지느라 연말까지 공연이 늦춰지는 탓이다.

전시장도 다르지 않다. 공공 전시실, 사설 공간 할 것 없이 이맘때면 행사가 밀려든다. 문예회관은 일찌감치 대관을 마무리지었고, 제주영상미디어센터 신산갤러리도 12월말까지 전시가 줄을 잇고 있다. 서귀포시 갤러리하루 역시 연말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이어지는 전시 소식을 알려왔다. 제주시 노형동의 현인갤러리, 얼마전 문을 연 연북로의 연갤러리도 연말까지 전시장 불을 밝힐 기획전을 마련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집계한 도내 갤러리는 11월 현재 34곳에 이른다. 지역 미술단체나 작가들에게 유일하다시피한 전시공간이었던 문예회관을 빌려쓰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던 시절을 생각해보면 참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갤러리가 늘어나는 만큼 지역 미술에 생기가 돌고 있느냐고 물으면 침울해진다. 한 해 미술대학에서 배출하는 작가들이 넘쳐나고 전시공간이 증가하고 있지만 적극적인 관람객수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어서다. 어떤 갤러리는 도심 번화가에 들어섰지만 하루에 관람객 10명을 넘기기 힘들다. 미술품 구매는 말할 것도 없다.

갤러리에서 만난 어느 작가는 지금은 문을 닫은 세종갤러리가 다양한 기획으로 지역 미술문화를 이끌었던 일을 꺼냈다. 벽에 그림만 걸어두는 갤러리 운영방식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나는 말이었다.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하는 갤러리에 많은 걸 요구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역에서 갤러리가 생겨날 때마다 적지 않은 운영자들은 친근한 전시공간으로 미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밝혀왔다.

미술시장을 거론하기 어려운 지역 미술계에서 갤러리에 벽걸이용 그림만 내놓는 것으론 한계가 있다. 개관전만 치르고 소식이 없는 몇몇 갤러리를 떠올려보자. 이는 거꾸로 '지역 갤러리가 살아남는 법'에 대한 답을 준다. 갤러리가 쉬이 피곤에 지치지 않으려면 색깔을 찾아가는 게 필요하다.

운영자의 기획에 달렸다. 아직도 갤러리 입구에서 서성대는 관람객들이 있다. 마음은 있어도 전시장 문턱을 밟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2년전, 제주예총이 도민 5백2명중 문화예술 행사를 관람한 적이 있는 4백55명에게 물었다. 1년에 얼마나 자주 전시장을 찾습니까? 조사 결과 연평균 0.5회에 그쳤다. 나머지 47명은 전시를 포함해 1년에 단 한번도 문화예술 행사를 경험하지 않았다는 사람들이다. 지금은 그보다 나아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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