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미디어센터 음식점
2백평 규모 활용 어떻게
영상시설 취지 되새겨야
그곳의 유리문은 열쇠로 친친 감겨있었다. 유리문 너머 토속음식점이란 간판 윤곽이 희미하게 눈에 들어왔다. 얼마전까지 '문예가든'으로 불렸던 곳이다.
제주영상미디어센터 별관에 있던 임대 음식점이 문을 닫았다. 임대 기간 만료 문제를 놓고 1년간 갈등이 이어져오다 얼마전 일단락됐다. 제주영상미디어센터 운영을 맡고 있는 제주영상위원회가 '문예가든'의 활용을 놓고 여러가지 방안을 셈하는 이유다.
제주도문예회관, 신산공원,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을 끼고 있는 제주영상미디어센터는 옛 민속관광타운을 리모델링해 조성된 공간이다. 문화관광부의 지역영상미디어센터 설립 지원 계획에 근거해 건립이 추진돼 2006년 7월 문을 열었다. 지하 1층 지상 2층에 방송스튜디오, 오디오녹음실, 상영관, 미디어편집실, 강의실, 갤러리 등을 갖췄다.
공공 문화시설인 제주영상미디어센터는 설립 취지에서 영상미디어 시대를 이끌 제주지역의 독특한 영상문화를 만들고 시민 영상물 제작 기회 확대, 독립영화 제작 활성화 등을 꾀하겠다고 했다. 토속음식점을 무엇으로 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제주영상미디어센터가 건립된 배경을 다시 들여다보는 데서 시작해야 할 듯 싶다.
기존 건물을 고쳐쓰고 다시쓰는 탓에 제주영상미디어센터의 일부 공간은 시설의 성격과 어긋나거나 방치되는 사례가 있다. 신산갤러리는 그런 공간중 하나다. 제주민속관광타운이 운영될 당시 미술 전시를 목적으로 지어진 갤러리는 제주영상미디어센터가 들어선 이후 공간을 빌려쓰는 단체나 개인이 없으면 문을 닫아건다. 제주영상위원회가 공을 들인 영상 관련 기획전은 찾아볼 수 없었다. 부침이 잦았던 토속음식점은 주방기구만 남긴 채 끝내 자리를 떴다. 제주영상미디어센터가 사용할 수 있는 634.51㎡(192평)크기의 공간이 새롭게 생겼다.
이 참에 토속음식점과 신산갤러리 등 제주영상미디어센터안에 있는 시설을 두루 살피고 처방을 내리는 게 필요해보인다. 상영관으로 예정했던 예술극장을 '난타'상설공연장으로 내주면서 제주영상미디어센터의 정체성을 놓고 논란이 일었던 만큼 앞으로 들어설 시설은 제주영상문화 발전을 위해 온전히 쓰여야 한다.
토속음식점은 제주지역 영상단체, 동호인들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있다. 소규모 상영관, 최신 영상 시스템을 볼 수 있는 3D 체험관 등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제주영상미디어센터에서 독립영화나 시민들이 제작한 영상물을 수시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야 관객층도 두터워진다.
제주도는 얼마전 2009년부터 5년간 수행할 제주영상산업 기본계획을 내놓았다. 영상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 현실에서 제주영상미디어센터에 맡겨진 짐이 무겁다. 영상문화 산업의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당초의 포부를 새긴다면 공간활용의 밑그림이 어렵지 않게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