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 기자의 문화 현장]제주대병원이 떠난 자리

[진선희 기자의 문화 현장]제주대병원이 떠난 자리
  • 입력 : 2009. 03.17(화)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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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동 이설후 활용방안
제주문학관 조성 어떨까
예술로 지역 변한 사례들


한결같이 '쓰다 버린 건물'을 '재활용'했다. 폐건물을 굴삭기로 부수고 그 자리에 층층이 새 건축물을 짓곤 하는 우리로선 낯선 일이다. 2년전, 그런 공간을 돌아본 일이 있었다.

영국 런던의 그 유명한 미술관 테이트모던은 화력발전소 자리에 들어섰다. 1947년 지어진 발전소는 1981년에 문을 닫는다. 모두들 흉물로 변한 발전소를 헐어내 신축하자고 할 때 리모델링안을 낸 건축가가 있었다. 공장은 20년쯤뒤 미술관으로 새로 태어났다.

인구 19만의 도시 게이츠헤드에 있는 발틱현대미술관. 밀가루를 만들던 제분소였다. 코앞의 세이지음악당과 더불어 도시를 재생시킨 문화공간으로 한해 100만여명의 관람객을 모은다.

독일 중소 도시 칼스루헤시에 있는 예술미디어센터(ZKM)는 2차 세계대전까지 탄약을 생산하다 그 뒤 제철소로 쓰였던 공장을 리모델링했다. 전쟁의 아픔이 밴 그곳엔 뉴미디어기술을 이용한 미디어아트가 펼쳐진다.

베를린에도 '아나바다' 공간이 한둘이 아니다. 타클레스는 방치된 백화점을 아트센터로 바꾼 곳이고, 복합문화공간 쿨투어브라우어라이는 맥주를 빚던 양조장이었다. 국제창작스튜디오 베타니엔은 병원 건물을 개조했다. 대저택이 사교댄스장으로, 다시 갤러리와 공연장을 갖춘 문화공간으로 거듭 변신한 발하우스도 찾았다.

멀리 가지 않더라도 부산에는 삭막한 공단 지대가 전시공간, 공방 등을 갖춘 '아트팩토리 인 다대포'(옛 아트팩토리 숨)로 바뀐 사례가 있다. 목욕탕은 대안공간 '반디'로 달라졌다.

제주시 아라동으로 옮기는 삼도2동 제주대학교병원의 활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5개동에 연면적 1만316㎡ 규모의 시설이다. 병원이 떠나면 도심 공동화가 진행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주대는 물론이고 주변 상가, 지자체가 한데 나서 해결 방안을 궁리하고 있다.

병원 이설이 예정되었던 만큼 진작에 후속 대책이 나와야 했겠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 그동안 제주대 단과대 이전 등 여러 방안이 오르내렸는데, 사람과 문화를 중심에 둔 지역 개발을 제안하고 싶다.

그중 하나가 제주문학관 조성이다. '문화예술의 도시'를 그리면서도 제주엔 문학관 하나 없다. 제주도가 문학관 건립을 위한 기초 비용을 올해 예산에 반영했지만 구체적 추진 계획이 나와있지 않다.

마침, 최근에 발표된 제주향토문화예술진흥 중장기계획 보완 용역은 제주문학관 건립을 핵심과제로 뒀다. 제주유배문학관, 4·3문학관, 제주해양문학관 등을 포함한 제주문학관을 제시하고 있어 앞으로 문학관의 성격을 모으는 과제가 놓여있긴 하지만 도심의 문학관은 열린 문화공간으로 이용자들의 접근권을 높일 수 있다. 제주목관아·관덕정 같은 역사문화 공간이 인근에 있어 연계 프로그램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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