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 박물관 순례Ⅱ](9)돌하르방공원

[제주섬 박물관 순례Ⅱ](9)돌하르방공원
숲 향기 취한 석물로 마음까지 치유
  • 입력 : 2009. 04.30(목)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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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읍 북촌리에 들어선 돌하르방 공원은 천연림과 돌하르방이 한데 어울린 공간으로 자연과 예술이 만남을 통해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곳이다. 사진은 공원 입구에 놓인 제주도문화재 재현 돌하르방의 모습이다. /사진=김명선기자 mskim@hallailbo.co.kr

젊은 예술가들이 직접 깎아 도문화재 돌하르방 재현

"자연속 문화센터 운영 지역주민 갈증 풀어주고 싶어"

이번에도 달라져있었다. 철, 구리, 나무, 돌이 어우러진 2층짜리 건물이 생겨났다. 한눈에 봐도 개성적인 건축물이었다. 지난해 11월 공사를 마친 갤러리라고 했다. 김남흥 대표는 이날도 작업복 차림이었다. 공간안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공사가 그를 비롯한 직원들의 손으로 이루어진다.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에 있는 돌하르방공원. 지금은 직원이 일부 바뀌긴 했지만 이곳은 그림이나 디자인을 공부한 젊은 예술가 5명의 힘으로 탄생했다. 이들은 돌가루와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제주섬 안팎에 세워져있는 제주도민속자료 지정 돌하르방 48기를 재현해놓았다. 돌하르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평화의 돌하르방' 연작도 만들었다.

제주사람들은 돌하르방이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돌하르방공원 조성에 뛰어든 젊은 작가들은 달랐다. 제주도문화재로 지정된 돌하르방을 실측하고 자료를 조사하면서 미처 들여다보지 못한 구석이 있다고 여겼다.

운반이나 제작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 돌하르방 하나를 깎는 일은 대규모 사업이었을 것이다. 언제, 어떤 이유로 돌하르방이 세워졌는지 확실치 않지만 순전히 제주 백성들의 힘으로 돌을 나르고 오랜 시간에 걸쳐 형상을 빚어내야 했다. 거기에 얼마만한 수고로움을 들였는지 짐작이 간다. 그러면 값싼 기념품이 되어버린 돌하르방이 달리 보인다.

돌하르방에 그새 세월의 켜가 쌓였다. 곶자왈 같은 천연 잡목림에서 불어대는 바람과 구름의 향기가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제주의 대표적 상징물인 돌하르방이 천연림과 어울려 있는 것은 이 공간의 성격을 말해준다. 자연과 예술의 만남이다.

돌조각품을 둘러보며 숲속 산책로를 걷다보면 문득 산중에 들었다는 느낌이 든다. 해안에서 1㎞ 남짓한 곳인데도 세속의 소리는 이곳에서 멈춘다. 휘황하게 꾸민 박물관이 아니라 제주적인 것을 조용히 꺼내주고 싶다는 돌하르방공원 사람들의 마음이 전해진다.

돌하르방공원은 2005년에 문을 열었지만 미완성의 공간이다. 김 대표의 말로는 공정이 이제야 65%쯤 된다. 그는 "마치 화가가 덜 그려진 그림을 전시장에 내거는 일 같아 부끄럽다"고 했지만 이는 한편으로 보여줄 것이 그만큼 많이 남아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3~4개월마다 달라지는 공원의 '표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공원의 궁극적인 목표는 문화센터를 두는 일이다. 얼마전 지은 갤러리도 문화센터를 운영하는 꿈과 무관하지 않다. 공원을 매개로 자연안에서 지역 주민들의 문화적 갈증을 풀어주고 싶은 것이다. 얼마전부터 자연해설사를 대상으로 미술강좌를 시범운영하고 있는데 5월부터는 어린이 미술교실을 개설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남흥 대표는 "자연과 하나되는 속에서 제주다운 것이 무엇인지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면서 "앞으로 문화센터가 가동되면 일상을 벗어난 곳에서 문화예술을 통해 마음의 치유를 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www.dolharbangpark.com. 782-0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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