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공연단체 육성 불안한 출발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공연단체 육성 불안한 출발
  • 입력 : 2009. 10.27(화)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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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장기지원 파격조건
일부 사업 내용 실망안겨
"준비가 안된 집중과 선택"


"요절복통이 아니라 헛웃음만 나오네요." 지난 23일 저녁 한라아트홀 대극장. 극단 가람이 공연예술단체 집중육성사업으로 무대에 올린 '요절복통 탐라촐람생이전'을 지켜본 어느 관객은 그렇게 말했다.

극단측은 이 작품을 창작극으로 홍보했지만 일각에선 고개를 가로저었다. 가람이 장기공연해온 '뺑파전'과 상당히 유사하기 때문이다. 극의 완성도를 놓고도 말이 나왔다. 앞못보는 숫붕이하르방의 버릇을 고치겠다며 촐람생이가 훔친 돈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결말은 뜬금 없었다. 더러 맥락없이 등장하는 춤과 노래는 상연 시간만 늘려 지루함을 안겼다.

제주지역 공연예술단체 집중 육성사업이 논란을 빚고 있다. 기대속에 출발했음에도 준비 부족을 드러내며 '구색 맞추기'로 흐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공연예술단체 집중육성 사업은 제주문화예술재단 주관으로 올해 처음 시행되고 있다. 창작능력, 인적구성, 운영시스템의 전문성 등 여러 측면에서 성장가능성이 높은 공연예술단체를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다년간 지원해 단체의 예술창작 역량과 국제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고 안정적 창작기반활동을 제공하는 데 목적을 뒀다.

사업 수행 결과에 따라 지속지원 여부를 판단한다는 단서조항이 붙었지만 최장 3년간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은 '파격 조건'이었다. 사업 공모에는 모두 12건이 접수됐다. 지난 6월말 심사 결과 가람의 민속뮤지컬 '들꽃 여인 의녀 김만덕'외(5000만원), 한라챔버오케스트라의 '영주10경 음악회'(4500만원) 등 2건이 2009년 지원 대상으로 뽑혔다.

이들에게 주어진 지원조건을 보면, 음악분야 전문 단체는 매년 창작 초연 2개 작품 이상을 포함해 연간 독립적인 연주회를 3회 이상 열도록 되어있다. 연극은 연극분야 전문 극단으로 연간 2편 이상을 공연하되 3년간 창작초연 2개 작품 이상 포함하도록 명시됐다. 이중 창작작품은 제주의 신화, 민요, 환경, 자연 등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

가람과 한라챔버오케스트라의 공연이 이같은 조건을 얼마나 지키고 있을까. 한라챔버오케스트라의 '영주10경 음악회'는 사봉낙조, 한라산 비경, 고수목마로 이어졌다. 현재까지 시행된 사업을 놓고 그간 여러 단체가 벌여온 '찾아가는 음악활동'과 다를 게 없다는 게 관람평이 나왔다. 정작 연주곡에는 영주10경을 녹여내지 못한 채 장소에만 집중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라챔버오케스트라는 다음달 창작가곡을 발표하는 실내 연주회를 남겨두고 있다.

도내 공연계에서 공연예술단체 집중육성사업의 긍정적 역할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집중과 선택'은 문화계가 기회있을 때마다 주장해온 기금 지원 방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부 사업의 부실함 때문에 그 취지가 퇴색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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