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100년 위기를 기회로](4)해외수출 활로 찾나

[감귤100년 위기를 기회로](4)해외수출 활로 찾나
유럽권 영국 첫 수출… 미국시장도 올해부터 재개
  • 입력 : 2010. 03.24(수)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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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산 제주감귤이 사상 처음으로 유럽시장 진출에 물꼬를 튼데 이어 그동안 중단됐던 대미 수출도 올해부터 재개될 조짐을 보이면서 제주산 감귤의 해외수출이 다시 활로를 찾을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한라일보 DB

영국 - 걸음마 단계 국제규격·운송기간 단축 등 과제 산적
미국 - 2002년 이후 궤양병문제로 중단… 낙관은 시기상조

감귤값이 폭락했던 2002년 9454톤을 정점으로 매년 곤두박질치던 제주산 감귤의 해외 수출이 다시 활로를 찾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2009년산 제주감귤이 사상 처음으로 유럽시장 진출에 물꼬를 튼데 이어 그동안 중단됐던 대미 수출도 올해부터 재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FTA(자유무역협정) 등 개방압력과 내년 제주감귤산업 100주년을 앞둬 '국민과일' 제주감귤을 세계의 과일로 육성하려는 전환기를 맞아 제주감귤산업 발전에도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개방압력으로 위기에 처한 제주감귤이 수출로 반전의 기회를 마련할수 있을지 관심이다. 감귤 수출은 궁극적으로 새로운 수요창출을 통해 수급조절과 가격안정을 위한 것이다.

▶유럽수출=제주자치도의 지원을 받고 있는 제주대학교 감귤수출연구사업단(단장 현해남)은 올해 1월 2009년산 감귤 40톤을 영국에 시험 수출했다. 제주감귤이 유럽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은 연간 감귤류 수입물량이 53만여톤에 이를 정도로 EU(유럽연합)에서 감귤류 최대 수입국으로 알려져 있다. EU지역 만다린류 소진시기인 1~3월 영국의 틈새시장을 겨냥할 경우 제주산 감귤의 유럽시장 개척에 유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제주산 감귤은 영국 런던 인근에 있는 레딩시 수퍼체인에서 판매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입업체인 FESA는 영국의 4대 과일 전문 수입업체 중 하나로 영국의 메이저 체인망에 수입과일을 공급하는 유통회사다. 감귤수출사업단은 시범수출 성과에 힘입어 FESA측과 2010년산 감귤 500톤을 수출키로 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2차년도 5000톤, 3차년도 1만톤, 4차년도 2만톤으로 수출물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영국수출 과제=제주감귤의 영국수출은 아직 걸음마에 불과하면 개선해야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우선적으로 드러난 과제가 국제규격의 수출조건과 해상수송에 따른 운송기간을 단축하는 문제가 불거져 있다. 수입업체측은 GAP(농산물 우수관리제도) 인증 선과장과 오픈(OPEN)상자 포장 등 국제규격을 충족시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수출전용 선과장 시설도 시급한 실정이다. 현재 도내 감귤선과장은 국내시장 출하 시스템으로 시설돼 있어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산지유통시설의 혁신이 시급한 상황이다. 수입업체측은 이런 문제가 우선 해결되지 않고서는 수입이 어렵다는 입장을 우리측에 제기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해상수송 기간이 40일이나 걸려 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한 해상수송 루트 개발도 과제로 대두돼 있다.

제주자치도는 수입업체측에서 제기한 해상수송기관과 국제규격 등에 대해 영국시장 현지 확인 후 이에따른 후속대책을 마련, 수출 확대에 총력을 다해나갈 방침이다.

▶대미수출=빠르면 올해부터 제주산 감귤의 미국 전 지역 수출길이 열린다. 국립식물검역원은 최근 미국 오레곤주에서 개최된 한·미 식물검역회의 결과 올해산부터 국산 감귤 및 사과가 LA를 포함한 미국 전 지역에 수출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감귤의 대미 수출은 지난 199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을 제외한 45개 주에 한해 허용됐으나 2002년 감귤 궤양병 검출로 전면 금지됐다. 감귤 수출이 중단된 지난 2002년에는 캘리포니아 등 5개 주를 제외한 45개 주에 1600톤의 제주감귤이 수출된 바 있다.

한국은 이번 회의를 통해 감귤 궤양병이 과실을 통해서는 전파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들어 조속한 수출 허용을 요구했으며 미국이 이를 수용하면서 협상이 타결돼 처음으로 전 지역 수출길이 열리게 됐다. 양국은 앞으로 종전과 같은 까다로운 검역조건 없이 '소독 및 수출검사'만으로 LA를 포함한 미국 전 지역에 대한 감귤 수출을 허용키로 하고 미국내 입법 절차를 연내 신속히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

▶대미수출 낙관 아직 이르다=제주감귤당국은 이번 한·미 식물검역회의에서 궤양병 문제가 해소되긴 했지만 미국 현지 통관과정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낙관은 이르다는 조심스런 반응이다. 감귤 궤양병이 과실을 통해 전파될 가능성이 없다는 우리측의 주장을 미국측이 수용한 것은 진일보한 것이지만 현지 통관과정이 여전히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출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나가기 위한 후속대책도 과제다. 철저한 품질관리로 시장의 신뢰를 쌓고 국내 가격과 상관없이 안정적인 수출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체계적인 수출지원시스템이 요구된다.

제주자치도는 이번 영국 현지 조사이후 전문가와 생산자, 관련단체 등이 참석한 가운데 워크숍을 열어 제주감귤의 해외수출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 제주감귤의 해외수출 역사 ] 장밋빛 청사진 수차례 반복

1983년 캐나다에 처음 수출…2002년 정점 이후 곤두박질
2008년산 1370톤으로 바닥…道, 한때 5만톤 수출 계획도


제주산 감귤이 처음으로 수출된 것은 1983년 12월 서귀포시 소재 한국지도자육성장학재단이 생산한 감귤 15톤을 캐나다에 시범적으로 보낸 게 처음이다. 그 이후 감귤수출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한 것은 1990년산부터이다. 1996년산부터는 하우스감귤과 금감 등 고가의 감귤이 일본에 처음으로 수출되기도 했다.

제주도는 그동안 여러차례 감귤수출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해 왔다. '1991~2000 감귤진흥장기발전계획'에는 2000년까지 1만톤의 수출을, 1994년 2월에 수립한 '감귤 경쟁력강화대책'에서는 2001년까지 2만톤 수출을 목표로 제시했었다. 2000년 11월의 '제주도 감귤산업발전계획'에는 2005년까지 2만톤, 2010년까지는 5만톤의 수출을 계획했었다.

제주도가 이처럼 감귤수출에 적극 나섰던 것은 안정적인 소비처 확보를 위해서였다. 수출은 군납과 함께 풍작 때마다 처리난을 겪던 제주감귤의 탈출구로 작용해왔다.

하지만 감귤수출은 2002년 10여개국, 9454톤을 정점으로 2008년산은 1371톤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동안 주요 수출지였던 캐나다와 미국, 대만과 싱가포르 등은 물량이 극히 미미해 시장으로서의 가치를 거의 잃었다.

실제 2008년산의 경우 국별 수출물량으로 보면 일본, 대만, 말레이시아 등은 수출량이 10톤에도 미치지 못했다. 수출 대상국도 큰 변화를 보였다. 대미수출은 궤양병 검역으로 2002년부터 수출이 금지됐다. 그 대신 극동 러시아만이 근근이 명맥을 유지해 왔다.

제주감귤클러스터혁신위원회는 보고서 '감귤산업발전사'(2008)에서 "제주도와 농가, 관련단체는 이처럼 감귤 수출분야에 관한한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너무 크다는 것을 경험해 왔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이유가 불거졌다. 가장 큰 이유는 수출을 하려고 해도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감귤값이 호조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농가들이 수출을 꺼렸기 때문이다. 농정당국도 장기적 차원보다 현실에 안주하는 등 임시방편으로 대응했다.

이 외에도 바이어 난립에 따른 가격덤핑, 값싸고 당도 높은 중국산의 시장 교란도 새로운 시장개척을 어렵게 한 원인이 됐다.

내리막길을 걸어오던 제주감귤의 해외수출은 2008년산 1371톤으로 거의 바닥을 친 이후 2009년산 2700톤으로 다시 반전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영국과 대미수출에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제주도는 한·미, 한·EU FTA 대책으로 공격적인 감귤수출 전략을 제시했다. 그 전략을 보면 2012년 1만톤, 2017년에는 2만톤으로 늘려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경쟁력 있는 고품질 감귤 생산기반을 확충하고 수출선의 다변화, 해외 주재 영사관 및 현지교민 통산 교섭관 제도를 활용해 나갈 계획이다. 제주감귤이 해외수출이 과거처럼 장밋빛 청사진으로 그칠지, 아니면 감귤산업발전 100주년을 맞아 '세계의 과일'로 발돋움 해 나갈지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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