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외면받는 서귀포 직영관광지

[현장속으로]외면받는 서귀포 직영관광지
수백억 투자 불구 적자 '눈덩이'
  • 입력 : 2010. 08.23(월) 00:00
  • 백금탁 기자 gtbaik@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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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째 손실만 가중… 市재정 압박
볼거리 없고 체험 프로그램도 빈약

"이름난 관광지는 많은데 관람하고 나오면 인상 깊게 남는 곳은 별로 없다. 체험이나 관광지를 대표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관광상품도 찾아 볼 수 없다. 사람들한테 소개하거나 두번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여름 휴가철을 이용해 서귀포시를 찾은 관광객 A가 말하는 관람평이다.

직영관광지가 매년 수억원의 적자행진을 기록하면서 악화된 재정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지난 7월 취임한 고창후 시장은 관광객 유치 난제를 4대 위기 가운데 경제·재정 위기로 간주하고 있다.

▶적자·야간 관광지의 현주소=수십~수백억원을 들여 조성한 직영관광지의 경영 손실은 서귀포시의 재정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감귤박물관을 비롯한 서복전시관·서귀포천문과학문화관이 수년째 적자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2005년 217억원을 투입한 감귤박물관의 적자폭은 최근 5년간 36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이 기간 3억원의 수익을 올린 반면 인건비와 운영비는 40억원이 빠져나갔다. 관람객들은 "테마가 적고 메리트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2003년 100억원을 들여 조성한 서복전시관도 볼거리가 빈약해 관람객들이 평균 15분만에 빠져나면서 체면을 구기고 있다. 연간 1억2000만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

20억원이 소요된 천문과학문화관의 연평균 관람객은 1만7000명 수준이다. 대부분 축제나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천문학 교실 운영에 따른 수익은 실상 경영에 보탬이 되지 않고 있다. 대중교통 수단이 절대적으로 빈약하고 프로그램도 한계성을 드러내고 있다.

6개의 직영관광지인 천지연·천제연·정방폭포를 비롯한 주상절리대·산방산·서복전시관 등의 야간관광 활성도 제자리 걸음이다. 천지연을 제외한 나머지 5개소는 야간관광지로 간주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문화재청의 현상변경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도 '넘어야 할 산'이다.

▶운영 활성화 통한 재정위기 극복=고 시장은 최근 우근민 지사의 초도방문 자리에서 "적자관광지에 대한 전반적인 운영실태 조사를 벌인 후 시민토론회를 거쳐 개선방안을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폐지는 물론 민간위탁·요금 현실화 등 수익창출 방안을 마련하고 체험시설과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및 개선 등 방문객 유도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이처럼 취임 50여일을 맞는 고 시장의 관광 활성화에 대한 의지는 크다. 유명 사설 관광지를 찾아 차별성 있는 전략을 벤치마킹하는 모습도 손수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해당 관광지 직원들의 태도 변화다. 봉착한 경영난 해소를 위해서는 재원 확충이 필요하다는 주장만 내세울 뿐이다.

재정 악화 속에서 적자 관광지에 지원한다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다. 폐지와 민간위탁도 국비지원이나 민간 토지주와 얽히면서 현실성이 없는 상황이다.

제주관광의 고질적 문제점인 체험 프로그램의 부족과 스토리텔링이 없는 무미건조한 관광의 현주소를 직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관광지의 차별성이 요구되는 것으로 현재의 자원 활용을 극대화 해야 한다는 의미다. 감귤박물관의 경우 수익성 창출을 위해 주변 농가와 연계, '감귤나무 지주제 도입'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풍부한 관광 기반시설은 4대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돌파구다. 수익개선을 통해 재정을 확충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인구 증가와 함께 자연스럽게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다. 여기에 문화시설과 스포츠산업·회의산업 등을 접목한다면 관광산업의 회생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관광성수기가 끝나는 시점인데도 현재까지 이렇다할 관광 활성화를 위한 주민토론회는 없어 시의 추진 의지가 의문으로 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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