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마을 명소]도순동 / 무오법정사

[우리마을 명소]도순동 / 무오법정사
가을이 지는 길목에서 만나는 항일의 역사
  • 입력 : 2010. 10.23(토) 00:00
  • 백금탁 기자 gtbaik@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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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 다가선 가을이 단풍잎 끝에 빨갛게 매달렸다. 사진은 항일운동발상지인 무오법정사를 잇는 길. /사진=백금탁기자 gtbaik@hallailbo.co.kr

제주도내 최초이자 최대의 항일운동 발상지
선인들 한라산신제 가던중 머물던 중간지점
11월 도순천 단풍도 빼어놓을 수 없는 묘미

가을이다. 성큼 다가선 가을이 단풍잎 끝에 발갛게 달렸다. 아직 남은 초록의 꿈은 여름날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항일운동발상지인 서귀포시 도순동 무오 법정사(戊午 法井寺). 법정사 옛터로 향한 길섶에는 밤나무 뒤로 해송이 숨바꼭질한다. 잘 여문 밤송이들이 아름아름 떨어져 있고 나무는 겨울나기를 위해 제발에 낙엽을 덮는다. 순간, 객의 낙엽을 밟는 소리가 산사의 고요함을 깨운다.

법정사로 잇는 길은 그리 길지 않다. 짧지만 인적이 드물어 사색하기에는 그만이다. 무엇보다 도내 최초이자 최대의 항일운동 발상지인 법정사를 찾는 길이라는 역사적 의미에다 자연이 주는 풍요까지 더해지며 여행은 더욱 충만하다.

▲계곡에 있는 바위가 큰 그늘을 드리운다. 바위그늘집자리는 아니지만 주변엔 바위에 허리를 세운 상수리나무와 단풍나무가 지천이다.

법정사 옛터에 앞서 절집을 만날 수 있다. 따사로운 가을볕으로 나선 91세의 고미만화 주지스님이 반갑게 객을 맞는다.

스님은 "12살부터 이 곳에서 지내고 있다"며 "조용한 마음으로 정성을 드리기 위해 신도들이 찾는다"고 했다. "요즘 들어 대입수능 시험을 잘 볼 수 있도록 정성을 드리러 오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48년전 절집을 새롭게 지어 줄 곧 이 곳에서 생활하고 있단다.

절집을 지나 도순천을 건너면 법정사 옛터가 객을 반긴다. 하천을 건너다보면 고요한 수면에 비친 단풍으며 하늘을 만날 수 있다. 도순천의 단풍은 늦다. 한라산 정상엔 붉은 단풍이 물들고 있는데 이 곳은 아직이다. 그래서 아쉽다. 하지만 이 곳을 아는 사람들은 기다림이 긴 만큼 단풍은 일품이란다. 하천 바위에 뿌리를 내린 수백그루의 단풍나무가 그리는 가을풍경은 그야말로 내장산의 단풍을 넘는 절경이란다. 11월이 되어서야 진풍경을 볼 수 있다.

▲법정사 옛터 인근에 있는 산신제단. 선인들은 이 산길을 걸어 한라산에 올라 제를 지냈다.

그림3중앙##법정사 옛터는 현재 복원사업을 추진중이다. 서귀포시가 내년이면 이 곳을 중심으로 2km 구간의 탐방로를 조성한다.

법정사의 '정'자는 우물을 뜻한다. 옛터 지척에 우물자리가 있다. 또 산신제단이며 주변에 당시의 역사물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선인들은 법정사를 거쳐 영실로 한라산을 찾았다. 당시 산신제를 지내기 위해 법정사에 머물렀다. 고사리와 나무를 하던 우리네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다. 이 곳을 '법쟁이'라고 불렀다. 예전 도순목장과 하원목장을 통해 법쟁이를 찾았다고 한다.

도량이 좋아 주변에 무속인들도 많다. 현재 무당 8명 등 무속인 30여명 가량이 법정악에서 활동하고 있다. 산길을 걷다보면 당이며 기도터를 찾을 수 있다. 굽이진 하천도 신비롭다.

법정사 돌아 나오는 길은 억새의 물결, 그 자체다. 1100도로에서 굽이친 1.6km의 길가에선 바람따라 억새들이 가벼운 인사를 한다. 나를 버리고, 욕심을 버리고 돌아오는 길 위에서 잠시 눈을 감는다. 산사를 휘감고 도는 시원한 가을바람이 가슴속 깊은 곳에 남는다. 가을여행은 여운이다.

▲항일운동 진원지인 법정사의 옛터. 주변에는 당시 식수로 사용했던 샘물터가 남아 있다. 2011년 이 곳을 중심으로 2km 구간의 탐방로가 조성된다.



▷찾아가는 길

법정사 진입로는 1100도로변 서귀포시자연휴양림과 탐라대학교 사이에 있다. 이 길을 따라 1.6km를 가면 법정사 입구에 닿을 수 있다.

무오법정사항일운동발상지는 서귀포시 도순동 산 1번지, 하원동 산1-1번지에 있는 유적지다. 법정사는 유적지 입구 이전 100m지점에 있다. 이정표를 따라 절집을 지나 도순천을 건너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법정사는 87.3㎡ 면적의 작은 절로 '법정악' 능선 해발 680m 지점이다. 법당은 우진각 지붕으로 된 초당이었지만 당시 일본순사들이 항일지사들을 체포하면서 불태웠고 지금은 축대 등의 흔적만 남아 있다. 주변에는 산신제단과 우물터 등이 있다.1996년 무오법정사항일항쟁 성역화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2004년 합동신위 400명과 영정 66명을 모신 의열사 등을 준공했다. 서귀포시가 관리하고 있고 내년 2km의 탐방로가 조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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