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몽시대 유적의 보고로 널리 알려진 일본 아오모리현 하치노헤시의 죠몽학습관. 고대 한반도와의 교류 흔적을 살필 수 있는 곳이다.
고레카와유적 출토유물 중 국가 중요문화재만 634점완형 토기는 수천점… 제주 고고학 환경에선 부러움
아오모리현 하치노헤 지방은 죠몽(繩文)시대 유적의 보고로 널리 알려졌다. 죠몽시대 문화를 한자리서 엿볼 수 있는 곳이 바로 하치노헤시(八戶市) 죠몽학습관과 하치노헤시립박물관 등이다. 고대 한반도와의 교류흔적도 살펴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죠몽학습관에는 하치노헤시 고레카와 유적과 카자와리(風張) 유적 출토품 등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학습관이 들어선 자리가 바로 고레카와 유적지다. 건물 바닥에서 나온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죠몽학습관은 풍부한 콘텐츠를 갖추고 관광객과 만나고 있다. 고레카와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들.
고레카와(是川) 유적은 죠몽시대 만기(약 3000년 전) 일본의 대표적 유적의 하나로 유명한 곳이다. 면적은 34ha에 이른다. 이 유적은 1920년대부터 발굴하기 시작, 1957년에는 국가사적으로 지정됐다. 하치노헤시는 고레카와유적을 '시민공유의 문화유산', '세계로 자랑하는 문화유산'으로 정비해 나가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죠몽학습관에는 고레카와 유적에서 나온 출토품 5000여 점이 수장 전시되고 있다. 출토유물들은 파편 형태가 아니라 대부분 토기 완제품 형태로 발굴돼 죠몽시대의 문화상을 규명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한반도와의 활발한 교류를 상징하는 유물인 환두대도.
고바야시 카즈히코(小林和彦) 하치노헤시 죠몽학습관 관장은 "유적의 남쪽 저지대에 이탄층이 형성돼 있어서 완형의 토기와 함께 복잡한 옻공예의 기술을 보여주는 옻칠을 한 다양한 유물들이 잘 남아있을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곳 출토품 가운데 무려 633점이 1962년에 이미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됐다. 그만큼 고레카와 유적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다. 죠몽학습관에 전시되고 있는 '합장하는 토우' 여인상은 지난해 국보로 지정됐다.
죠몽학습관은 국가 중요문화재만 600여점이 넘을 정도로 중요유물이 많은 것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한 곳에서 발굴된 완형 토기들만 수 천 점에 이를 정도여서 부럽기까지 하다. 암반과 화산회토로 이뤄진 제주도의 고고학적 환경의 경우에서는 이처럼 풍부한 완형 토기가 발굴되는 예가 드물다. 이 점은 제주고고학 연구자들이 특히 아쉬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죠몽학습관은 풍부한 콘텐츠들을 제대로 활용할 여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문제점도 드러난다. 중요유물 등을 보관해놓은 수장고는 유물의 중요성이 무색하리만치 비좁은 공간에 빽빽하게 전시해놓고 있는 상태다. 다양한 출토유물들이 있음에도 학습관 시설 등 하드웨어 측면이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하치노헤시는 코레카와 유적의 복원 정비와 보존활용을 위한 '고레카와 죠몽의 마을 정비사업'에 착수했다. 올해 개관 예정으로 고레카와 죠몽관(하치노헤시 매장문화재센터)의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그 중의 하나다.
죠몽학습관 내부에 복원된 죠몽시대 거주지.
고바야시 관장은 "고레카와죠몽박물관을 짓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며 "매장문화재센터가 유물 발굴에서 전시 활용까지 중심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건물을 건축하고 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건물신축에 따른 예산이 240억 원 정도 소요되는데 대부분 하치노헤시 재정으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고민이 크다. 그래서 정비 사업 추진을 위해 하치노헤시는 '고레카와 죠몽의 마을 정비기금'을 개설하여 기업이나 시민들로부터 기금을 받는 등 협조를 이끌어내고 있다.
그런데 이곳 하치노헤시박물관에는 삼국시대와 관련된 유물이 전시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한반도와의 활발한 교류를 상징하는 유물로 환두대도(環頭大刀) 유물이 전시되고 있는 것. 환두대도란 삼국시대 무덤에서 주로 출토되는데 칼의 손잡이 끝부분에 둥근 고리가 있는 고리자루칼을 말한다. 고리에는 여러 장식이 새겨져 있는데, 이것은 칼의 주인공의 신분을 나타낸다. 환두대도는 일본에까지 전해져 크게 유행하였으며, 일본 대도(大刀)의 기원이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곳에 전시되고 있는 유물은 인근의 고분군에서 출토된 것으로 삼국시대에 이곳과 교류가 있었음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고바야시 관장은 "인근의 고분군에서 환두대도 끝부분이 출토돼 박물관에 전시하고 있다"며 "신라의 영향을 받은 한반도제 유물로 일본학자들도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윤형기자
발굴에서 보존까지…
1920년부터 발굴...단계적 시설 확충
하치노헤시 죠몽학습관은 크게 전시실과 영상전시실, 정보자료실, 체험학습실 등으로 꾸며졌다. 고대 마을을 복원해놓고 죠몽인의 생활을 디오라마로 보여주는가 하면 고레카와 유적의 초창기 발굴에서부터 정비, 복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하나하나 기록 사진으로 전시 교육적 활용에 이용하고 있다. 또한 죠몽학습관과 나란히 고레카와고고관ㆍ역사민속자료관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이곳에 전시되고 있는 유물들은 고레카와 유적을 1920년부터 처음 발굴하기 시작한 이즈미야마이와지로(泉山岩次郞) 형제가 1961년 일괄적으로 기증한 것이다. 그후에야 유물을 관람할 수 있는 체험장이 처음 생겼고 차츰 시설 기능이 추가되면서 지금과 같은 박물관 시설에까지 이르게 됐다. 한꺼번에 대규모 건물을 신축하기보다는 단계적으로 전시시설을 확충해 간 것이다.
이곳은 발굴 유물이 풍부하다 보니 체험학습실에서는 실제 출토유물들을 보고 만져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죠몽토기를 제작하거나 직물도 짤 수 있도록 했다.
고바야시 관장은 "박물관 목적은 첫째가 조사연구이고, 둘째가 교육 보급활동"이라며 이를 위해 고고학 교실이나 체험학습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