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맛집을 찾아서](11)제주시 내도동 '내도바당'

[당찬 맛집을 찾아서](11)제주시 내도동 '내도바당'
한치와 함께 푸른 제주바다가 입안으로 쏙~
  • 입력 : 2011. 07.09(토)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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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도바당의 대표메뉴인 한치물회. 냉동이 아닌 생물 한치로 만들어 제주 바다의 맛이 살아있다 /사진=이승철기자

싱싱한 한치에 갖은 야채, 된장 풀어 환상궁합
통째로 쪄낸 먹통한치에 소주 한잔 생각 절로

제주시 내도동 알작지 해안. 도내 유일의 조약돌 해안으로 바닷물이 한바탕 밀려왔다 나갈 때면 돌구르는 소리가 오케스트라 연주를 연상시킨다.

그 알작지 해안에 위치한 횟집 '내도바당'을 찾은 건 여름이 제철인 한치를 만나기 위해서다.

쫄깃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인 한치는 아직 철이 좀 이르다. 하지만 서둘러 한치물회가 맛있는 집을 수소문하던 차에 마침 주인장 김정수(50)·강미애(47)씨 부부로부터 한치가 들어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10년 전부터 부부가 꾸려온 식당은 바다가 마당처럼 펼쳐진 곳에 자리잡아 음식보다 바다내음이 먼저 손님을 맞는다.

김정수씨가 수족관에서 갓 잡아올린 한치를 얇게 써는동안 부인 강미애씨는 채소를 준비한다. 미나리와 오이, 부추, 당근, 양파, 풋고추를 채썬다. 준비한 재료를 커다란 양푼에 담은 후 설탕, 고춧가루, 깻가루, 고추장, 참기름과 된장을 풀어 버무린다. 그리고 얼음물을 부어 빙초산으로 마무리하고 큰 대접에 넉넉히 담은 후 한치를 맨 위에 얹어내면 시원한 한치물회가 완성된다. 만드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간단하다. 10년 경력의 강씨는 양념도 눈대중으로 떠넣는다.

▲물회 재료인 한치가 수족관에 들어찼다(사진 위). 한치를 통째로 삶아낸 먹통한치(가운데)

이제는 한치물회를 맛볼 차례다. 2층에 자리한 식당은 여름철 손님맞이를 위해 야외 식탁으로 꾸며져 바로 발 밑으로 끝없는 바다가 펼쳐진다. 한치와 야채, 국물을 한 수저 가득 떠 입에 넣자 쫄깃쫄깃한 한치와 감칠맛나면서도 시원하고 새콤한 국물맛이 환상궁합이 따로 없다.

제주바다의 맛이 싱싱하게 살아있는 한치의 신선도가 더해지며 냉동한치로 만든 물회와는 맛이 확연히 다르다. 역시 음식맛은 손맛과 양념이 더해지기 전에 신선한 재료가 9할이다.

순식간에 국물 하나 남기지 않고 싹 비웠더니 주인 내외는 그저 빙그레 웃는다. "여름이면 흔히 찾는 게 한치물회지만 듣던대로 맛이 다르다"고 했더니 "생물 한치만을 고집하는 이유"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입소문을 타고 여름이면 한치물회 한 사발을 맛보려는 이들이 북적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 부부가 연중 빼놓지 않고 손님상에 올리는 반찬으로 유명한 게 있다. 바로 '콩자반'이다. 제주산으로 1년치 분량을 한꺼번에 구입해서 쓴다고 했다. 손수 잡은 '깅이(게)'와 잘게 썬 오징어를 함께 넣어 만든 짭짤한 콩자반은 자연스럽게 입맛을 자극한다. 밥도둑이 따로 없다. 여기에다 생미역, 곰삭은 열무김치, 도토리묵 무침이 맛깔스럽다. 조미료를 쓰지 않고 천연재료의 맛을 한껏 살린 자연의 맛이다.

▲내도바당 주인부부가 한치를 건져내고 있다.

한치 물회에 이어 부부가 내온 음식은 먹통한치다. 팔딱거리는 한치의 먹과 내장을 빼지 않고 통째로 끓는 물에 넣어 삶아 분홍색을 띠는 한치를 먹기좋은 크기로 썰어낸다. 검은 먹물과 내장의 맛이 배어든 한치를 간장소스에 찍어 먹으면 담백하면서도 입안에 짝짝 달라붙는 맛이 일품이다. 검은색에 잠시 거부감이 들었던 생각은 저만치 달아나고 소주 한 잔 생각이 간절해진다. 오징어 먹물엔 타우린이 포함돼 항암효과와 피로회복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가족이 먹을 음식을 만든다는 마음가짐으로 만드는 것 이상의 특별한 비결은 없어요. 가끔씩 한치물회 만드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손님들이 있어요. 당연히 알려드리죠. 그런데 그 손님들이 다음에 와서는 아무리 해도 우리 식당에서 먹는 한치물회맛이 나지 않는다고 하더라구요."

무더위가 기승이다. 뭘 먹을까? 뱃속은 헛헛한데, 딱히 당기는 게 없고 뭐 좀 시원하고 화끈한 게 없을까 싶을 적엔 쫄깃하면서도 시원한 한치물회 한 사발이면 일상의 스트레스가 잠시나마 저만치 물러갈 것 같다.

내도바당은 내도검문소 오거리에서 바닷가쪽으로 좁은 골목을 따라 약 200m쯤 들어선 해안가에 있다. 한치물회는 1만원, 먹통한치는 한 접시에 3만원이다. 오전 11시~밤 11시 영업. 문의 743-8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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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3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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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다 2011.09.27 (14:02:55)삭제
정신사납고 머리 혼란스러울때 울쩍 떠나서 물회 한그릇 함이 진짜 맛있었습니다.
게메마씸 2011.07.14 (10:41:57)삭제
그제 저녁 지인 몇이서 자연산만 고집한다며 인근에 꽤 유명세를 떨치는 '거제도 앞바다'라는 횟집에서 술한잔을 나눴는데, 주인장이 거제도 출신이고 안주로 내놓는 해산물들이 전부 거제 앞바다에서 잡거나 체취한 것들이라고 직접 설명을 했고, 그말에 걸맞게 바다에서 나는 종류란 종류는 죄다 압축해서 한상 차려내왔는데, 그런대로 기분 좋게 한잔하면서 오랫만에 식탐에 빠져 보았나 보다. 하지만, 자리회와 군소(굴멩이 ?), 톳(톨)무침 이런 류는 분명 제주도만의 고유한 먹거리인 것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어느덧 다른 지방의 식단에도 버젓이 한자리 차지하고 있다는데 무척이나 의아하기도 했다. 하지만, 제주산보다는 요리법이나 내밀한 풍미에 있어서는 짝퉁인 것 같아 내심 안심이 되었다. 아뭏든, 위의 사진만보아도 한치물회의 포스(?)는 식탐이 별로 없는 나에게도 강렬한 유혹으로 다가온다. 먹통한치 또한 소주 안주로서도 손색 없을 듯하고, 주인장 내외의 인상도 후덕해보여 언제 제주에 가면 한번 꼭 들르고 싶어진다. 이런 제주의 명품음식들은 널리널리 알려져야 한다고 본다.
공정사회 2011.07.13 (22:00:07)삭제
무슨 연유가 있는지요??? 이 기사에 대한 내 지난번 댓글이 사라졌어요. 이유는 알려 줘야지요. 한라일보 사장님 왜 내글 지운 겨??? 비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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