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개방시대 FTA파고를 넘는다](1)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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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사라진 무한경쟁… 치열한 생존전략 세울 때
  • 입력 : 2012. 01.01(일) 00:00
  • /김병준기자 bjki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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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새해부터 사실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시대를 맞는다. 세계 초강국 미국과의 무역국경이 사라지면서 바야흐로 무한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특히 제주의 1차산업은 저렴한 미국산 농축산물의 파상적인 공략으로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제주는 한·미 FTA로 벼랑 끝으로 내몰릴 위기에 놓였다.

# 제주감귤 직격탄 불가피

무엇보다 제주감귤이 가장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 제주감귤은 도내 농업총생산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기 때문이다.

한미 FTA에 따른 감귤 피해는 정부의 영향 분석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앞으로 한·미FTA가 발효될 경우 15년간 연평균 639억원씩 모두 9589억원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감귤은 국내 과수부문 전체 피해액(3조6162억원)의 26.5%를 차지할 정도다. 감귤이 과수분야의 최대 피해품목으로 분석된 것이다.

감귤 피해액은 사과 9260억원(25.6%)보다 329억원이 더 많다. 배(6052억원)에 비해서는 3000억원이 많아 사실상 직격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당장 오렌지주스를 비롯한 가공품은 물론 감귤과 경합 관계에 있는 과일류 수입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국내 수입오렌지의 95%가 미국산임을 감안하면 그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제주감귤은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여야 할 상황이다.

# 축산업도 막대한 피해 우려

제주축산업 역시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농림수산식품부가 2008년 통계를 바탕으로 지난 7월 발표한 전국 축산 피해액은 한·미 FTA 발효 후 15년간 매년 4866억원씩 총 7조2993억원에 이른다. 제주지역도 매년 평균 122억원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농식품부가 제주지역의 15년간 누적 피해액을 1850억원으로 추정한 가운데 돼지고기가 1350억원(73%)으로 가장 높다. 이어 쇠고기 330억원, 닭고기 73억원, 유제품 60억원, 기타 17억원 순으로 축산업의 피해 역시 만만치 않다.

이같은 피해 수치는 그야말로 추정치에 불과하다. 앞으로 한·미 FTA가 발효될 경우 그 여파가 얼마나 미칠지 장담할 수 없을만큼 축산농가의 피해가 클 것임은 분명하다.

# 도내 농가 고부채 시달려

그러잖아도 제주지역 농가의 살림살이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살림이 나아지기는 커녕 빚더미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도내 농가당 평균 부채가 최근 10여년 사이 무려 세배 이상 늘어났다.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지난달 발표한 '제주지역 농가 재무상황'이 그대로 말해준다. 2010년 도내 농가당 평균 부채는 405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 농가당 평균 부채(2720만원)와 비교해 1330만원(48.9%)이 많은 액수다.

도내 농가당 평균 부채는 불행히도 1997년 이후 줄곧 전국평균을 웃돌고 있다. 1997년만해도 1300만원에 그쳤으나 2000년에는 2930만원, 2005년 478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얼마 없어 2007년에는 5160만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2008년 4360만원, 2010년 4050만원으로 소폭 감소세를 보였다. 하지만 2010년 기준 도내 농가부채는 경기도(4260만원) 다음으로 많다. 1997년과 비교할 때 2010년 도내 농가부채는 211.5%나 증가한 것이다. 도내 농가부채가 매우 심각한 수준임을 반증한다. 앞으로 도내 농가의 고부채 구조가 고착화될 우려마저 낳고 있다.

# 미국농업은 활황 대조적

반면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한 미국의 농업은 어떤가. IT(정보기술)산업을 뺨칠 정도로 잘 나간다. 1980년대 이후 대표적 사양산업 취급을 받았던 농업이 다시 성장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신흥시장의 지속적인 식량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농업의 부활은 바로 수치로도 입증된다. 2010년 미국 경제 전체의 성장률은 1.9%였다. 하지만 농장의 평균 수입은 자그만치 27%나 늘었다. 또 미국 부동산 가격은 최근 몇년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농장의 땅값은 지난 6년간 평균 2배 이상 상승했다. 미국 전체 실업률은 9.1%지만 네브래스카·아이오와 등 농업기반 주(州)의 실업률은 6%를 넘지 않고 있다.

그래설까. 미국 의회에서 '불가침 영역'으로 인식돼 왔던 농업보조금을 줄이려는 움직임마저 보일 정도다. 미국농업이 그만큼 잘나가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

# 농업 경쟁력 강화 급선무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미국과의 FTA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도 농업보조금 줄일 궁리부터 하고 있다. 값싼 미국산 농축산물과 경쟁하려면 보다 많은 지원을 해도 모자랄 판인데 되레 보조금을 줄이지 못해 안달이다.

지난해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업보조금 체계 개편 자료에 따르면 정부 전체 농업보조금 사업(347개)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110여개 사업이 개편 대상이다. 이 가운데 국고보조 철폐 대상 사업은 30여개, 통·폐합 대상 사업은 80여개다. 단순히 계획만 세운 것인지 실제로 추진될 것인지는 두고봐야 한다.

이 계획대로라면 우선 새해에는 화학비료 구입, 축산 과수 원예시설 건립에 들어가는 국고 보조가 없어진다. 2013년에는 축산분뇨처리시설 건립·조사료(소에게 먹이는 반찬) 생산비 지원 등이 끊긴다. 이어 2014년에는 비닐하우스 등에 들어가는 지열처리시설 설치에 들어가는 국고 지원도 폐지된다.

서규용 농림식품부 장관도 지난해 6월 농업보조금 체계를 전면 개편한다는 방침을 시사한 바 있다. 농어민들에게 직접 주는 보조금 대신 낮은 금리로 빌려줌으로써 농가의 도덕적 해이를 막고 자립할 수 있는 힘을 키우겠다는 취지다.

가뜩이나 우리의 농업은 취약하다. 더욱이 한·미 FTA 발효를 앞두고 이같은 정책이 농업의 경쟁력을 키우는데 얼마나 도움을 줄지 의문이다. 정부도 이러한데 지방정부야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정부의 적극적인 뒷받침 없이 지방정부가 세울 수 있는 대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제주자치도 관계자는 "한·미FTA가 발효될 경우 제주의 1차산업이 적잖은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며 "하지만 이같은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 앞으로 1차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능동적으로 적극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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