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맛집을 찾아서](26)외도1동 '숲속의 도토리'

[당찬 맛집을 찾아서](26)외도1동 '숲속의 도토리'
새싹 입힌 도토리에 봄철 미각 살포시 돋다
  • 입력 : 2012. 03.16(금) 22:00
  • 김성훈 기자 shki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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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도토리'는 도토리를 주재료로 삼아 제철야채를 곁들인 도토리요리전문점이다. 각 메뉴는 속을 편안하게 해주고 음식점의 분위기는 운치가 있어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B코스 요리의 한상차림. 1인당 1만7000원./사진=강희만기자

재료는 자연에서 얻은 부산물
화학조미료 없는 그대로의 맛
"식사할 때는 여유를 가지세요"


음식점으로 들어가자 홀 중간에 화덕이 눈에 띈다. 그리 춥지 않은날임에도 화덕이 지펴져 있다. 따뜻하다기 보단 포근함이 넉넉하게 몸을 덥혀온다.

화덕과 '숲속의 도토리'라는 이름의 간판이 묘하게 어울린다. 간판이름 처럼 메뉴는 도토리를 재료로 삼았다. 도토리요리전문점이다. 제철 야채가 곁들여진 메뉴 하나하나가 회색빛을 벗고 녹색으로 변해가는 봄철 미각을 돋우는데 모자람이 없다.

음식점은 주인장 강길표(48)씨와 그의 여동생이 경영하고 있다.

손님이 많이 찾는 코스요리는 때때론 "빨리주세요"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천천히 나온다. 하나하나 도토리를 재료로 삼은 묵과 샐러드, 묵볶음, 도토리전, 도토리들깨수제비가 주메뉴인 새싹쟁반국수와 더해져 천천히 그 맛을 즐기라는 주인장의 속내다.

이는 자연과 벗삼는 생활을 너무도 사랑해 다른지방 어느 산에 들어가 수행생활을 하기도 했던 주인장 강씨의 음식 철학인 '여유'가 한몫한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인의 생활, 밥을 먹을때만이라도 여유를 느끼시라"고 강씨는 말한다.

▲주인장 강길표씨와 여동생.

이제 3년째 접어든 '숲속의 도토리'의 출발은 남다르다. '손님 입맛은 모두 다르다'는 전제 아래 개업전 한달간 도토리맛을 익히 알고 있는 다른지방사람과는 다른 제주사람들의 입맛을 알아내기 위해 무료시식행사를 벌였다. 밥값으론 설문지 한장. 손님 한명한명이 맛을 평가했고 아쉬움을 적어냈다. 거기서 검증된 공통분모는 화학조미료를 쓰지않은 본연재료의 맛. 신선한 도토리와 제철야채의 맛은 어느 손님도 거부하지 않았다. 물론 도토리를 전문으로하는 도내 최초의 음식점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자연에서 얻어진 부산물은 사람의 몸에 좋습니다. 생명력을 갖고 있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무엇이든 많이 먹으면 탈이나지만 도토리는 많이 먹을수록 면역력을 향상시킨다"며 애찬론을 펼쳐보였다.

▲도토리들깨수제비로 진한 맛이 일품이다(사진 왼쪽). 주메뉴인 새싹쟁반국수.

▲사진 위로부터 녹나무로 훈연한 바비큐. 갖은 야채로 속을 넣은 도토리전병. 주인장이 직접 재배해 내놓는 샐러드.

숲속의 도토리가 자랑하는 새싹쟁반국수는 우선 색깔이 곱다. 국수가락으로 조리된 도토리가 새싹에다 주인장만의 노하우로 제조된 양념소스, 과일소스로 버무러져 그 맛이 입안을 새콤하게 파고든다. 갖은야채와 묵은지를 썰어 안을 채운 전병도 입안을 행복하게 한다. 밑반찬으로 나온 배추도 흔히 식당에서 볼수 있는 일반품종이 아니란다.

손님상에 나오는 야채 모두 주인장 강씨가 무농약으로 재배하고 있는 재료들이다. 안전이 검증된터라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단위 고객이 많은 편이다. 속을 편안하게 해주고 운치가 더해져 그런가, 남성보단 여성손님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주인장 강씨는 고기를 좋아하는 남성손님들을 위해 바비큐를 곁들였다. 보통 사용하는 참나무가 아닌 녹나무를 사용, 그 향하며 고기맛이 남다르다. 도토리와 훈연바비큐가 궁합이 맞다는 점도 강조한다.

주인장 강씨의 목표는 간판이름처럼 음식점을 숲속으로 옮겨가고 흙집으로 짓는 것이다. 자연을 벗삼는 여유를 손님들에게 느껴주고 싶기 때문이다. '음식으로 병을 치료했다'는 옛사람들의 뒤를 따르고 싶다는 뜻도 내비친다. 문의 제주시 외도1동 742-5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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