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 두 중증장애인 세상밖으로 나서다

서른살 두 중증장애인 세상밖으로 나서다
자립생활이란 꿈·희망 품고 체험 홈 생활
사회적약자 지역사회 복귀 위해 지원 절실
  • 입력 : 2012. 04.18(수) 00:00
  • 김명선 기자 nonamewin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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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왼쪽)·김민석(오른쪽)씨가 함께 생활하고 있는 자립생활 체험 홈. /사진=김명선기자



매년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의 날'이 다가오면 '장애인과 함께 하자', '장애 극복할 수 있다'는 자극적(?)인 문구를 달고 이들과 함께 아름다운 사회를 건설하자는 외침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것이 제주 사회 현실이고 한국의 복지정책 이러한 외침을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재훈(30·지체장애 1급·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주임)·김민석(30·뇌병변장애1급·서귀포온성학교 방과후 교사) 두 명의 동갑내기 중증장애인은 최근 새로운 꿈과 희망을 갖고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지역사회 일원으로서의 사회생활을 이어나가기 위해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운영하는 '자립생활 체험 홈'에 입주했다. 체험 홈에는 이들 외에 총 3명의 남성이 함께 생활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의식주를 해결하고 상담 등의 서비스를 제공받으면서 자립생활 의지를 높이고 있다.

최근 장애인복지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국내에서도 자립생활이라는 말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시설에 수용된 장애인의 학대, 급여비 편취 등의 문제가 불궈지면서 탈시설화와 재활을 강조하던 관점을 넘어서 이제는 자립생활 이념을 중심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1970년대, 이웃나라인 일본은 1980년대 중반에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처음 설립됐다. 국내에는 2000년에 처음 설립되어 10여년이란 세월이 지났지만 국민들 마음속 깊숙히 박혀있는 각종 편견으로 인해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민석씨는 "살 곳을 마련하는 것 조차 쉽지 않은 현실을 경험하면서 장애 인식 개선에 대해서 말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전화로는 있다던 방이 5분뒤 집주인인 우리를 보자마자 '방이 나갔다'고 대답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정부에서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립생활 체험 홈안에서 서로가 정보를 교환하고, 사회성도 기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공동생활이다 보니 사생활을 많이 노출된다는 단점도 있다"며 "자립생활의 내면을 살펴보면 장애인만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 모두가 사회로 나갈 수 있도록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인 만큼 예산이 편성되서 자립생활을 지원한다는 관점에서 벗어나필요하니까 지원을 해야 한다는 개념으로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훈씨는 "자립생활이 가능하기 위해 사회전반에 걸쳐 복지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이동권 보장, 차별 철폐, 유니버셜디자인 도입 등을 주장하고 있지만 일부에선 '정부 예산은 고려하지 않은 채 장애인 대한 지원만 요구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고 서운한 마음을 전했다.

이어 "한국이 노령사회로 진입하고, 저출산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이들의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각종 편의시설 확충하고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데 애초에 유니버설디자인을 도입하고 복지 예산 전달쳬계가 제대로 진행됐으면 지금처럼 추가 예산을 들이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도내에는 이들처럼 자립생활을 꿈꾸는 중증장애인의 많지만, 이들의 손과 발이 되어 주는 활동보조인서비스가 한달에 180시간 밖에 되지 않으면서 자립생활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또 마땅한 일자리도 없는 실정이다. 이 모두가 각종 복지 사업에 예산을 편성하고 복지수요자에게 맞춰서 따라오라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자치도는 현재 복지예산 전달체계 개편을 위한 용역작업을 앞두고 있다. 이들의 마음을 담아내지 못한 개편은 보나마나 실패한 정책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고현수 제주장애인인권포럼 대표 "자립생활은 곧 기본권입니다"

장애인에게 자립생활은 단지 구호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갖는냐 못갖느냐의 기본권 문제이다. 그리고 그 기본권이란 단순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권리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생애주기에 맞춰 자신의 삶을 관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쉽게 말해 자신이 선택하고 결정하며 삶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자립생활이라고 말하면 다소 거칠지만 이해가 쉬울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자립생활이라고 하면 '직장'을 구하는 것, 즉 경제활동을 하는 삶을 떠올릴 것이다. 스스로 벌어서 자기가 쓰고 싶은데 쓰는 경제적 독립을 자립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중증의 장애인 당사자는 직장을 구할 수 없어 경제활동이 어렵기 때문에 자립생활이 안된다는 공식이 성립하게 되는게 이게 맞는 것일까. 중증장애인은 평생 자립생활을 할 수 없는 것일까.

진정한 자립생활은 다시 풀어서 얘기하면 '인간이라면 누구나가 자신의 삶에 대해 선택권과 결정권을 행사하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삶'을 말한다. 즉 경제활동을 하든, 결혼을 하든, 공부를 하든, 그 행동을 선택하고 결정한 자가 장애인 당사자라면 그 삶 자체가 자립생활이다. 하지만 지역사회를 다니며 만난 사람들 중 상당수가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불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자립을 하나의 고정된 형태 즉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경제활동을 전제로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중증장애인 당사자가 지역주민으로서의 역할과 의무를 행하기 위해서 가장 우선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은 지역이 갖고 있는 장애에 대한 인식이다. 그리고 그런 인식의 변화와 더불어 우리의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

상기했듯이 이와 맞물려 다양한 정책과 지원체계들이 필요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풀어야 할 많은 과제들이 존재한다. 앞으로 중증장애인의 장애인의 이동권 확보 및 보행환경개선, 장애인의 거주할 수 있는 주거환경 개선 및 제도화를 통한 주거시스템 마련, 장애연금의 실질적 인상을 통한 소득보장정책 마련,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여주고 있는 활동보조서비스의 권리보장 등 장애인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해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 보여지며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되었을 때 장애인의 사회참여와 자립생활이 가능할 것이라 보여진다./동영상=한라일보 양동규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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