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양리포트 4부:제주바당 조간대를 가다(29)](8)귀덕1·2리

[제주해양리포트 4부:제주바당 조간대를 가다(29)](8)귀덕1·2리
"영등할망 들어오는 곳… 마을사람들 추억 켜켜이"
  • 입력 : 2012. 07.18(수) 00:00
  •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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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한림읍 귀덕리는 용천수가 많기로 손꼽힌다. 또 영등할망이 들어온다는 '복덕개' 포구 등 신화와 전설이 풍부하고 지질학적 가치도 높은 곳으로 평가된다. 사진은 귀덕 원담. /사진=강경민기자

돌담 등 제주문화의 원형 보여주는 곳
스토리텔링 요소에 지질적 가치도 높아
"거북 올라오면 막걸리 먹여 돌려보내"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는 제주에서도 유독 용천수가 많은 곳으로 손꼽힌다. 지난달 24일 이 곳을 찾은 탐사대는 금성포구에서부터 서쪽방향으로 귀덕2리까지 홍영순 어촌계장의 안내로 조간대 탐사를 시작했다. 제주는 용천수를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됐는데 이곳 역시 마찬가지다. 마을 형성과 궤를 함께 하다보니 이 곳 용천수에 얽혀있는 신화 또한 많다.

탐사대가 처음으로 찾은 '맹금물'은 주로 식수로 사용했던 곳이며 바로 옆 새설물은 목욕 용도로 많이 사용했다. 짐끈원물에는 낮은 돌담이 쌓여있다. 이 낮은 돌담은 밀물 때 많은 물고기가 쓸려왔다가 썰물이 되면 담을 넘지 못하고 근처에 남게 되는데 이때 사람들이 물에 들어가 멜을 잡았다. 이처럼 이곳의 용천수는 마을 사람들의 생활 형성과 깊은 연을 맺고 있다.

▲귀덕 원담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상군 해녀 /사진=강경민기자

제주에서도 유독 용천수가 많은 만큼 취재진은 조금만 걸어가도 바로 새로운 용천수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복덕개는 현재 어느정도 매립이 이뤄진 곳인데 이곳은 풍신이자 풍농신으로 잘 알려진 영등할망이 들어오는 곳이다.

영등할망은 음력 2월 초하룻날 귀덕리 복덕개 포구로 들어와 한라산에서 오백장군에게 문안을 드리고 제주 곳곳을 돌아다닌다. 그러고는 땅에는 씨앗을 뿌리고 갯가 주변에는 소라·전복·미역 등이 잘 자라게 도와준다. 그러다 2월 보름이 되면 자신이 사는 곳으로 돌아가는데 나가는 장소는 우도나 화북으로 알려져 있다.

홍영순 어촌계장은 복덕개에 이르자 "이 곳이 영등할망이 들어오는 입구이라는 말을 어릴 적부터 들었다"라며 "마을 사람들의 추억이 묻어 있는 소중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찾은 큰이물은 다른 용천수에 비해 비교적 깔끔하게 정비됐다. 최근에 공사가 완료된 곳이며 바로 옆의 대물은 '되물'이라고도 불리는데 마을 주민의 증언에서 '대물'로 밝혀졌다. 인근에는 서축항이 건조돼 그 안에서 성게 작업이 이뤄지고 있으며 지도상에는 이곳이 복덕포구로 돼 있다.

▲예전 제주의 전형적 돌담문화를 보여줬던 '대물'

탐사를 동행한 박원배 자문위원(제주발전연구원 연구실장)은 "큰이물은 제주의 전형적인 용천수 정비 형태를 보여주는 곳"이라고 말했고 "대물 주변은 이전에는 전형적인 돌담과 물문화를 알 수 있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이어 찾은 괴물은 '고여있는 물'이라는 뜻으로 다른 용천수에 비해 상당히 관리가 방치돼 있었다. 주변의 증언에 따르면 3~4년 전 쯤 물을 가둬놨고 물이 흐르지 못해 썩어들어갔다. 현재는 모기와 벌레의 서식처가 됐다.

망밭물과 물이 역류하는 거스름물을 지난 후 만나게 되는 굼둘애기물(금들레기물)은 인어 신화가 담겨있는 곳이다.

▲정비된 '큰이물'

구전에 따르면 사람들의 눈을 피해 귀덕 앞바다에서 지내고 있던 인어가 어느날 큰 물고기의 습격으로 인해 심한 상처를 입었다. 도망간 인어는 용천수에 몸을 던져 상처를 씻어냈는데 빨래를 나온 사람들에게 들키고 말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인어를 모른척해줬고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된 인어는 감사의 인사를 남기고 바다 속으로 사라졌다. 이후부터 굼둘애기물에 몸을 씻은 사람들은 모두 건강해졌다고 전해진다.

또 다른 신화는 큰 거북이가 굼둘애기물 주변에서 나타났지만 이때에도 사람들은 거북을 못본척 하는 풍습을 이어갔고 거북이가 나타난 해에는 마을에 경사가 났다는 얘기가 있다.

이처럼 건강을 상징하는 신화가 담겨있는 금둘애기물이지만 이곳은 신화 뿐만 아니라 지질학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풍농신인 영등할망이 들어온다는 '복덕개' 포구.

박원배 자문위원 (제주발전연구원 연구실장)은 용천수가 나오는 바위를 가리키며 "두 개의 바위 사이에서 용천수가 흘러나오고 있다"며 "윗 바위는 점성이 높은 용암에서 만들어졌고, 아랫용암은 이와 다른 용암에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귀덕리 조간대는 풍부한 용천수와 높은 지질학적 가치, 전설 등 많은 신화적 스토리텔링 요소를 갖고 있어 이를 발굴·활용할 수 있는 정책개발이 시급히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였다.

수중 탐사팀은 귀덕1리를 대표하는 거북등대 주변에 '거북이 굴이 있다'는 일부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거북등대 주변 수중탐사를 진행했으나 거북이가 산란철 이용할 만한 굴은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애월 앞바다 정치망에 거북이가 자주 걸리고 있다는 주민들의 증언을 확보했다.

주민 박성남씨는 "거북이를 잡으면 길조로 여기는데 보통 음력으로 6월이 지나면 거북이가 들어온다. 귀덕보다 곽지해수욕장에 와서 거북이들이 알을 까고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거북이가 올라오면 용왕신으로 인정을 해서 막걸리를 배불리 먹여서 바다로 되돌려 보내주고 있는데 어떤 거북이는 바로 돌아가고 어떤 거북이는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한 것인지 뒤를 한번 돌아보고 간다. 그럴 때면 소원이 이뤄질 것 같아 아주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제주 연안에서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장수바다거북 등 모두 4종의 바다거북 중에서 푸른바다거북, 붉은바다거북, 매부리바다거북 등 3종이 관찰됐다. 푸른바다거북은 연중 제주 연안에 서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다.

/특별취재팀=강시영·고대로·강경민·이효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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