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이주여성과 떠나는 한라유랑단]

[외국인 이주여성과 떠나는 한라유랑단]
이른 봄 향기 느끼고 싶다면 추자도로 가자
  • 입력 : 2013. 01.25(금) 00:00
  • 김명선 기자 nonamewin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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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이들이 떠난 섬에도 다양한 표정의 사람들이 삶을 꾸려가고 있다. 사진은 추자도에 살고 있는 베트남 여성. 김명선기자

한국에서 가장 먼저 봄이 찾아오는 곳
어업으로 생활 유지… 주민 국적 다양


○…제주에 살고 있는 외국인과 결혼이주여성, 이주민, 화가, 사진작가 등이 제주섬의 숨겨진 보물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하고 싶어 뭉쳤다. 그 '한라유랑단'이라 칭하고, 자신들이 하고 싶은 여행을 기획하고 그곳으로 떠나려 한다.

한라유랑단이 첫번째로 찾은 곳은 한국에서 가장 먼저 봄이 찾아온다는 섬속의 섬 추자도. 제주에서 북쪽으로 약 45km 떨어져 있는 이 섬에서는 바다가 가장 먼저 봄이 오는 소식을 알린다. 지난주말 추자도 각 마을의 어촌계 회원들은 모자반을 수확했다. 또 추자도의 부속 섬인 횡간도와 추포도에는 아낙들이 달래 나물을 캐어 밥상에 반찬 거리로 올리고 있다.

▲추자도 수협위판장 모습

전국이 올 겨울 최악의 한파가 몰아치고 있지만, 추자도만큼은 그 기운에서 벗어난 듯하다. 이 모두가 섬이 주는 선물이 아닌가 싶다.

현재 주민등록상 추자도 인구는 3000여명에 이른다.

하지만 실제 거주하는 인구는 1000여명 정도로 주민들은 예상하고 있다. 주소는 추자도에 둔채 뭍으로 나가 사는 이가 많다는 것이다.

어업이 산업기반인 이 섬에는 항상 선원이 부족하다. 거친 파도에 목숨을 걸고 조업에 나서는 이곳 어부의 삶을 피해 젊은 사람들 대부분이 육지와 제주로 떠났다. 그 빈자리를 외국인 선원(260여명)들이 채우고 있는데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스리랑카 등 국적도 다양하다.

이번 여행길에는 선원의 아내로 살아가고 있는 베트남 여성들을 만났다. 남편이 조업을 나가면 15~20일 정도 혼자 지내야 하는 이들에게 가장 무서운 건 '외로움'이다. 외로움이 밀려올때마다 한 집에 모여 고향의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초보선장 이정규 씨.

월남쌀, 쌀국수, 짜조 등 원조 손맛들이 만들어 내는 고향의 음식을 먹으면서, 밤이 새도록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를 위로한다.

매일 아침 6시가 되면 추자수협 위판장에서 경매가 진행된다. 남자들이 생선을 잡아오면 여자들은 이를 분류하는 일을 맡는다. 조기가 많이 잡히는 추자도에서 이를 '다대' 부른다. 조기를 크기별로 선별해 상자에 포장하는 일은 전날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이어졌고, 조기가 많이 잡히는 시기에는 밤을 새도 일손이 모자란다.

조업에 나간 남편을 기다리면서 몇날 몇일을 기다려야 하는 추자도 여성들의 수다는 외로움을 달래는 좋은 수단일 것이다.

이날 경매에는 지난해 아버지의 뒤를 선장이 된 이정규(35)씨가 잡은 어획물이 나왔다. 추자도에서 생선을 잘 잡기로는 손에 꼽힐 정도 소문난 배의 선장이 된 이 선장은 그 누구보다 열정을 갖고 바다로 나가고 있다.

그러나 10여명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만큼 생선 가격이 정해질때마다 표정이 달라졌다. 바다로 나갈 때마다 이 선장은 "만선기로 내걸고 돌아오는 꿈을 꾼다"며 올 한해 도민 모두가 풍요로운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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