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愛 빠지다]신풍리 '풍천초 유학센터' 준비 강성분씨

[제주愛 빠지다]신풍리 '풍천초 유학센터' 준비 강성분씨
"어멍아방잔치마을로 유학 오세요"
  • 입력 : 2013. 02.08(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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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천초 유학센터가 들어설 어멍아방잔치마을 입구에 선 강성분씨. 어멍아방잔치마을은 폐교인 신풍분교와 이웃해 있어 '배움의 옛터'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강경민기자

제주에 정착해 감귤농사 등 지어
예비 학부모로 학교 살리기 적극
"행복한 작은 학교 많아지길 바라"

그를 처음 본 것은 지난해 9월쯤이다. 제주도교육청 앞에서 '성산읍 작은학교 살리기' 추진위원으로 학교 통폐합에 반대하는 1인 시위중이었다. "머잖아 풍천초에 아이를 보내야 하는데 학교가 없어질지 모른다"며 팻말을 든 이유를 설명했던 기억이 난다.

서귀포시 성산읍 신풍리 강성분(44)씨. 학생수를 일정규모 이상 유지하는 조건으로 학교가 살아남았지만 이즈음 그의 일상은 통폐합 추진에 맞서느라 콩 수확 시기를 놓치고 감귤 농사를 내팽개치다시피 했던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3월 '풍천초 유학센터'(가칭) 개관을 앞두고 있어서다.

강씨의 제주 생활은 9년째. 초반에는 대정지역에 머물다 7년전 큰맘 먹고 감귤농장이 딸린 신풍리 농가를 구입해 자리를 잡았다. 그 사이 서울 토박이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다. 얼마간은 직장이 있는 서울을 드나들었지만 2년전쯤 완전히 정착했다.

익숙한 도시를 떠나 머나먼 제주에 둥지를 튼 만큼 도심과 외떨어진 곳에 살았으면 하던 그에게 신풍리는 맞춤했다. 남편과 함께 감귤나무를 키우고 기름을 안쓰는 '흙벽 무가온 비닐하우스'를 지어 열대작물을 재배하는 농부로 살고 있는 그는 아이들이 마을의 건강한 기운을 품고 작지만 오래된 학교에서 한뼘씩 성장하길 바랐다.

그래서 그는 학교 살리기에 더욱 적극적이었다. 아이들의 사회성은 학교만이 아니라 등하굣길, 마을 골목에서도 키워질 수 있으니 말이다. 거기다 제주는 산, 바다, 오름이 한데 어울린 보물같은 섬이지 않은가. 강씨가 마을주민·학부모와 손을 잡고 유학센터를 준비중인 것은 당장 학생수를 늘리는 일만이 아니라 좀 더 많은 아이들이 '작은 학교, 행복한 공교육'을 체험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장·단기 과정에 걸쳐 유료로 운영되는 기숙형 유학센터는 제주전통 민박 체험공간인 '신풍리 어멍아방잔치마을'에 들어선다. 마을 학부모들이 영화 감상, 박물관 탐방, 농사 체험, 레저스포츠 등 주말 프로그램을 주관할 예정이다. 아이들이 농촌에서 잘자랄까 걱정하는 귀농·귀촌 희망자들에게 유학센터는 징검다리 역할도 하게 된다. 현재 서울, 경기 등지에서 4명이 입주를 신청했다. 마을 빈집에 들어오는 귀농가정 자녀까지 합치면 새학기 풍천초에는 적어도 12명의 학생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작은 학교일수록 변화를 주기 쉽다"는 그는 심포지엄 참석차 제주를 찾은 핀란드 이바스킬라대학교 툴라 아순타 교수를 통해 풍천초 학생들과 현지 초등생들의 e메일 주고받기 등 의미있는 교류 프로그램을 구체화해 학교에 제안했다. 강정연 신풍리사무장은 그런 강씨를 두고 "공동주택 건립 등 하드웨어를 고민하고 있을때 성분 언니는 혁신학교 등 새로운 교육 과정을 통한 변화를 강조했다"며 "학교살리기의 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유학센터 안내문엔 이런 글이 있다. "내일 걱정은 그만! 오늘 행복해도 된다는 용기를 심어주고 싶습니다." 자유와 화합, 독립과 조화를 가르치겠다는 신풍리 사람들이다. 강씨의 큰아들은 올해로 여섯살. 내후년 풍천초 신입생이 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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