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웃자 제주교육](2)청소년 정신건강

[함께웃자 제주교육](2)청소년 정신건강
새학기 도내서 하루평균 1~2명 학생 자살시도 '충격'
  • 입력 : 2013. 02.28(목) 00:00
  • 김명선 기자 nonamewin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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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열린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 해결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 김명선기자

청소년 자살·자해로 문제 해결하려는 경향 급증
정신건강 회복 위한 기관 네트워크 내실 운영을


경쟁을 앞세운 현 교육시스템은 갈수록 아이들의 몸과 정신을 황폐화시키고 있다. 특히 정신건강에 엄청난 피해를 끼치고 있다. 이에 아이들은 충동과 분노, 좌절 등을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초·중·고 전체학생 약 668만2320명 가운데 97%인 648만 2474명을 대상으로 '2012년 학생 정서행동특성검사(학생정신검사)'를 실시했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에 따르면 제주는 8만6279명이 검사에 참여했다. 그결과 제주지역 관심군(학교에서 상담관리 등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학생)은 1만5306명이다. 당장 치료가 필요한 고위험군은 전국평균 1.5%보다 높은 1.9%로 1623명에 달한다. 제주의 상황이 심각한 것은 상급학교로 갈수록 아이들의 정신건강이 더욱 나빠진다는데 있다.

정신건강 관련 전문가들이 이러한 문제해결을 논의하는 장을 마련했다. 지면을 통해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본다.

"자녀 정신건강 관심 가져야"

최인철 제주한라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신학기가 시작되는 3~4월에는 하루 최고 3~4명의 청소년이 자살을 시도, 한라병원 응급실을 찾는다"고 밝혔다.

최 과장은 "문제는 청소년들이 포털 검색만 해도 자살을 시도하는 방법을 너무 알 수 있고, 집단화 되는 경향도 있다. 일례로 지난해 한 학교에서만 10여명이 학생이 자살을 시도해 충격을 줬다. 또다른 문제는 자살을 시도해 자살위험군에 놓인 청소년을 치료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부모를 설득하지 못해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학부모들이 자살 위험군에 놓인 자녀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초등학교때는 우리 아이들의 행동을 강압적으로 제압할 수 있지만, 중·고교로 올라가면서 그것이 불가능한데 이때 부모와 자식간에 조절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과장은 "학교폭력과 연관되어 자살을 시도하는 사례도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가·피해학생을 구별하는 것이 어렵다"며 "가·피해학생 둘다 치료가 필요하지만, 중간자의 입장에 놓여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SNS 통한 급격한 확산 우려"

곽영숙 제주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근 청소년들은 일상의 문제조차도 자살·자해 등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급증하고 있다"며 "청소년의 자해·자살 등의 행동이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급격하게 확산되면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아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도내 중·고교생들의 주위군학생 비율이 서울지역과 비교해 각각 2.5배, 3배가 높다. 이는 비평준화의 심화로 청소년들이 중학교때부터 치열한 입시경쟁에 놓이면서 가져온 현상인 것 같다"며 "각종 스트레스 등으로 청소년들이 우울증, 분노, 좌절 등의 심리적 문제가 많아졌다. 이러한 원인들이 발생하는 이유를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자살·자해 등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광역센터가 반드시 설립되어야 한다. 도내에 전문인력이 모자라기 때문에 고 위험군에 놓인 학생들의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어려움이 있다"며 "제주자치도와 도교육청, 제주자치도의회, 전문가 등이 모두 참여해 도내 청소년의 정신건강 회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서 제대로 파악 못해"

박용한 서귀포시정신건강보건센터장은 "지난해 학교폭력 문제가 사회적문제로 대두되자 제주지역에서도 기관간에 네트워크를 구성해 문제해결에 나섰지만, 현재는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것 같다"며 "일례로 서귀포시 지역에서도 학교폭력이 발생했지만, 서귀포시정신건강보건센터로 가·피해학생들의 정신건강과 관련한 상담문의가 단 한차례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학교에서 생각하는 학생들의 자살 빈도수와 실제로 발생하는 자살 빈도수가 맞지 않고 있다. 학교가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며 "이는 가정과 학생, 학교간에 긴밀한 유대관계가 형성되어 있지않아 발생하는 문제로, 외국의 사례를 보면 학교의 인트라넷만을 통해서라도 부모와 학교간에, 학교와 학생간에 유대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라고 비교했다.

박 센터장은 "시스템이 갖춰진 상태에서 전문가가 투입되어야만 시너지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 이를 위해 학교에 배치된 전문상담사와 교사 등의 전문성이 지금보다 훨씬 높아져야 실현가능하다"며 "서귀포시정신건강센터는 우선적으로 명상을 통해 청소년뿐만 아니라, 모든 계층의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명선기자 nonamewind@ihalla.com

[전문가 의견]아이들에게 정신건강의 '쉼'을 허락하자

제주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해치는 제1원인은 고입제도에 따른 과도한 경쟁구도에 있다.

제주 아이들은 중학교에서부터 엄청난 입시경쟁에 시달린다. 중학교 졸업예정자의 50%를 탈락시키는 제주 고교입시의 경쟁률은 전국에서 가장 높고 치열하다. 고교입시로 인해 아이들은 중학교 때부터 이미 과중한 사교육에 허덕이고 있다.

이에 대한 결과로 제주교육의 사교육비 증가율은 6.5%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고, 매년 초·중·고 600여명의 학생들이 학업을 중단하고 있다.

도내 학생들의 스트레스 지수, 우울증 지수, 비만율, 흡연율 등이 전국 1위를 달리거나, 상위권이다.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살학생도 증가추세다.

현재 교육환경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교사의 업무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 또한 보건교사들에 대한 정신건강 연수와 자격취득을 위한 연수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정신건강을 위한 의료인프라를 확대, 강화해야 한다. 도내에는 소아정신과의사가 6명밖에 없다. 더구나 서귀포시 지역에는 소아정신과 의사가 아예 없으며,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센터자체도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 경기도처럼 저소득층에 대한 전면적 치료비 지원이 필요하다. 더불어 학교, 위센터, 청소년 상담센터,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센터 등 각 기관의 역할과 소통이 긴밀하게 이뤄져야 한다.

아이들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키우고 싶다면 현재 교육시스템을 근본부터 변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성적과 공부의 굴레에 얽힌 아이들을 보듬고 사랑으로 소통해야 한다.

오늘만큼은 학교와 학원에 밤늦도록 아이들을 맡기지 말고, 따뜻한 저녁시간을 함께하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아이들의 진심에 귀 기울여 보는건 어떨까. <이석문 제주도의회 교육의원>

[전문가 의견]정서·행동 특성검사 결과 과학적인 분석을

교육과학기술부의 조사결과 학교 내 상담·관리 등 지속적 관심이 필요한 관심군 학생이 105만4000명(16.3%)에 이르고, 관심군학생 가운데 심층상담 등 집중 관리가 필요한 주의군학생은 22만3000명(4.5%)으로 집계됐다.

검사자체의 변별력에 대한 문제 제기부터, 이렇게 많은 관심군과 주의군에 나온 사실에 대한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지역신문에서는 제주자치도가 전국 2번째로 높은 수준이고, 중·고교생의 경우 전국에서 유일하게 주의군 비율이 10%를 넘는 사실에 대해서 강조하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이고 제주시 정신건강센터장인 필자로서도 왠지 깊은 반성을 해야 할 것 같고, 책임을 통감해서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은 분위기이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를 인지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문제의 원인과 심각성을 개인의 경험에 비추어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학교, 학부모, 교육청, 의료인 등 각 영역에서 반성과 대책 수립이전에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이번 결과에 대한 종합적이고 면밀하며 정확한 통계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대책을 세우려면 그 원인에 대해서 과학적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주의군 학생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먼저 주의군 학생군이 어떤 사회인구학적 특징이 있는지를 밝혀야 하고, 제주지역에서 주의군이 높은 이유를 찾기 위해서는 다른 지역의 학생집단에 비해서 제주지역의 학생들이 어떤 사회적, 문화적 인구학적인 특징이 있는지를 조사해야 한다.

제주자치도가 전국에서 2번째로 높다는 결과에 충격 받아 조급한 계획을 수립하기 보다는 이럴 때 일수록 침착하고 냉정하게 그 결과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매는 그 이후에 맞아도 늦지 않다.<박준혁 제주시정신건강센터장·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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