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만리 제주밭담](4)세계농업유산 등재 가능성

[흑룡만리 제주밭담](4)세계농업유산 등재 가능성
"제주밭담 엑설런트!"… 실천계획 보완 과제로
  • 입력 : 2013. 06.05(수)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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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 세계농업유산등재TF팀은 지난달 29일부터 1일까지 일본 이시카와현 나나오시와 가나자와시에서 개최된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 국제회의(포럼)와 한·중·일 워크숍에 공식 참석, 제주밭담에 대해 발표하고 홍보활동을 펼쳤다. 사진은 국제회의 장면. 강시영기자

각국서 세계농업유산 등재 신청 잇따라 경쟁 치열
세계농업기구 핵심 관계자 제주방문 사실상 실사
신청서 보완·8월 제주 개최 한중일 워크숍 분수령

제주의 상징이자 농업유산인 '제주밭담'이 세계농업유산의 반열에 오를수 있을까. 제주특별자치도가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등 유네스코 3관왕에 이어 야심차게 도전중인 '제주밭담'의 세계농업유산 등재 여부가 이르면 연내에 결정될 전망이다.

아직 속단할 수는 없지만 국제사회의 호평이 이어져 신청서 보완과 향후 실천계획, 국제 전문가들과의 인적네트워크, 도민사회의 지원과 공감대가 차질없이 이뤄진다면 등재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높다.

그만큼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세계 각국이 세계농업유산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이고 등재신청을 하고 있는 등 그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반증한다.

▲일본, 중국, 인도 등 3개국 6개 지역이 올해 새로운 세계농업유산으로 등재돼 인증서를 받는 모습.

▶세계농업유산 국제포럼=지난달 29일부터 1일까지 일본 이시카와현에서 열린 FAO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 국제회의(포럼)와 한·중·일 농업유산자원 워크숍은 제주밭담이 세계농업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이 포럼에서 제주는 천년 이상을 이어온 밭담을 통해 제주민들이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도 농업활동을 이어온 지혜와 문화·경관·역사적 특성을 강조하고 세계농업유산으로서의 등재 가치와 차별성을 집중 부각시킴으로써 각국 전문가들로부터 호평을 이끌어냈다.

일본 국립 사가대 이응철 교수는 "제주밭담은 세계농업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히 높다"면서 "국제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크와 신청서를 보완하는 후속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제주밭담 세계농업유산 등재 가능성=제주밭담의 세계농업유산 등재 가능성은 매우 유력한 것으로 평가된다. 3일부터 이틀간 제주를 방문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 핵심 관계자들은 "제주밭담이 세계농업유산으로 자격이 충분하며 다섯가지 영역(기준)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FAO의 코하프칸 세계농업유산기금 의장은 4일 김선우 제주자치도 환경·경제부지사와의 환담에서도 "제주밭담이 훌륭하고 탁월한(엑설런트) 유산"이라고 극찬했다. 제주밭담의 경관이 매우 흥미진진하며 이용(경작), 규모, 매우 독특한 풍광, 독창성 면에서 이런 사례를 본 적이 없다는게 FAO 관계자들의 평가다.

FAO 세계농업유산 사무국의 메리 제인 기술담당은 "이번 방문이 실사와 다름없다"며 제주밭담 답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선우 제주도 환경·경제 부지사가 제주를 방문한 FAO 코하프칸 세계농업유산기금 의장 일행과 환담을 갖고 기념품을 전달했다. 강경민기자

▶무엇을 보완해야 하나=최종 등재까지는 절차와 보완작업이 녹록치 않다.

코하프칸 의장은 무엇보다 다섯가지 기준에 대한 보완작업과 더불어 등재 이후 실천프로그램인 '액션플랜'을 강조했다. 액션플랜은 세계농업유산으로서의 제주밭담이 지속가능한 보전·활용과 전통농업문화의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 프로젝트를 의미한다. 심의 과정에서 이를 꼼꼼히 챙겨 등재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 잣대로 판단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대한민국 정부와 제주자치도, 농업 주체와의 유기적 협력과 지원을 강조했다. 지방정부 차원의 조례 제정과 핵심관리구역 설정 필요성도 제기했다.

김선우 제주자치도 환경·경제부지사는 FAO 관계자들과의 환담에서 이를 실행에 옮길 것을 약속하고 FAO가 제주밭담의 세계농업유산 등재에 지원과 협력을 요청했다.

제주자치도는 이미 등재 신청서를 통해 제주 밭담의 지속적인 보존 활용을 위한 3대 과제, 6대 전략을 제시했다. 보존·활용을 위한 조례 제정과 제주밭담·돌담의 전수조사, 장인 지정·육성, 시범지역 지정, 전통농법·친환경농업, 단계별 관리시스템 정비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앞으로 이를 더욱 보완하는 후속대책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지역개발과의 김경두 사무관은 "'농어촌 다원적자원 보전관리법'을 제정 목표로 입법을 추진중이며 농업유산 관련 예산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법안에 농업유산자원에 대한 지원기준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밭담은 오는 8월 제주에서 열릴 예정인 한·중·일 워크숍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 워크숍에는 FAO 관계자와 세계농업유산 등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유엔대학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이 때 제주밭담에 대한 등재 가능성과 보완대책을 점검하고 최종 등재에 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제주자치도는 이런 과정을 차질없이 준비한다면 제주밭담의 연내 등재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특별취재팀=강시영·강경민·김지은기자

[전문가리포트]"농업과 농촌 발전 새로운 대안"

▲강승진 세계농업유산 등재 TF팀·제주발전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5월29일부터 6월1일까지 4일간 일본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 노토(能登)지역에서 세계농업유산국제회의가 20여개 국이 참가하여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또한 이 회의를 앞두고 5월28일에는 한·중·일 워크숍이 열리면서 세계회의에 힘을 실어주었다.

세계농업유산국제회의에 참석한 제주도(세계농업유산 등재 T/F팀)는 스페셜토픽과 프리젠테이션 세션 그리고 한·중·일 워크숍에서 국가농업유산인 '제주밭담'을 가지고 참석한 전 세계인들과 한·중·일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제주밭담이 기존 논농업시스템 중심의 세계농업유산과의 차별성으로 인해 참석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이 대상이 되었다. 제주밭담의 유산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FAO 관계자와 전 세계인들로부터 향후 세계농업유산 등재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번 국제회의 참석을 통해 우리 농업유산에 대한 홍보뿐만 아니라 세계농업유산 관련 주요 관계자들과 인적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추후 세계농업유산 등재에 우군을 만드는 성과도 얻어냈다. 특히 한·중·일 워크숍에서는 오는 8월 제주에서 한·중·일 워크숍을 열자는 협의도 이끌어냈다. 현재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중국이 세계농업유산 분야를 주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세계농업유산 등재를 위한 앞으로의 과정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 우선 세계농업유산 등재 신청서를 GIAHS의 변화상에 따른 심사위원들의 눈높이에 맞도록 질 높게 보완하는 작업과 국제회의에서 맺어진 인적네트워크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가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세계농업유산국제회의와 한·중·일 포럼 시 보여준 제주밭담에 대한 많은 관심을 어떻게 유지·관리해 나가느냐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 하겠다.

세계농업유산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이 시스템이 농업과 농촌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을 제주지역 농업인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그 방법과 효과를 인식하도록 하는 것도 긴요한 과제이다. 이를 바탕으로 농식품부, 제주도, 언론, 제주발전연구원과 제주도민이 하나가 되어 GIAHS가 향후 훌륭한 제주도의 자원이 될 것이라는 공감대를 갖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제주밭담은 토지 간 경계를 표지하는 경계석의 기능만을 해온 것이 아니다. 바람을 걸러내고 토양유실을 막아내며 우마의 농경지 침입을 방지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하며 제주농업을 1천 년이 넘도록 지켜온 소중한 농업유산이다. 어디 그뿐인가. 제주섬의 경관을 한층 돋보이게 하는 제주의 미학이기도 하다. 이토록 소중한 자원을 어떻게 보존하고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우리 도민 모두의 것으로 확산되길 기대해본다. <강승진 세계농업유산 등재 TF팀·제주발전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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