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路 떠나다]수망리 '물보라길'

[길 路 떠나다]수망리 '물보라길'
잔잔한 바람따라 걷다보면 몸도 마음도 "休~" 좋다
  • 입력 : 2014. 03.21(금) 00:00
  • 최태경 기자 tkchoi@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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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에 위치한 '물보라길'은 6가지 각기 다른 테마로 걷는 재미를 더해준다. 물보라길로 향하는 탐방로 초입길. 최태경기자

6가지 길 각각 테마 달라 걷는 재미 새록
오름서 넓은 초원 바라보면 피로가 '싹~'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에는 랜드마크가 하나 있다. 2000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고 2006년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물영아리오름'이다. 오름 정상에 분화구가 있어 늘 물이 잔잔하게 고여 있다는데서 '물영아리'라 불린다.

물영아리오름 습지는 제주도 기생화산분화구의 대표성과 전형적인 온대산지습지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 원형이 잘 보존된 습지와 자연성이 높은 숲이 어우러진 생물, 지형, 지질 및 경관생태학적으로 우수한 습지다. 국내에서는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다.

이렇게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물영아리오름 둘레에는 여섯 가지 테마로 구성된 둘레길이 탐방객을 맞이하고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 '탐라지' '탐라지도' '제주삼읍도총지도' 등에 따르면 마을 이름인 '수망'은 水(물)과 望(바라다)가 합쳐진 것으로, 수망촌은 '물보라마을', 수망천은 물보랏내 등으로 쓰였다. 왜 수망리의 물영아리오름 둘레길이 '물보라길'로 명명됐는지 가늠할 수 있다.

물보라길은 오름을 중심으로 약 4.8㎞ 정도다. 성인 걸음으로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여섯 가지의 길이 각각의 테마를 갖고 있어 한바퀴를 다 돌면 하나의 선물세트를 받은 듯한 느낌을 받는다.

길은 자연하천 길과 소몰이 길, 푸른목장 초원길, 오솔길, 삼나무숲 길, 잣성 길로 나눠진다.

▲오솔길.

남조로 물영아리 탐방로 입구에는 특산물판매점이 있다. 일단 물보라길 입구로 가기 위해서는 판매점 옆에 있는 탐방안내소를 거쳐 물영아리오름 정상탐방로 입구로 향하는 길로 향해야 한다.

오름 앞마당에 펼쳐진 드넓은 초원을 곁에 끼고 자갈밭에 일정간격으로 목재를 놓아 만든 길을 걷게 된다. 본격 탐방에 앞선 워밍업이라도 하라는 것같다.

가다보면 자연하천 길 입구가 나온다. 숲길이라고 부르기엔 뭔가 허술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험난하다. 수망천의 한 자락이다. 말 그대로 물이 흐르는 하천 길인데, 나뭇가지마다 색깔있는 천으로 표시를 해 놓았기 때문에 길을 잃을 위험은 없다.

하천 길 350m 구간을 벗어나면 시멘트길이 나오는데 소몰이 길이다. 500m 정도 되는데 초입부분만 시멘트길이고 전 구간이 '울퉁불퉁' 돌길이다. 왜 소몰이 길이라 이름이 붙여졌는 지 실감할 수 있다.

얼마 가지 않아 푸른목장 초원 길(500m)이 나온다. 길 이름 그대로다. 하천길의 투박함과 소몰이 길의 불규칙성으로 긴장했던 탐방객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다음에 이어지는 오솔길 바로 전에는 오름이 있는데, 이 곳에서 바라보는 눈쌓인 한라산의 모습은 수망팔경 중의 하나인 '앙망설산'(仰望雪山)으로, 드 넓은 초원과 함께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쌓였던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오솔길(800m)과 삼나무숲 길(800m)을 지나면 잣성 길 입구가 나오는데 복수초 군락지의 앙증맞은 노란 꽃망울들이 탐방객을 맞이한다. 내리막인 오솔길과 삼나무숲 길을 걷느라 분주했던 마음을 추스리라는 의미 같다.

물보라길은 이처럼 오름과 목장, 손대지 않은 원시 그대로의 자연하천, 농경과 목축문화까지 엿볼 수 있는 잣성 그리고 수망팔경의 비경까지 다양한 테마가 어우러진 길이다.

한편 탐방할 때 유의할 사항도 있다. 비가 올 경우 하천이 범람해 위험할 수 있다. 보호되는 지역이기에 뱀의 출현도 잦아 등산화를 착용하는 등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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