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유권자의 25퍼센트

[월요논단]유권자의 25퍼센트
  • 입력 : 2014. 05.12(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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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선거에서 당선자와 낙선자의 표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2년 전 박근혜 후보는 문재인 후보를 3.6% 차이로 이겼다. 이명박 후보는 정동영 후보를 20%가 넘는 큰 차이로 이겼지만 노무현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이긴 것은 겨우 2% 남짓한 표에 불과했다. 유권자가 4000만 명이 넘어도 투표해보면 결국 간발의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다는 얘기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우근민 후보와 현명관 후보의 표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김태환 후보가 현명관 후보를 이긴 것도 1%를 조금 넘었다. 진 사람의 입장에서는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이다.

제주는 유권자의 25%가 한 곳에 몰려 있는 것을 잊을 때가 많다. 그곳이 농업이다. 제주 유권자의 수가 46만 2000 명이고 농업인 수가 11만 3000 명이니 정확하게 따지면 24.5%이다. 민선 1기, 4기, 5기는 11만 표를 조금 넘게 얻어 당선되었다. 농업인 표만 얻어도 도지사는 따 놓은 당상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농업인의 표심을 읽지 못하면서 도지사가 되겠다는 꿈은 아예 접는 게 낫다.

좋은 농업정책만큼 제주의 미래를 밝게 하는 것이 없다. 관광 산업과는 다르게 수입의 전부가 제주에 터를 잡고 사는 사람 손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2013년 감귤 조수입이 9000억 원 안팎이 될 것이라고 기뻐했다. 감귤이 좋은 가격을 받게 된 이유는 감귤농가의 노력보다는 좋은 감귤정책의 산물이라는 측면이 더 크다.

적정 생산량을 위한 노력은 민선 1기 말에 폐원정책으로 시작되었다. 그동안 1300억 원을 지원하며 5000 ha에 가까운 감귤원을 폐원하며 과잉 생산의 단초를 없앴다. 최근 감귤당도가 높은 이유도 사실은 민선 3기부터 시작된 간벌 지원정책 덕분이다. 그동안 전체 감귤원의 70%를 간벌했다. 간벌한 나무 사이로 햇빛이 잘 들어 당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민선 3기에 시작된 FTA 기금 사업은 노지감귤에서 하우스 감귤과 만감류로 중심축이 이동하게 한 계기였다. 노지감귤 면적도 줄이고 가격 좋은 한라봉, 천혜향, 레드향을 재배하게 된 밑거름이다. 모든 과수 중에서 감귤만 유일하게 정부에서 폐원과 간벌자금을 지원받았다. 정부의 FTA 총 지원금액의 약 40%가 제주감귤에 지원된다. 이런 결실들은 국회에서 제주농업을 위해 두 눈을 부릅뜨며 예산을 따 온 국회의원과 제주도정의 합작품이다. 그래서 감귤소득이 높아진 것은 감귤농가의 노력 뿐만 아니라 정책의 힘도 컸다.

다가오는 민선 6기에도 농업의 숙제는 많다. 해마다 월동채소 과잉생산으로 산지폐기, 시장격리로 몸살을 앓는다. 탄탄대로를 달리던 한라봉도 올해부터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두면 틀림없이 감귤을 땅에 파묻던 과거의 쓰라린 경험을 되풀이 할 것이다. 그래서 농업정책은 여전히 모든 도지사 후보자 정책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후보자 중에 어느 누구도 25%의 표를 가진 제주농업을 정책의 중심에 두지 않는다. 여·야 모두가 강정해군기지, 드림타워, 제주공항, 중국자본, 고령화, 4·3 추모에 대해서는 열을 올리면서도 농업이라는 단어와는 거리를 둔다. 도의원 선거에서도 7석의 비례대표 중에 유권자의 25%가 농업인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그에 걸 맞는 대우를 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농업인의 당연한 권리를 찾지 못하는 이유는 농업인 스스로에게도 있다. 선거 때만 되면 25%의 권리는 뒤로 한 채 지연, 혈연, 학연에 몰려다니며 흩어지는 어리석음 때문이다. 후보자들에게 유권자 25%의 농업인 표심을 얻으려면 모든 정책에서 농업이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유권자 25%의 가치를 알고 무서움도 안다. <현해남 제주대학교 생명자원과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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