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愛 빠지다]김학신 한국마사회 서울본부장

[제주愛 빠지다]김학신 한국마사회 서울본부장
"바람의 섬 제주살이 행복 에너지로 충만"
  • 입력 : 2014. 06.20(금)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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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가 좋아 가족과 함께 제주에 정착한 김학신 한국마사회 서울본부장이 제주시 한림읍 동명리 문수동 집에서 부인 김윤자씨와 환하게 웃고 있다. 강희만기자

귤·물·말·돌 제주의 최고 자산
전국 최초 '말 특구' 이점 살려
해안길 따라 승마상품 등 제안

제주가 마냥 좋아 도민으로 터잡고 살면서 수도권 직장에서 주5일을 근무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제주행 비행기를 타는 남자가 있다. 경기도 과천시에 있는 한국마사회 서울본부 김학신 본부장이다. 그에게 전화를 걸면 '떠나요 둘이서~'로 시작되는 '제주도 푸른 밤' 노래가 흐른다. "제주공항에 내리자마다 밀려드는 청정 공기와 바람결이 그렇게 맛날 수가 없다"는 본부장이 정착한 곳은 제주시 서부지역인 한림읍 일주도로에서도 중산간으로 제법 들어선 동명리 문수동이다.

김 본부장과 제주와의 인연은 1996년 한국마사회 제주경주마육성목장에 근무하면서부터다. 당시만 해도 수도권 등에서 제주 근무를 기피하거나 제주로 발령나면 가족과 떨어져 혼자 내려오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김 본부장은 제주 근무를 지원해 부인 김윤자씨와 두 딸의 즐거운 제주살이에 들어갔다. 그간 마사회 부산경남지역본부장, 제주경마사업처장 등을 지내면서 부산으로, 서울로 근무지가 여러차례 바뀌었지만 마사회에 근무한 28년의 절반인 14년을 제주에서 살았다. 제주대학교 행정대학원에 다니면서 다양한 분야의 제주사람들과도 친분을 쌓아 부부는 지루할 틈이 없다.

널찍한 부부의 집 주변 텃밭에선 사과·배·감·대추 등 과일나무가 자라고, 고추·상추·토마토·가지 등 갖가지 야채를 친환경으로 재배해 매일 필요한 만큼씩 수확해 건강한 밥상을 차린다. 김 본부장의 집을 찾은 날도 그는 갈옷을 입고 텃밭을 가꾸던 참이었다.

오름과 바다가 지척인 제주에서의 생활은 일상이 늘 힐링이라는 부부. 해마다 5월이면 안개 자욱낀 중산간 숲에서 고사리를 꺾노라면 머리에서 발끝까지 행복감이 밀려든다. 낚시를 즐기는 남편과 함께 찾은 바다에선 어김없이 연세 지긋하지만 여전히 현역인 해녀들을 만나게 되고, 해산물이 가득한 망사리를 뭍으로 끌어내는데 조금의 손을 보태기라도 하는 날이면 문어, 미역 등 해산물을 맛보라며 내주는 넉넉한 인심에 절로 힐링이 되고 제주사람으로 사는 순간순간이 행복하다고 했다.

김 본부장은 예부터 말(馬)의 고장이자 올해 1월 전국 최초로 말 산업 특구로 지정된 제주의 말 산업 발전방향에 대한 생각도 털어놨다. "제주에는 해안을 낀 승마장이 10여곳 있다. 제주 해안을 따라 걷는 올레길이 있듯이 마을과 어촌계 등 지역과 협의해서 해변승마 상품을 만들면 전국의 승마동호인들을 제주로 불러들일 수 있을 것이다. 승마를 즐기는 이들에게 해변에서 승마를 하는 게 꿈이다." 또 "제주에 조랑말이 있듯이 몽골, 베트남 등 여러 나라에 향토마가 있는데 제주가 주도적으로 세계향토마경마연맹을 만들어 사무국을 제주에 둬 교류하면 이색경마상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라고 밝혔다.

제주에는 청정 환경, 곶자왈, 올레, 해녀, 돌담 등 자원이 무궁무궁하지만 김 본부장이 제주를 먹여살렸고, 앞으로도 먹여살릴 것이라고 꼽는 제주 최고의 자산은 귤, 물, 말(馬), 돌이다. 우연일까? 모두 한 글자로 된 상품이다. 제주의 자연석을 밀반출해 다른지방에서 조경에 사용되는 것을 적잖이 본다며 돌을 지키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다른 데서는 소주 한 병을 먹지만 제주에서는 세 병을 마셔도 괜찮다는 이유에도 진한 제주사랑이 묻어난다. "첫째 물이 좋고, 둘째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 즐겁게 마시고, 셋째 세 병을 마셔도 제주바람을 쐬면 술이 금방 깬다"고 말한다.

그의 집이 있는 한림터 이름을 아직 정하지 못했다는 부부는 아직도 생각중이지만 모다들엉, 쉬멍놀멍, 노리터 중에서 고를 생각이다. 다른 이름이지만 어울려 살아가는 곳이란 점에선 닮은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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