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맛집을 찾아서](77)도남동 '이모네한식'

[당찬 맛집을 찾아서](77)도남동 '이모네한식'
늘 그리운 어머니의 손맛
  • 입력 : 2014. 07.04(금) 00:00
  • 강봄 기자 spri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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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지만 어머니의 정성이 가득한 집밥. 강경민기자

10여년 동안 가격 그대로 '6000원'
화학조미료 사용 않고 재료 참맛

정성 가득한 집밥 심신 절로 치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네는 '스마트'한 세상에 길들여지면서 옛 향수에 무덤덤해지고 있다. 음식 또한 마찬가지다. '빨리' 맛을 낼 수 있는 화학조미료의 유혹에 빠진 탓에 이것들이 가미되지 않은 음식을 접할 때면 '심심하다'며 수저를 내려놓기 일쑤다.

그러한 우리네에게 소박하지만 정성이 가득한 어머니의 손맛은 그리운 추억이자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그 '무엇'이다. 사실 그리 볼품없는 평범한 밥상이 '뭐 그리 대단하나'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머니의 손맛이 가득 배인 밥상이야말로 가장 푸짐하고 든든한 보양식이 아닐까 싶다.

문득 어머니의 밥상이 그리울 때 가까운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건 어떨까. 제주시 도남동에 위치한 '이모네한식'도 그 중 한 곳이다. 그러나 일반 식당이 아니다.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진짜' 집이다. 집 안방이나 거실에 앉아 먹는다.

이 곳 메뉴는 딱 한 가지, 정식뿐이다. 말 그대로 '집밥'만 있다. 그렇다고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집밥이 아니다. 평일만 가능하다. 그것도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문을 연다. 공휴일을 비롯한 토·일요일은 쉰다.

국과 반찬은 그날그날 달라진다. 보통 8~10가지의 밑반찬이 제공된다. 찌개의 경우 예전에는 된장찌개, 청국장, 김치찌개 등을 번갈아가며 밥상에 내놓았지만 지금은 누구나 부담스럽지 않게 먹을 수 있는 김치찌개만 나온다.

이모네는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김치는 물론 젓갈, 된장, 간장, 식초 등도 어머니가 직접 만든다. 채소도 오라동에 있는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것들을 이용하고 있다. 김치찌개의 경우 양파, 호박, 대파 등을 넣어 푹 딸린 후 우려낸 육수를 사용한다. 그 맛이 깨끗하고 깔끔해 일품이다.

이처럼 '온 식구'의 밥 한 끼를 위해 어머니는 엄청난 공을 쏟아붓는다. 이렇게 온갖 정성이 가득한 밥상 가격은 10년 전과 같은 6000원. 공기밥 추가시 1000원이다. 예전에는 '공짜'였지만 2년 전부터 받고 있단다.

안방주인인 라정자(61)씨는 식구가 아닌, 남의 밥상을 차려준다는 게 힘든 일일 줄 정말 몰랐단다. 지금은 손에 익어 그리 힘들지는 않다고. 10년이 되다보니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많이 찾아온단다. 대부분 단골손님이다. "집밥 먹고 싶다고 멀리서 여기까지 찾아오는 분들을 생각하면 정성이 안 들어갈래야 안 들어갈 수 없죠."

이모네는 화려하지 않다.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가게(?)를 둘러 보니 정말 우리네 집이다. 음식을 만드는 공간도 조리실이 아닌, 부엌이다. 양택삼요(陽宅三要)라 했다. 양택은 건물을 말하며 삼요는 대문, 부엌, 안방을 의미한다. 대문과 부엌, 부엌과 안방의 동선을 고려해 공간배치를 최적화했다. 부엌이 집안 사람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공간이기에 옛 사람들은 이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던 것이다.

이모네 집밥은 이런 부엌에서 만든다.

오늘 시골에 계신 어머니께 밥 먹으러 간다고 해볼까. 어머니의 손맛을 잊어버릴까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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