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愛 빠지다]김장환 서귀포시귀농·귀촌협의회장

[제주愛 빠지다]김장환 서귀포시귀농·귀촌협의회장
"귀농 귀촌교육이 정착 큰 도움"
외교관 퇴직 후 제주행…중국通에서 이젠 제주通으로
  • 입력 : 2015. 01.09(금) 00:00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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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 공직을 마치고 제주에 이주한 김장환 서귀포시 귀농·귀촌협의회장은 3년만에 비로소 제주에 빠졌다고 한다. 강경민기자

몇 년 전까지 중국 광저우 총영사를 지내며 중국 외교의 중심에 있었던 김장환(63) 서귀포시 귀농·귀촌협의회장. 제주에 정착한지 3년도 채 안됐지만 450명이 넘는 서귀포시 귀농·귀촌협의회장을 맡을 정도로 누구보다 제주생활에 열정적인 사람이다.

김 회장과 제주와의 첫 인연은 1986년 제주로 가족여행을 오면서 시작됐다. 당시는 막연히 은퇴 후 인생 2막은 제주에서 시작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막연함은 확신이 됐다.

2012년 봄 퇴직하자마자 아내와 함께 서귀포로 이사를 했다. 제주의 실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나서 보금자리를 짓는게 좋지 않겠느냐는 주변의 조언을 고려해, 처음엔 아파트에 살면서 제주 정착에 공을 들이기로 했다.

현역에서는 외교의 달인이었지만 농사일에서의 그는 초보였다. 심지어 '농지원부'라는 단어도 제주에 와서 처음 들어봤다고 한다. 지인과 동사무소의 도움으로 농업정보를 얻고 오일장에서 각종 농기구를 구입했다. 하지만 제주로 이주한 첫 해인 2012년은 혹독했다. '볼라벤'을 필두로 한 3개의 태풍이 내리 제주도에 상륙하는 바람에 수확이라야 매실 50㎏과 고구마 200㎏이 전부였다. 김 회장은 "그래도 고구마는 모양이 없어도 맛은 좋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정착한지 6개월이 지났을 때 제주에서 시행되는 귀농귀촌교육을 알게 됐다. 정착에 대한 확신이 흔들려 걱정됐던 그에겐 좋은 기회이자 계기였다. 농협중앙회가 주관하는 교육을 시작으로 서귀포시청, 농업기술원 등에서 1년동안 교육을 받으면서 귀농귀촌한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게 됐고 정착에 필요한 정보도 교환할 수 있었다.

귀농귀촌교육을 통해서 제주 정착에 대한 확신이 서면서 그는 미뤄두었던 보금자리 마련을 결심했다. 고구마와 매실을 일궜던 밭의 일부분만 남기고 그곳에 집을 짓기로 했다. 3층짜리 집에는 당초 자신이 계획했던 '한라산 행복학교'와 평소 아내가 희망했던 '국선도수련원'을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2014년 9월 꿈에 그리던 부부의 보금자리가 완공됐다. 그는 "한라산이 한 눈에 보이고 황금빛 감귤정원이 앞뒤에, 옆으로는 돌보아야 할 매실나무와 사철 텃밭이 있다"며 "차를 마시며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를 나눌 이웃도 늘어나고 있어 이제야 제주도의 아름다운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착 3년만에 그는 비로소 제주에 빠졌다.

제주에 살고 싶다며 이주하려는 이들에겐 귀농 선배로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제주로 오려는 사람들은 제주생활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다. 아무런 준비 없이 막연하게 제주에 왔다가는 실패의 지름길"이라며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풀꽃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는 시(詩)처럼 이제 그에게 제주는 자세히 봐서 더 예쁘고, 오래 봐서 더 사랑스러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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