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路 떠나다]별도봉~화북포구 시가 있는 등대길까지

[길 路 떠나다]별도봉~화북포구 시가 있는 등대길까지
  • 입력 : 2015. 01.30(금) 00:00
  • 최태경 기자 tkchoi@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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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의 명소로 부상하고 있는 별도봉 산책로는 시민뿐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별도봉과 곤을마을을 잇는 올레길(위). 제주4·3의 아픔을 간진한 화북동 곤을마을터(아래). 최태경기자

"파란 제주바다와 하늘보며 운동하고
시가 있는 등댓길에선 여유를 느낀다"

별도봉 해안절경과 조망권은 '으뜸'
제주4·3의 아픔을 간직한 곤을마을
화북방파제 벽면 '시가 있는 등대길'

도심과 가까워 도시에 지친 이들이 '쉼표'를 찍을 수 있는 곳으로 제주시 별도봉에서 화북포구까지 이어지는 해안 올레길을 추천한다.

제주시 별도봉을 오르기 전 제주항과 화북 앞바닥까지 조망할 수 있는 탁 트인 평지가 있다. 이 곳은 오현고등학교쪽에서 별도봉으로 오르는 길목에 있다.

시민들에겐 바다경치를 보며 운동을 즐길 수 있는 곳, 올레길을 찾은 관광객들에겐 잠시 먼 제주바다와 하늘을 바라보며 쉼표를 찍을 수 있는 곳이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아이들을 맘껏 뛰놀게 해 줄 수 있는, 연인과 함께라면 흔들의자에 몸을 맡길 수 있는 낭만의 장소이기도 하다.

별도봉 밑 해안절경으로 내려가는 길을 돌아 곤을동까지 이어지는 해안길은 짧지만 오소록하게 쉴 수 있는 평상도 있어 운치가 있다. 길이 잘 정비돼 있어 별도봉 바로 아래 해안절경을 감상했다가 돌아올 수 도 있다.

얼마가지 않아 돌담이 잘 정비된 집터를 만난다. 빈집터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화북동 곤을마을이다.

항상 물이 고여있는 땅이라는 데서 그 이름이 붙여진 이곳 곤을마을(坤乙洞)은 화북천 지류를 중심으로 '밧곤을' 가운데 '곤을', '안곤을'로 나뉘어진다. 곤을마을은 고려 충열왕 26년(서기 1300년)에 별도현에 속한 기록이 있듯이 설촌된 지 700년이 넘는 매우 유서 깊은 마을이다.

주민들은 농사를 주로 했으며, 바다를 끼고 있어 어업도 겸하면서 43가구가 소박하고 평화롭게 살았다. 그러나 제주4·3의 와중인 1949년 1월 4일 아침 9시쯤 군 작전으로 선량한 양민들이 희생되고 온 마을이 전소되는 불행을 겪었다. 당시 모든 가구가 전소됐고 24명이 희생됐다.

마을 입구에는 "초가집 굴뚝 연기와 멜 후리는 소리는 간데없고 억울한 망자의 원혼만 구천을 떠돈다. 별도봉을 휘감아 도는 바닷바람 소리가 죽은 자에게는 안식을 산 자에게는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있다"며 "제주4·3으로 이 고장을 지키다 가신 님들의 명복을 두 손 모아 빌면서 다시는 땅에 제주4·3과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는 표석이 세워져 있다.

곤을마을 안에는 4·3해원 상생 거욱대가 있는데,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제주도지회에서 지난 2004년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기원하며 세운 것이다.

곤을마을을 지나 화북천을 건넌다. 많은 비가 내리면 포장된 윗길로 빙 돌아서 가야하지만, 평상시에는 건천이기에 하천을 내려왔다가 가로질러 올라가면 된다.

해안도로변에는 커피숍과 게스트하우스를 겸한 곳이 있는데, 바로 앞에 해안가와 인접한 작은 공원이 마련돼 있어 차 한잔의 여유를 만끽할 수도 있다. 단 사유지라 음료를 사거나 게스트하우스에 묵으면 이용할 수 있는데, 잠시 둘러볼 요량이면 별다른 제지는 없을 것 같기도 하다.

화북포구까지 걷다보면 금산마을의 또다른 명소로 자리잡은 '시가 있는 등대길'을 만난다. 화북포구를 에워싸고 있는 서방파제에 지난 2010년 제주문화예술재단이 공공미술사업의 일환으로 조성했다. 시와 그림이 방파제 벽면을 따라 새겨져 있다. 등대길로 들어서면 파란 바다와 하늘이 시원스럽게 펼쳐지면서 삼양 원당봉이 눈앞에 다가온다.

시가 있는 등대길에 새겨진 정인수의 시 '삼다도'가 마음 깊이 들어온다.

삼다도

-정인수


바람이 파도 끝에

파아란불 켜기어 올라



소라속 뒤틀린 세상

비비틀어 올리다가



노오란 띠 지붕 감아돌아

밀감잎에 스민다



포구로 돌아와 보면

고향은 언제나 타향인데

반기는 어정쩡한

표정들이 있어

아아 굽어 보면



맨발로 짓무르던 유년

피어나는 미소들......



정일랑 돌틈에 묻고

돌아서면 시퍼런 작살



쌍돗대 하늘을 박차

태양을 밀어붙이며,



망사리 두툼한 무게만큼

부풀어 오르는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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