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愛빠지다]애월파출소장 박상진씨

[제주愛빠지다]애월파출소장 박상진씨
36년 외길 인생 종착역은 제주
  • 입력 : 2015. 06.05(금) 00:00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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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애월파출소장은 "그동안 터득한 경찰업무로 지역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경민기자

"아버지 가지 마세요."

동료들의 숱한 만류에도 꿈쩍 않던 박상진(60)씨도 아들의 말에는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자식들 모두 서울에 남겨놓고 친인척 하나 없는 곳으로 가는 아버지의 마음이 오죽했을까. 박씨는 요동치는 마음을 다잡고 아들에게 말했다. "누구에게나 자기 인생을 선택할 권리가 있단다. 나를 이해해다오."

박씨의 제주행은 그렇게 시작했다. 올해 1월 부인의 손을 잡고 제주시 외도동에 둥지를 틀었다. 박씨는 경찰(경감)이다. 순경 초임 시절 부산에서 잠시 근무한 것을 제외하고는 고향인 서울에서 줄곧 경찰 생활을 했다. 서울수서경찰서, 청와대 경호실(파견 근무), 서울종암경찰서 등에서 형사, 경무, 경호 등의 임무를 맡았다.

36년간 외길 인생은 이제 종착 역을 앞두고 있다. 그는 내년 말 정년 퇴직할 예정이다. 그런 그가 나고 자란 서울에서 동료들 환호를 받으며 경찰서 정문을 나갈 기회를 뿌리쳤다. 물론 주위의 만류도 많았다. 동료들은 서울에서 퇴직하고 그 뒤에 제주에 정착해도 늦지 않다며 그를 붙잡았다. 서울에서 줄곧 경찰관을 한 그가 낯선 제주에서 제대로 업무를 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표도 뒤따랐다. 외지인들에게 배타적인 제주의 문화가 걱정스럽다는 아들의 말도 머리 속을 맴돌았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가족과 동료들이 괜한 걱정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가족·동료 만류 뿌리치고 정착
서울 특수 시책들 접목하고파
어딜가든 나는 대한민국 경찰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 근무를 하든지 제가 대한민국 경찰이란 사실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제주 경찰 다르고, 서울 경찰 다르고… 굳이 지역을 가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죠."

수많은 지역 가운데 제주행을 택한 나름의 이유도 있었다. 가끔 가족들과 여행을 오며 보고 느낀 제주의 풍광은 그의 마음을 사로 잡기 충분했다. 여기에 서울에서 시행했던 특수한 경찰 시책을 제주에도 접목시키고 싶다는 바람도 있었다.

그는 제주서부경찰서 애월파출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애월파출소가 문을 연 이래 '외지인'이 소장을 맡은 것은 30년만에 처음이다. 박 소장은 처음 생각했던대로 서울의 특수 시책을 제주에 접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른바 '자전거 순찰'. 순찰차와 달리 자전거 순찰은 거리를 천천히 돌며 마을 주민들에게 친근히 다가가고, 좁은 골목을 구석구석 살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더구나 애월파출소에 배치된 순찰차도 한 대 뿐이다.

"시범적으로 최근 어울림 자전거동호회 회원들과 자전거를 타고 봉성리 일대를 순찰해봤는데 주민들 반응이 좋았습니다. 자전거 순찰을 정기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지요."

뿐만 아니라 박 소장은 주민들에게 다가가려고 정기적으로 각 가정을 방문고 있다고 했다. 외지인 색깔을 벗기 위한 노력 가운데 하나다. 경찰서, 경찰청이 아닌 애월파출소 근무를 지원한 이유도 하루 빨리 외지인 옷을 벗고 싶다는 이유에서 비롯됐다.

인터뷰를 하는 중에 박 소장의 1년 뒤가 궁금해졌다. 경찰을 그만둔 그가 꿈꾸는 제2의 인생이란 어떤 것일까.

"아직도 고민 중이긴 합니다만, 제가 그동안 터득한 경찰 업무로 지역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그게 제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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