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한일 정상회담의 중재지로 제주를 생각해 본다

[월요논단] 한일 정상회담의 중재지로 제주를 생각해 본다
  • 입력 : 2015. 06.08(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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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쓰나미'라고 불러도 심하지 않을 정도다. 관광객이 넘쳐 나던 공항, 길거리는 텅 비었다. 도민들은 이 익숙지 않은 풍경에 크게 당혹해 하고 있다. 메르스 원조인 사우디가 메르스 퇴치 전쟁을 3년째 하는 것을 보면 이 어려운 상황이 일시적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 이 휑한 거리와 상점을 보면 누구든지 한마디 한다. 그 많던 중국관광객은 어디 갔냐고. 중국 관광객이 없는 제주관광은 생각할 수 없는 수준이 오늘날 현실이다.

제주관광은 수십 년 동안 일본관광객 중심이었는데 하루아침에 중국관광객에 의해 제주경제가 결정되는 불안정한 경제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일본방문객의 대폭 감소는 엔저라는 경제적 측면만이 아니라 어쩌면 정치와 외교문제가 일본관광객의 방문을 더디게 하고 있는 더 큰 요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풀기 쉽지 않은 역사문제로 두 나라의 정상이 계속 엇박자를 내고 분위기는 갈수록 험해지고 이제는 이를 중재할 나라조차 없다. 양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관광객을 끌어 오기 위하여 길거리 간판, 안내문, 지하철 등을 해당 국가 언어로 도배하면서 진력하고 있는데 정작 두 나라 정상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밤이 깊을수록 새벽은 온다는 말처럼 두 정상은 현재의 분위기가 더 이상 진전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긴박한 주변정황과 추락하는 경제문제 때문에 더 이상 협력하지 않으면 자신들의 정치입지가 역으로 초라해질 수 있다는 셈법은 이미 서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 자존심이라는 거대한 담론 앞에서는 쉽게 양보하지 못하고 있다. 안타까운 시간을 계속 흘러가고 이로 인해 제주관광까지 타격을 받는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모습'을 보고 있다. 억지논리인 것 같지만 제주가 속으로 만나고 싶어 하는 두 정상의 화해 분위기 조성을 해 보자는 것이다.

우선 제주는 한국의 다른 지역에 비해 정치적 색이 적고, 일본과 한국정상 은 물론 세계 정상회의를 수없이 개최했던 지역이라 일본이 보았을 때 부담이 덜 가는 곳이다. 때문에 제주의 정상회담은 정치적 판단보다도 편안한 만남으로 기획할 수 있을 것이다. 이로 인해 두 정상은 역사문제 등 무거운 주제를 다루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지 않아도 된다. 이 만남은 정부보다 제주도가 하는 것이 역시 정치색을 탈색할 수 있어 좋을 것 같다. 제주도가 중심이 돼 전국시도지사협의회와 일본 도도부현지사 합동모임이나, 제주도와 현재 협력하고 있는 일본지사들의 모임을 주최해 그 자리에 초청을 하는 방안을 제시해 본다. 최근에 개최한 제주포럼의 연장선에서 지금까지 참석했던 연사 중 양국이 인정하는 원로 모임을 개최하여 두 정상이 축사하는 형식을 빌릴 수도 있다. 물론 본 제안이 외교 무뢰한에서 나온 공상이라고 나무랄 수도 있지만 외교가 꽉 막힌 현재에 그래도 시도하는 의미는 있지 않겠는가. 이 노력 그 자체만으로도 국제자유도시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현재 도내 문제에만 몰입해 있는 도내 정치와 행정 주제를 다양화하며 중국관광객만 의존하는 현실을 전환하겠다는 메시지를 충분히 던질 수 있을 것이다. 3선 국회의원과 국회 외교통상위원장 경력을 가진 원희룡 지사이기에 제안해 보는 것이기도 하다. <양영철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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