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실칼럼] 중용속에서 건강을 찾다

[고경실칼럼] 중용속에서 건강을 찾다
인문학에 길을 묻다<6>
  • 입력 : 2015. 07.31(금) 17:29
  • 뉴미디어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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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길에 듣는 클래식음악인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와 차장밖에 펼쳐지는 짙어져 가는 녹음을 잔뜩 품은 나뭇잎들이 탱고를 추듯이 출렁거리는 모습은 내 마음을 경쾌하게 한다.

 요즘 TV 프로그램은 먹는 것이 대세를 이루고 있고 셰프들은 그 누구보다도 대중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내가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도 없이 TV에서 유명한 셰프가 보여주는 레시피에 따라 맛있게 해먹으면 그만이다. 그러고 먹는 음식은 입 속에서 모든걸 점유해버리기도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몸에 좋다'하는 입 소문에 따라 어떤 경우엔 식물이든 곤충이든 동물이든 그 대상이 멸종에 이르기까지라도 찾는 경우를 볼 수 있다.

 하지만 필자가 아는 어떤 지인은 암 판정을 받자 산속에서 갖가지 민간치유 요법을 동원해서 다양한 풀을 뜯어 즙을 내어 먹는 노력을 하였지만 끝내 말기로 확산되어 임종한 경우도 있다.

중용을 통해 세상을 깊게 생각해보는 시간

 의술이 발전하고 예방의학의 노력으로 많은 사람들이 초기에 발견된 암을 치료하고 건강을 회복하는 경우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필자의 지인중에도 정성을 다한 끝에 성공을 거두고 있는 분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하지만 어떤 계기로 특정한 방법에 현혹되어 아픔을 당하는 경우 또한 빈번히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어느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권장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내가 동양철학이 중심이라 일컬어지는 중용을 배우면서 그 속에 또 다른 진지한 이야기가 담겨있음을 발견했기에 이를 깊게 생각해보는 기회 가됐다.

 우리 인간은 이성과 감성이라는 성(性)을 바탕으로 작용하는 동물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용에서 중(中)이란 감성 즉, 희(喜)로(怒)애(哀)락(樂)이 잠재된 상태를 말한다고 하고 있다. 또한 적절한 시간과 상황에 맞추어 희로애락이라는 감성이 적용되고 발현되어 조화가 됐을 때를 화(和)라고 하고 있다.

 하늘과 땅이라는 대자연은 성을 통해서 우주질서의 근본을 행하고 있고 인간들은 배움을 통해서 궁극적 삶의 길을 찾아가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그래야만 건강한 인간의 삶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가서 희·로·애·락은 우리 인간의 내면에 있는 특징으로 연결되어있고 이를 바탕으로 음과 양으로 세분화하여 다양한 병을 치유했던 것이 조선 후기시대 '이제마'선생의 사상의학일 것이다.

 즉, 폐(肺)가 강하다면 애(哀)적인 성향이 강하고 오행으로 분류하면 (금)에 성격을 타고났다는 것이다. 또한 고집이 세고 성격이 강직한 점등으로 미루어 태양인(太陽人)이며 소리에 반응하고 양기가 크게 비추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만일 비장(臂)이 강하다고 한다면 노(怒)성을 띠고 있다고 보고 있다. 치열함이 잠재해 있어서 추진력과 열정의 행태를 보일 수 있다고 한다. 이런 경우에는 토(土)의 성향을 갖고 있고 색에 대한 분별 능력이 있으며 소양인(小陽人)으로 분류하고 양기를 띠고 있다 말한다.

 또한 간(肝)쪽이 강하다고 한다면 희(喜)적인 성향을 짙게 깔고 있어서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는 말이 있듯이 큼직한 결정들을 두서없이 하는 경우를 말하기도 한다. 이 경우를 오행으로 볼 때 목(木)에 해당되며 사상의학적으로 분류할 때는 태음인(太陰人)으로 분류하고 향기를 잘 느끼고 음기를 머금었다고 본다.

 끝으로 신(腎)장이 강하다면 감성 쪽에서는 락(樂)에 해당되어 맛에 반응하기도 한다. 매사에 작은 이벤트적 즐거움을 지향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오행으로는 수(水)로 분류하고 맛을 알며 사상의학에서는 소음인(小陰人)으로 나누고 음기를 갖고 있다고 본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신체 모든 부위가 그 특징을 보면 희로애락에 적용되는 부위로 분류할 수 있다고 보고 있기에 하나의 예를 들면 이러하다는 것이다. 그러면 양기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또 양기를 부여하면 어떨 것인가, 결국 양기가 넘쳐 균형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분류한 것은 전문성이 부족함으로 사실적 판단에 있어서는 결함이 있을수도 있음을 지적해둔다. 단 중용속에 이러한 이치가 있다는 필자의 견해로 보아주었으면 한다. 우리가 더 생각해야 될 부분은 '사람만 그런 성(性)을 갖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관찰해보면 만물이 다 그러한 내재적 성향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만 그런 성(性)을 갖고 있는가'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궁합이 결혼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었다. 물론 지금도 그런 경향이 강하게 남아있는 곳도 있지만 전에 비해 그런 관점이 흐려진 것은 사실이다.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어야 금슬이 좋은 관계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이 그 시대 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했을 것이다.

 또한 조선시대에 동의보감을 만들어서 의료시대를 선진화시켰던 허준선생도 모든 식생은 그 환경에 맞는 섭생의 원리가 적용된다고 했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사람은 제주에서 자란 약초를 갖고 치료가 되야 한다는 주장을 했는데 이는 대자연의 '발이계 중절(發而階中節)'의 원리를 적용한 것이라 생각해본다. 즉, 적절한 시간과 환경에 맞는 처방이 필요함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한의학적 사고들은 그러한 동양철학 속에서 출발점이 있다고 본다.

 내가 고혈압이 있고 당뇨에 취약했다면 몇 년 동안을 나의 타고난 체질에 역행하는 생활과 식생을 해왔고 음과 양의 균형이 틀어졌다는 것이다. 양기가 강하다면 음기가 서린 식품을 먹어야 하는 것이다. 흔히들 인삼은 양기 보양 음식이라 하고 돼지고기를 찬 음식이라 한다. 만물이 이런 분류를 통해 구분될 수 있다.

 남들이 건강에 이롭다니까 전문가 소견도 듣지 않고 매일같이 인삼을 섭취했다면 양기의 체질인 경우 혈압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생활도 스트레스와 술로 점철된다면 성인병에 걸릴 확률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좋은 것이란 내가 부족해서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요소가 바로 좋은 것이다. 남들이 좋은 것이 나에게도 좋은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모든 사람은 사람마다 체질과 생활습관 등에 차이가 있다.

 그래서 TV나 각종 언론에 노출되는 좋은 음식, 보양음식 그리고 기능성 식품들이 나와 궁합이 맞는지를 생각하고 섭취하는 것이 건강한 자연에 균형성을 상실하지 않는다는 필자가 생각하는 건강에 대한 중용의 이치를 말하고 싶다.

사람마다 체질과 생활습관 등에 차이

 필자는 이 생각을 하며 단순히 나의 육신에 대한 건강도 그러하지만 만물의 생존에 이치가 여기에 있음을 느껴보는 것이다. 장맛비가 계속되면 나는 칙칙해서 괴롭다 하지만 1년을 살아야 하는 식물이며 곤충들에게는 얼마나 절실한 우주의 순리인가. 태풍이 몰아치고 지진이 일고 하는 모습은 인간에게는 얼마나 거친 모습인가 마는 지구는 지구 스스로의 건강을 찾기 위해 스스로 그러한 과정을 통해 또 다른 균형성을 찾고 있다고 생각해 그 순리를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이치를 알아차리고 지속 가능한 삶의 길을 제시하신 공자선생의 지혜가 2천년이 지난 지금의 세대적 관점에서도 그 지혜의 빛을 발하고 있다. 나는 어떠한 상태에 있는가를 관찰하고 그에 맡는 음식과 예술 그리고 이를 나의 삶에 적용하는 것, 그것이 가장 멋진 삶이 아니겠는가 생각하며 여운이 깊어지는 이 순간... 다시금 성현의 말씀 속에 건강한 우리의 삶의 본체가 있음을 음미해 본다.<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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