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곶자왈의 재발견, 세계인의 보물로](7)곶자왈의 숲과 식생변화(상)

[제주 곶자왈의 재발견, 세계인의 보물로](7)곶자왈의 숲과 식생변화(상)
재선충병·각종 개발사업 등으로 훼손 위기감 고조
  • 입력 : 2015. 08.05(수) 00:00
  •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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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곶자왈은 과거 초지 확보를 위한 불놓기와 벌채 등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었지만 나무들의 생명력과 독특한 기후영향으로 옛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이에따라 곶자왈의 보전을 위해 적극적인 식생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금악리 낙엽활엽수림 곶자왈 전경= 곶자왈 숲(식생) 중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한다. 사진=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제공

다양성 위해 적극적인 식생 연구 필요성 제기
이용·보존 균형점 찾는게 가장 효과적인 보존 방법

'생태계의 보고', '제주의 허파'라고 불리는 곶자왈이지만 한때는 나무가 없이 돌 투성이 황무지였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국가차원으로 제주도에 목축을 권장하면서 초지 확보를 위해 중산간 지대에 대대적인 불 놓기 작업을 실시해 거대한 숲이 사라진 것이다. 또한 일제강점기와 해방 전후에는 대규모 벌목 작업과 땔감, 숯 굽기, 생활용재 등으로 나무를 벌채하면서 곶자왈의 나무들은 대부분 베어지고 사라졌다.

위기에 처한 곶자왈이 옛 모습을 찾은 것은 나무들이 보여준 생존력과 곶자왈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기후 영향 때문이다. 밑동 채 잘려나간 나무는 생명이 위태로운 비상 상황을 맞아 숨겨둔 싹을 틔우며 끈질긴 생명력을 발휘했다. 나무에 따라 많게는 수십개씩 싹을 틔우는데 그 가운데 몇개는 줄기를 이루며 살아남아 큰 나무로 자란다. 곶자왈의 나무를 관찰해 보면 비교적 굵은 나무들은 거의 대부분 하나의 밑동에서 여러개의 줄기가 자란 것을 볼 수 있는데, 1950~60년대 잘려나갔던 나무들이 싹을 틔워 다시 자라난 것이다. 이것이 곶자왈을 '맹아림'으로 부르는 이유다.

맹아(萌芽)는 싹을 뜻하는 한자로, 맹아림은 그루터기에서 싹이 자라나 숲을 이룬 곳을 뜻한다. 이런 고통과 시련이 나무의 생명력을 오히려 끌어내 숲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 것이다. 1970년대에 접어들어 벌채가 줄어들면서 곶자왈은 그대로 풍성한 숲이 됐고, 이제는 제주의 허파 역할과 더불어 다양한 동식물의 보금자리가 됐다.

이런 곶자왈이 최근 또다른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급격히 증가한 소나무 재선충병으로 인한 피해목 제거, 골프장과 리조트 등 개발사업으로 숲이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이때문에 곶자왈의 생태계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식생에 대한 연구와 보존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곶자왈은 지하수 함양 능력이 높다. 선흘곶자왈 수자원 함양 연구를 위한 물순환 조사 등 다양한 연구가 실시되고 있다.

▶제주도 곶자왈 숲

제주 지역에서 숲은 한라산국립공원 지역을 제외하면 중산간 이하의 오름과 목장 주변의 삼나무와 곰솔이 식재된 침엽수림, 계곡 주변의 구실잣밤나무, 동백나무, 붉가시나무 등이 우점하고 있는 상록활엽수림이 큰 숲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숲은 곶자왈 지역에 가장 큰 면적으로 남아 있으며, 면적은 약 110㎢로 제주도 전체 면적의 약 6%를 차지하고 있다.

곶자왈에서 키가 큰 나무가 자라는 숲은 서어나무, 때죽나무, 팽나무 등이 우점하는 낙엽활엽수림이 30.5%로 가장 넓다. 이어 종가시나무, 구실잣밤나무, 동백나무가 자라는 상록활엽수림이 10.8%, 삼나무, 곰솔, 종가시나무, 동백나무 등의 우점하는 침·활혼효림이 8%를 차지하고 있다.

곳곳에서 곶자왈 숲은 활발한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 곰솔림은 가장 큰 변화를 겪는 식생으로, 곶자왈 전체 면적의 7.1%를 차지하고 있다. 2014년 급격하게 증가한 소나무재선충병으로 인해 피해목이 제거되면서 급격한 식생 변화를 맞고 있는 것이다.

동백동산 상록활엽수림 곶자왈 전경= 식생이 가장 발달한 지역으로서 변화가 적고 안정적인 식생이 오랫동안 유지된다.

▶곶자왈 식생 변화

곶자왈의 숲은 오랫동안 방치되거나 보호되면서 울창한 숲이 형성되고 있으며, 지금도 다양한 식물이 새로 생겨나고 있다. 곶자왈은 과거에 소와 말의 방목지로 이용되거나 일부는 경작지로 이용되면서 그 원형이 훼손되기도 하였으며, 최근에는 골프장, 리조트 등의 대형 개발사업과 도로개설 등으로 인해 숲이 훼손되거나 없어지는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또한 최근 소나무재선충의 피해로 제주도 전체 곶자왈의 약 8%를 차지하는 침활혼효림과 곰솔이 우점하는 곰솔림 약 7.1%를 포함해 15% 가량은 피해목 제거로 인해 식생 변화가 빠르게 발생하고 있다.

반면에 소나 말의 방목이 줄어들면서 목장으로 이용되던 초지나 방목지는 다양한 식물이 자라면서 키가 큰 숲으로 식생이 변하고 있으며, 키가 작은 나무와 덤불이 자라는 지역은 천이과정(숲이 발달하는 과정)에 의해 더 크고 발달된 숲으로 성장하고 있다.

현재의 다양한 식생(경작지, 초원, 키작은 숲, 키큰 숲 등)은 그곳에서 잘 적응한 다양한 식물이 자랄 수 있기 때문에 곶자왈의 식물 종다양성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가는잎할미꽃과 같이 초지에서 볼 수 있는 식물의 경우 식생 천이(키가 큰 나무로 발달)에 의해 자생지 환경이 변하기 때문에 결국은 자랄 수 없게 되는 식물도 존재한다. 이에 다양한 연구를 통해 이용과 보존에 대한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곶자왈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다.

▶곶자왈 식생 연구 동향

제주도의 곶자왈은 약 60%가 사유지로서 개발의 유혹에 언제든지 노출돼 있다. 이들 사유지를 매입해 국유화를 통한 개발의 가능성을 줄이고, 체계적인 연구와 보호를 위해 산림청은 2000년대부터 2015년 현재까지 약 529㏊를 매입해 곶자왈시험림으로 지정했으며, 2023년까지 총 950㏊를 매입할 계획이다.

곶자왈시험림은 제주 서부지역의 저지리, 청수리, 무릉리와 제주 동부지역의 선흘리에 위치하고 있다. 곶자왈 시험림은 각 지역을 대표하는 식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상록활엽수림은 곶자왈시험림 면적의 46.9%인 248.1㏊로 가장 넓고, 곰솔과 종가시나무, 동백나무 등이 혼합된 침활혼효림이 38.3%를 차지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는 곶자왈시험림을 대상으로 기존의 지질과 동식물 분야에 국한된 연구에서 벗어나, 역사, 문화 등의 인문사회자원 분야, 산림생태계서비스, 관광 및 휴양 분야, 수자원 함양 연구 등의 새로운 분야를 망라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보존과 활용 연구를 위해 중앙정부 차원의 곶자왈 매입을 위한 지원 확대, 다양한 연구와 전문 인력의 확보,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지속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기반 조성, 중요성과 관심을 증대시킬 수 있는 홍보전략 등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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