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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탐라국 이래 제주의 행정 중심지였던 제주목관아는 지난 2002년 12월 복원을 마무리한 이후 남다른 볼거리와 이야깃거리를 선사하며 원도심 탐방의 핵심장소로 부각했다.
원도심 ‘무근성 방삿길’ 조성폭 130㎝ 옛길 흔적과의 만남
지난 여름 제주목관아의 재발견이 이뤄졌다. 2002년 12월에 복원을 마무리하고 일반에 개방됐지만 제주도민들은 그동안 이곳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혹자는 2000년 도읍을 상징하는 유적이라고도 평했지만 쇠락해져가는 원도심의 상징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다. 그런 곳이 지난 여름 야간개장과 음악회 공연을 통해 전성기를 맞았다. 제주목관아와 관덕정, 무근성 골목길로 묶을 수 있는 원도심 탐방 코스가 빛을 보게 된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탐라국 이래 제주지방 행정의 중심지였던 제주목관아는 남다른 볼거리와 이야깃거리를 선사한다. 그러나 제주도에 많은 인구가 유입되고 제주시는 날로 팽창해져가는데도 원도심은 인구 감소와 상권 위축 현상이 심화됐다. 복원되어 그 고풍스런 위용을 자랑하면서도 밤이면 문을 꼭 걸어잠근 제주목관아도 원도심 쇠락의 책임을 면할 수 없었다. 원도심 재생을 위해서는 원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제주목관아에 사람들을 유인할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주문화원은 지난 8월 29일과 9월 12일 두 차례에 걸쳐 '제주목관아 작음음악회'를 진행했다. 오후 7시부터 8시 30분까지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이 음악회는 제주목관아의 진가를 보여줬다. 별다른 무대설비도 없이 조명 정도만 준비한 공연이었지만 '연희각' 그 자체 만으로도 무대장치로 손색이 없었다. 제주목관아에서 이색 공연을 감상한 도민과 관광객들이 연속 공연을 요청할 정도였다.
제주관광공사도 제주목관아 앞마당(관덕정 광장)에서 7~8월 매주 토요일 저녁 '원도심 한여름밤의 작은 음악회'를 마련해 제주목관아 활성화를 거들었다. 그 결과 야간 개장 시간에만 400~500명이 이곳을 찾았다. 그렇게 하루 평균 관람객이 2배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제주목관아는 이 같은 호응에 힘입어 올해 여름 처음으로 시도했던 야간 개장을 내년에는 더욱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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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폭 130cm의 무근성 옛길.
최근 목관아 주변에 '무근성 방삿길'도 조성됐다. 방삿길은 민간과 행정, 경찰 등이 공동으로 추진한 범죄예방 디자인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사실 이들이 사업을 시작하기 전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더니 "어둡고 좁아서 무서워요", "저녁 이후엔 가급적 집 밖에 안 나가게 돼요", "가로등이 부족해요", "밝고 안전해졌으면 좋겠어요" 등의 답변이 수두룩했다. 그렇게 해서 취약지역을 새롭게 디자인해 범죄를 차단하는 범죄예방 환경디자인으로 조성된 이 길이 지금 관덕정 서쪽 골목길에서 시작해 중앙지구대까지 1.56㎞ 구간으로 이어진다. 가로등을 바꾸고, 벽부등을 새로 설치하고, 야광페인트를 입히고, 담장을 정비하는 등 새로운 모습을 갖춘 골목길을 만날 수 있게 됐다.
방삿길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무근성에는 옛길의 흔적도 남아있다. 관덕정과 서문로터리 사이의 골목길인데, 도로폭이 좁은 곳은 약 130㎝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옛길이 넓혀지고 정비되면서 그 원형을 잃어버렸지만 이 골목길만큼은 세월을 비켜갈 수 있었다. 어찌보면 2000년 도읍지의 흔적이라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