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고교체제 개편이 전제되는 연합고사 폐지여야

[월요논단] 고교체제 개편이 전제되는 연합고사 폐지여야
  • 입력 : 2015. 12.28(월) 00:00
  • 편집부 기자 seaw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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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지난 22일 고교체제 개편 및 고입제도 개선안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지난 1년에 걸친 고교체제 개편 관련 용역이나 공청회 과정에서 제안되지 않았던 고입제도 개선안을 전격적으로 제시한 것은 뜻밖의 일이다. 제주시동지역 평준화고의 신입생 선발방식을 내신 50%, 선발고사 50%에서 선발고사를 없애 내신 100%로 뽑겠다는 것이 골자이다. 고교체제 개편에 대한 도교육청의 강한 의지와 자신감을 담고 있는 방안인 듯하다.

도교육청의 고교체제 개편안은 '인 아시아 대학진학'의 거점이 되는 읍면지역 일반고로의 발전, '취업명품' 특성화고 육성, 국립 해사고 및 예술중점학교 운영 등과 연계해 평준화고의 과도한 경쟁률을 낮추면서 모든 고교가 선순환적 발전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개편안이 제대로 추진되고 정착될 수 있다면 읍면지역 일반고의 학교별 선발고사도 제주시동지역 평준화고의 연합고사도 그 의미를 상실할 것이고 자연스럽게 폐지될 수 있을 것이다. 고교체제 개편안에 대한 도민적 공감대과 협조가 반드시 따라야 하고, 정책실현에 대한 도교육청의 강한 의지와 추진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일각에서는 신제주권 일반고 신설을 주장하거나 특성화고의 일반고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읍면지역 일반고 중에서 선정될 예술중점학교의 성공가능성을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고교체제 개편은 제주교육의 정상화와 함께 지역균형발전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도교육청도 일각의 주장을 수용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나의 걱정은 오히려 읍면지역 일반고와 제주시동지역 평준화고의 학력 및 교실환경의 격차를 해소하면서 동반 발전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제주시를 두 개의 교육권역으로 나눠 읍면지역 일반고의 평준화고 편입방안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서귀포시의 경우도 가능하면 같은 방식으로 모든 일반고를 묶어 평준화고체제로 가야 한다.

교육청은 2019년도부터 연합고사를 폐지하겠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연합고사 폐지에 대한 요구가 있었기에 이를 환영하겠지만 걱정도 없지 않다. 예전처럼 내신100% 선발방식이 가져왔던 문제를 다시 낳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학교별 내신 성적 산출기준의 형평성, 급우들 간의 과도한 경쟁, 내신이 저조한 아이들의 성적 만회기회 상실, 전반적인 학력저하 우려 등이 가장 큰 문제들일 것이다. 교육청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고 앞으로 대책을 강구한다니 기다려봐야겠지만, 현재의 선발방식의 폐해를 생각하면 정책방향만은 분명히 옳다.

나는 일반고 진학자를 위한 선발고사나 연합고사를 없애는 대신 고입수학능력시험제를 제안한다. 말 그대로 수학능력시험이기에 성적에 등수를 매기지 말고 고교수학에 필요한 최소한의 성취기준 도달여부만 묻는 제도여야 한다. 과목별로 성취기준에 미달한 학생들을 위해 패자부활전 기회도 주어져야 할 것이다. 학력저하 우려를 없앨 수 있고 학교별 내신 성적 산출 기준을 정할 때 최소한의 지침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수학능력시험일 뿐이고 내신 성적을 산출하는 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 하는 것이 관건이다. 많은 토론과 공론의 과정이 필요하다.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는 일반고와는 달리 특성화고나 예술중점과정은 수시전형과 실기 중심으로 신입생을 선발해야 한다.

많은 논란 속에 어렵게 합의된 고교체제 개편안과 연합고사 폐지안이 선순환적으로 정착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렇게만 된다면 초·중등 교육과정이 정상화되면서 제주교육은 분명 훨씬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강봉수 제주대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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