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부모에게도 자격증이 필요하다

[월요논단]부모에게도 자격증이 필요하다
  • 입력 : 2016. 01.25(월)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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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인두겁을 쓰고 할 수 없는 아동학대가 자행되는 요즘이다.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고 22개월 된 아들을 주먹으로 때려 장파열로 숨지게 한 엄마, 미운 남편과 닮았다는 이유로 다섯 살 아들을 굶겨 영양실조에 걸리게 한 엄마. 아이들이 잘못을 하면 얼마나 한다고… 부모가 자식에게 이렇게까지 비정할 수 있나! 부모도 자격시험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것 같아 입맛이 쓰다.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 통계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신고된 아동학대 사건 건수는 총 9만5622건에 달했다. 평균적으로 하루 26건씩 신고가 접수된 셈이다.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며, 쉽게 여겨서도 안 될 것이다.

아동학대는 부모의 병리적 현상이기도 하지만, 사회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경제위기가 닥치고 생활이 변화하게 되면 이것이 아동학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IMF 외환위기 직후 아동학대가 증가했다는 진단에 따라 1999년 아동학대가 발생한 가구들을 조사한 논문 '경제위기가 저소득가구의 아동학대에 미치는 영향 분석'에 따르면, 경제위기에 따른 경제적 상황 변화가 가족의 생활 변화로 이어지게 되고, 이러한 가족의 생활 변화가 아동학대로 이어지게 된다.

경제적 능력이 없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아동학대로 이어지며 스트레스를 풀 데가 없으니 약자인 아동에게 폭력을 행사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아동학대의 가해자로 20대 부모의 비율이 커진다는 것은 그만큼 살기 힘든 세상, 각박한 세상이라는 것을 방증한다. 또 젊은 부모가 훈육과 체벌을 당연시하는 교육을 받은 세대가 아님에도 20대 부모의 학대 비율이 높다는 것은 더 이상 아동학대가 왜곡된 유교적 문화에서만 기인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젊은 부모의 빈곤한 상태는 스트레스를 높이게 되고, 높은 스트레스에 처한 부모는 보다 엄격한 자녀 통제방법을 사용하게 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또 다른 아동학대의 특징 중 하나는 '학대의 대물림'이다. 폭력이 대물림되는가의 질문에 어떤 이는 '그렇다' 그리고 어떤 이는 '아니다' 라는 대답을 한다.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그렇다'가 정답에 더 가깝다. 오랜시간 동안의 양육 모델링이 폭력적 체벌이였기 때문에 당연히 자신이 부모가 되었을때 너무 자연스럽게 매를 드는 것이다. 문제는 내가 아이였을 때 부모에게 당한 폭력적 체벌강도를 '하나'라고 하면 내가 부모가 되었을 때 아이에게 가하는 정도가 '둘'이 되었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당사자는 자신이 하는 행동이 체벌을 가장한 폭력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부모 한 명이 폭력적 체벌을 선호하면 결국 배우자도 이 체벌을 끊기 어렵다는 것이고 결국 부모 모두 폭력적이고 나아가 방임적인 것과 혼합이 되어 아이는 쉽게 심리적인 지지선을 잃어버린다. 우리가 흔히 아동학대라고 부르는 패러다임인 것이다.

소아정신과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부모에게 맞으면서 '힘으로 다른 누군가를 누르고 제압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학습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아동학대에 관대한 사회인식의 변화가 절실하다. 집안일로 가볍게 여겨 못본체하는 주변의 무관심이 아동학대를 키웠다는 사실을 사회전체가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양육관이다. 삶이 바쁘다는 핑계로 또는 중요시 하지 않는 사회풍습으로 인해 부모의 역할에 대한 교육과 관심이 거의 없다. 그래서 아동학대를 뉴스로 접하는 어른들은 "부모도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이는 자신이 원해서 태어나지 않았다. 한 생명을 만든 건 순전히 부모의 일방적인 욕심이다. 그렇다면 자식에게 최대한의 행복을 선사하는 것이 부모의 도리 아닌가. <김봉희 제주한라대학교 사회복지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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