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구상나무와 제주조릿대는 상극인가

[목요담론]구상나무와 제주조릿대는 상극인가
  • 입력 : 2016. 02.25(목) 00:00
  • 편집부 기자 sua@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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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조릿대가 한라산을 점령하면 안 되나? 제주조릿대는 왜 그동안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번성하는 거지? 십 수 년 전부터 제주조릿대의 이상번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들려오곤 했지만 요즘처럼 격렬한 적은 없었던 듯하다.

이번 논쟁은 본보 2월 4일자 '조릿대공원화' 한라산 국립공원 제외 경고라는 보도가 결정적인 계기였다. 보도에 따르면 환경부는 최근 제주특별자치도에 보낸 공식문서를 통해 "장차 한라산이 '조릿대공원'이 되어 국립공원에서 제외되는 상황이 올 수 있으므로 제주도가 아주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또한 "구상나무는 고산지대에 사는 멸종위기에 처한 식물로서, 보전가치가 높으므로 보전과 복원의 대안을 발굴할 것"도 주문했다고 한다. 여기서 눈길이 가는 것은 제주조릿대라는 종은 번성하면 국립공원에서 제외해야 할 만큼 위해한 종이라고 단정하고 있는 것처럼 읽히는 대목이다. 반대로 구상나무는 보전과 복원을 하지 않으면 멸종할 것이라는 점이다.

어째서 어느 한 종은 폭발적으로 번식하는데 다른 한 종은 멸종위기에 처했다고 할 만큼 쇠퇴하고 있는 것인가. 그동안 한라산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인가. 대규모 산불이 난 것도, 벌채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높이가 높아지거나 낮아진 것도 아니다.

지난 100년 동안 제주의 온도는 약 1.5℃ 높아졌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라산의 경우 1℃ 상승하면 산림의 수직분포가 140m 정도 고지대로 이동한다. 그러니 그동안 한라산의 산림식생대는 과거에 비해서 약 200m 정도 상승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1400m 정도에서 정상까지 분포했던 구상나무숲의 하한대가 1600m로 이동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분포면적에서만도 현저하게 축소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계산하면 빙하기에는 지금보다 대략 1200m 저지대로 확장해 있었을 것이므로 구상나무는 제주도 해안가에서도 자라고 있었다. 실제 서귀포 하논의 퇴적층에서는 이러한 꽃가루 기록이 보인다.

이와 같이 구상나무의 태생은 추운 지방으로 구상나무의 조상은 과거 빙하기에 한반도까지 내려와 분포역을 넓혔던 한대성 수종이다. 구상나무는 한국에 분포하는 대표적인 고산성 식물로 기후변화에 의해 감소될 것이라고 예측되는 기후변화 지표종이다. 이미 국제자연보전연맹이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므로 국립공원위원회가 바라보는 구상나무에 대한 시각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 제주조릿대는 어떤가. 원래 대나무 종류들은 태생이 더운 곳이다. 한라산의 경우 기록들을 보면 방위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저지대에서 대략 1600m까지 분포하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해발 1900m까지도 진출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혹자는 방목의 금지에서 찾기도 한다. 흥미로운 생각이다. 왜 하필 한라산의 제주조릿대 분포에 대해서만 방목과 연결해서 생각하게 되는 것일까. 억새는 차치하고라도 도저히 가축이 접근할 수 없는 계곡부에서도 신갈나무나 소나무 같은 큰키나무 종류들이 고지대를 향하여 맹렬히 번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어쨌든 이런 현상들을 보고 있으면 구상나무와 제주조릿대는 서로 상극이 아니라 삶의 터전을 선택하는 기준이 다를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록 자연현상이라 해도 생태계관리의 필요성이 워낙 절박하게 닥쳐오고 있으므로 모든 적용 가능한 방안을 검토해보자. 누가 알겠는가 묘수가 나올지. <김찬수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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