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자존, 한라산을 말하다](7)제1부 위기의 생태계-(6)구상나무의 미래와 과제

[제주의 자존, 한라산을 말하다](7)제1부 위기의 생태계-(6)구상나무의 미래와 과제
지속적 쇠퇴 멸종 가능성… 이젠 행동 나설 때
  • 입력 : 2016. 06.13(월)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한라산 윗세오름대피소 주변에 어린 구상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강경민기자

145종 한대성 식물도 동반 멸종
자생지내 숲 관리 정책변화 시점
천연갱신 유도·생장환경도 개선
후계림 등 현지외 보전전략 병행
정부-제주도-연구기관 협업해야

고정군 박사

한라산 구상나무의 미래는 지속적으로 쇠퇴하면서 멸종 가능성이 높다. 지난 9일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과 제주특별자치도 주관으로 진행된 기후변화에 따른 한국고유 멸종위기 침엽수종 보전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라산 구상나무의 미래=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김찬수 박사는 금세기 내에 구상나무 쇠퇴와 함께 145종에 이르는 한라산의 한대성 식물 종도 멸종될 것이라 주장했다. 공우석 경희대학교 교수는 구상나무 뿐만 아니라 주목, 눈향나무 등의 침엽수 쇠퇴 가능성을 한반도 침엽수의 시공간분포와 기후변화를 연계 분석해 제시했다. 이러한 구상나무의 쇠퇴는 한라산, 지리산 등 한반도 전역에서 발생되고 있다고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녹색연합)은 발표했다.

한라산의 구상나무를 반드시 보전시켜야한다는 것도 한결같은 주장이다. 구상나무 보전을 위해 김은식 국민대학교 교수는 자생지내 어린나무의 발생을 유도하기 위해 제주조릿대의 관리 등 우선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안했다. 국립산림과학원 임종환 박사는 구상나무의 증식을 통한 복원에 유전적 다양성을 고려한 보전전략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산림청 최병암 국장은 심포지엄에서 제시된 의견을 바탕으로 구상나무 뿐만 아니라 다른 침엽수까지 확대하여 조사연구, 보전 및 협업대책을 마련하고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표명했다. 한라산 구상나무의 관리주체인 제주도가 위기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의지를 더욱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라산 구상나무의 보전과제= 한라산 구상나무를 중심으로 기후변화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침엽수림의 쇠퇴, 나아가서는 멸종위기에 처한 자생지에서의 종 보전을 위해서는 우선 관리정책방향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구상나무 등 보전대상으로 제시되는 대부분 침엽수는 국립공원 또는 천연보호구역에 주로 분포한다. 이들 지역의 숲은 자연적인 변화를 받아들이면서 본래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주요한 관리정책방향이다. 그러나 현재의 관리정책 패러다임이 지속되면 국립공원 또는 천연보호구역에 분포하는 침엽수는 기후변화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멸종위기를 가져올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들 종을 보전하기 위해서 숲의 쇠퇴요인을 제거하거나 대응하기 위한 관리정책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그러므로 종 보전을 위한 숲의 일정 범위내의 인위적인 활동을 통한 적극적인 관리로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가 우선 요구된다. 이는 구상나무의 보전을 최상의 한라산 아고산대 숲 관리목표로 설정하여 중앙정부, 지방정부 및 연구기관 간의 공감대 형성과 협업체계를 통해 마련되어야 한다. 산림청에서 '멸종위기 한국고유 침엽수 보전 전략 및 비전' 선언은 한라산 구상나무를 보전하기 위한 다양한 과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라산 구상나무의 보전전략= 멸종위기 종 보전 및 복원 전략은 크게 3가지의 실행이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는 종의 정밀한 군집 또는 개체 생태학적 특성파악이나 어린나무의 효율적인 발생 방안 및 증식 등에 관한 과학적인 조사연구와 시험이다. 둘째는 자생지 주변의 후계림이나 별도의 공간에 보존원 조성을 통한 현지외 보전이다. 셋째는 현지내 보전을 위한 숲의 관리이다. 이중 한라산 구상나무 보전을 위한 조사연구나 현지외 보전에 대한 접근은 부분적이지만 진행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지내 보전을 위한 숲의 관리는 전혀 시도된 적이 없다. 훼손지 복구 차원의 어린 구상나무의 식재가 일부 진행되기는 했었다.

현지내 보전은 자연적으로 어린나무들이 발생되면서 천연갱신을 통한 숲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최상이다. 현재 구상나무와 같이 천연갱신능력의 저하로 숲의 지속성이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인위적인 관리가 하나의 종보전 방안이 된다. 자생지내에서 구상나무 유식물(어린나무)의 생산을 확대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위해서는 구상나무 숲이나 주연부에서 종자의 발아와 생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환경이 개선되어야 한다. 이들 방법 중에 제주조릿대의 제거 등을 통한 관리도 한 부분으로 적용될 수 있다. 이외에 성숙한 개체로부터 일정거리로 종자를 인위적으로 분산하여 어린나무의 발생을 유도하는 방안이 있다. 유전적 다양성을 고려하여 증식된 어린나무를 자생지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심는 복원 등 다양한 관리접근도 가능하다.

지금의 한라산 구상나무의 위기상황은 종 보전 및 복원을 위한 이들 3가지의 실행계획이 마련돼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그래야 지금의 구상나무를 멸종위기로부터 보전하고 후세대에게 숲을 이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구상나무 살리기 전방위 대응

침엽수 보전전략·비전 선언문 발표
보전복원기술지원단도 가동 본격화
난아열대연구소 양묘조림 개발 주축


국립생물자원관 곽명해 박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유 식물 중 해외에서 가장 많이 고가에 유통되는 식물이 구상나무다. 곽 박사는 영국과 미국에서 유통중인 구상나무 원예품종 31개를 분석한 결과, 모두 한라산 집단 기원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한국특산 구상나무 보전의 중요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라산 구상나무를 기원으로 하는 구상나무가 해외에서 우량 원예품종으로 개발돼 유통되는 사이에 한라산 구상나무 자생지는 멸종위기에 처해 있어 안타깝게 하고 있다. 산림청과 국립산림과학원이 멸종위기에 처한 한국 고유 침엽수종의 보전·복원을 본격화하고 나선 것도 한라산 구상나무의 쇠퇴가 발단이 된 것이나 다름없다.

산림청이 지난 9일 제주도에서 침엽수 4대 보전전략과 비전에 대한 선언문을 발표한 직후 국립산림과학원이 보전·복원 기술지원단을 공식 발족시킨 것만 봐도 국가가 앞장서서 적극 대처할 수 밖에 없는 위기의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지난 9일 제주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멸종위기 자생 침엽수종 보전복원기술지원단' 발대식을 갖고 본격 출범했다. 사진=산림청 제공

보전·복원 대상 침엽수종은 구상나무, 주목, 분비나무, 가문비나무, 눈측백나무, 눈향나무, 눈잣나무 등 기후변화에 취약한 종들로, 최근 분포면적과 개체수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수종이다.

선언문에는 주요 수종의 보전 및 복원전략과 현지내·외 보전, 그리고 실효성 있는 기술개발을 위한 연구사업 강화 등이 담겨져 있다.

우선 올해 안에 주요 분포지역별 토양, 수분, 답압, 기후변화 등 자연적·인위적 생육환경을 조사하고 고사원인을 분석해 각 수종의 생리적 특성에 기반한 보전·복원 전략을 수립한다. 또 2018년까지 멸종위기 침엽수종 현황에 대한 전국조사를 완료한다.

환경적응성, 유전적 다양성 등을 고려해 자생지 현지 내 보전을 확대한다. 생육환경을 고려한 피난처 확보 등 현지 외 보전을 통해서도 미래환경변화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고산양묘장과 고산수목원을 적극 활용해 후계목도 육성한다.

멸종위기 자생 침엽수종의 보전·복원을 위한 싱크탱크도 공식 발족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지난 9일 서귀포칼호텔에서 발대식을 가진 '멸종위기 자생 침엽수종 보전·복원정책 기술지원단'이 그것이다.

그동안 멸종위기에 놓인 침엽수종을 보전하기 위한 연구는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로 수행되어 왔지만 개별적으로 이루어지던 각 분야의 연구들을 유기적으로 통합하여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술지원단은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보전부장을 단장으로 하여 ▷생태·적응 ▷유전·생리 ▷보전·복원 등 3개 실행분과로 구성되며, 멸종위기 자생 침엽수종의 통합 관리기술 개발, 보전 기반기술 개발, 복원 적정기술 개발 등의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생태·적응 분과에는 산림생태와 기후변화 전문가들이 멸종위기 침엽수종의 종합적 생태정보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기후변화 영향을 평가하여 효과적인 기후변화 적응방안을 마련한다. 생리·유전 분과에서는 산림유전 및 수목생리 전문가들이 멸종위기 자생 침엽수종의 생리적 특성을 구명하고, 유전다양성 평가를 통해 유전자 보전을 위한 전략 및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보전·복원분과는 구상나무의 최대 분포지인 제주지역에 위치한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의 전문가와 생태복원, 산림시업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복원대상지의 생육기반을 파악하고, 현지복원을 위한 양묘, 조림기술을 개발한다.

강시영 선임기자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1282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