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영화 '정글북'이 지난 주말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주인공을 맡은 닐 세티의 연기력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의 발길을 붙잡기 충분했다. 이번 주말 연기력이 탄탄하게 받쳐주는 두 영화가 다시 한 번 어른과 아이들을 극장가로 유혹한다. 어른들은 까맣게 잊어버린 아이들의 세상이 담긴 '우리들'과 때 묻은 사회를 향해 통쾌한 한 방을 날리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우리들'='애들은 공부나 하고 친구들과 노는 게 전부'라고 생각하는 어른들.
하지만 아이들의 세계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순수한 만큼 차갑고 뜨거움이 분명한 세계. 어른들은 까맣게 잊어버린 그 시절이 꾸밈없는 그대로 담겼다.
외톨이인 11살 소녀 '선(최수인)'과 방학을 앞두고 전학온 '지아(설혜인)'는 여름방학 동안 세상 누구보다도 친한 절친이 된다. '선'은 '지아'를 통해 우정과 친밀함, 질투의 감정을 배운다. 그러나 개학 이후 둘의 관계는 뒤틀리기 시작한다. '지아'가 영어학원에 다니면서 '선'을 따돌리는 '보라(이서연)'네 그룹과 함께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 순간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된 두 아이. '지아'는 어떻게든 관계를 개선해보려 노력하지만 그럴수록 둘의 관계는 뒤엉키고 만다.
마음과 달리 빗나가는 아이들의 행동과 심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주인공들의 생생한 연기 덕분에 진짜인지 이야기인지 헷갈린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른들과 다르지 않은 아이들의 세상임에도 어른들은 너무 쉽게 이를 잊어버렸다는 것이다. 미화되지 않은 아이들의 세상은 어른들을 되돌아보게 하고 아이들을 더 이해하게 만든다. 부모와 자녀가 꼭 함께 보길 추천한다. 94분. 전체 관람가.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권종관 감독이 10년 만에 신작영화를 들고 관객을 찾았다.
성동일, 김영애, 김뢰하, 김명민 등 연기력이 쟁쟁한 배우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제대로 칼을 간 모습이다. 배우들의 연기 시너지에 코믹, 액션까지 재미의 요소는 모두 갖췄다. 일반 시사회에서도 3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기운이 심상치 않다.
한때는 모범 경찰이었지만 지금은 잘 나가는 브로커 '필재'(김명민). 끊임없이 사건을 수임하며 '신이 내린 브로커'라 불리는 그에게 어느 날 사형수로부터 의문의 편지 한 통이 도착한다. 세간을 뒤흔든 인천의 재벌 '대해제철 며느리 살인사건'의 범인 '순태'(김상호)는 자신의 억울함을 주장한다. 평소라면 깔끔히 무시했을테지만 '순태'의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한 '필재'는 주변의 만류에도 사건의 배후를 쫓는다.
제대로 갑질하는 금수저에게 날리는 통쾌한 한 방이다. 통쾌함 때문인지 '검사외전', '베테랑'과 겹쳐 보이지만 때묻은 어른들의 세상을 향해 날리는 한 방의 매력은 이를 무시하기에 충분하다. 120분. 15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