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브렉시트(Brexit)와 변화의 목적

[월요논단]브렉시트(Brexit)와 변화의 목적
  • 입력 : 2016. 07.25(월)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수업시간에 가끔 학생들에게 확실하게 받을 수 있는 100만원과 받을 확률이 50%인 250만원 중 무엇을 택할 것인가라고 물어볼 때가 있다. 물어볼 때마다 과반수를 훨씬 넘는 많은 학생들이 확실한 100만원을 선택한다. 수학적으로 계산해 보면 확실한 100만원의 기댓값은 100만원이지만 받을 확률 50%인 250만원의 기댓값은 125만원이다. 따라서 경제학적으로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기댓값이 큰, 받을 확률 50%인 250만원을 선택하여야 한다. 그러나 실제는 반대로 나타나기 마련인데, 그 이유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불확실성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오히려 사람들이 불확실성을 선호할 때가 있다. 위의 예를 반대로 하여 발생확률이 100%인 100만원의 손해와 발생확률이 50%인 250만원의 손해 중 무엇을 택할 것인가라고 물어보면 후자를 선택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이 결과에 대해 학자들은 사람은 이익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을 회피하고자 하나 손해에 관해서는 불확실성을 선호한다고 얘기한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최근 브렉시트(Brexit)로 온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영국사람들은 영국이 EU에 속해 있음이 영국국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던 듯하다. 사람들은 본시 자신의 현재 모습이 자신의 성에 차지 않을 때 그로부터 벗어나려 한다. 그 상태에서 벗어남이 곧 문제의 해결이라 생각한다. 즉, 현 상황이 손해라고 생각하면 불확실성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다.

국민투표 결과 브렉시트(Brexit)가 결정되자 정작 가장 크게 놀란 것은 영국 국민들이었다. 그들은 단지 지금의 현상이 싫고 지금의 모습이 싫었던 것이다.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묻지 않았고 또한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영국사람들의 결정이 자신들만의 결정으로 끝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과거와 달리 세상은 집요하게 연결되어 있어 한쪽의 파장은 다른 쪽 끝에 다다라야 끝이 난다. 정말 영국이 EU를 탈퇴할 것인가, 탈퇴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예상과 추측이 난무하여 불확실성은 확산되고, 확산된 불확실성이 낳은 또다른 불확실성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사람의 믿음은 믿어야할 진실에 기초하지 아니하고 믿고 싶은 현상에 기초한다. 애초에 믿음은 진실과는 무관한 경우가 많다.

문제 상태에서의 이탈은 바람직한 모습으로의 변화를 목적으로 해야 의미를 갖는다. 애벌레가 변화하여 나비가 되어야지 또 다른 애벌레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즉, 현재의 상태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되면 바람직한 모습이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하고 그리고 비로소 바람직한 모습으로 변화를 꾀해야 한다. 변화 자체가 목적이 되어 또다른 불확실성을 생산해서는 안된다.

쟁점사안에 대한 제주도의 결정도 마찬가지이다. 과거와의 차별성을 목적으로 하는 변화는 아무 의미가 없다. 변화의 목적은 더 나은 미래, 바람직한 미래가 되어야 한다. <오태형 부경대학교 국제통상학부 교수>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1546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