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이러다가 성한 도지사가 없을 것 같다

[월요논단]이러다가 성한 도지사가 없을 것 같다
  • 입력 : 2017. 03.27(월)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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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지금처럼 제주자치도를 운영하면 성공할 도지사가 없다는 의미다. 정치인의 성공여부는 재선, 삼선이다. 특별자치도가 실시된 이후에 두 전직 지사 모두가 재선은 고사하고 재선출마도 하지 못했다. 낮은 지지율 때문이다. 특별자치도 실시 이전에는 모든 현직 지사가 재선에 출마를 하였고, 일부는 재선에 성공했다. 이와 비교하면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도지사에게는 '정치의 무덤'일까? 현재 원희룡 지사에 대한 평가를 이 공식에 적용하는 것이 무리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서울에서 3선의 국회의원, 40대에 여당의 사무총장, 그래서 차세대의 강력한 대통령 후보로 각광을 받던 그가 대선출마는 고사하고 재선에 대한 여론도 그렇게 시원치 않은 편이다. 제주도민의 자존심, 한국 젊은이의 아이콘이었던 정치인 원희룡이 도지사 자리에서 이렇게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볼 줄이야 본인은 물론이고, 도민들도 전혀 예견하지 못했던 결과이다. 왜 이렇게 제주특별자치도 이후에 도지사가 되었다면 그 순간부터 자동적으로 추락의 길로 갈까? 대부분 개인능력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그러나 필자는 그 보다 다른 진단을 내놓고 싶다. 너무 많은 권한에 짓눌러 있는 소통령 증후군때문이라는 것이 필자의 진단이다. 특별자치도 제주도지사는 폐지된 4개의 시와 군의 권한을 전부 짊어지고 있다. 지방자치 이후에 도지사가 권한도 무거운데 그 위에 4개의 무거운 왕돌이 추가된 것이다. 이 뿐만 아니다. 중앙정부로부터 약 4500개의 권한이 이관되었다. 이 또한 버티기 힘든 무게다. 비유한다면 도지사의 몸무게는 80㎏ 인데 200~300㎏의 짐을 지고 가는 모습이다. 일어서지도 못할 정도의 짐을 지고 가는 도지사를 보고 도의회가, 행정시가, 주민자치위원회가 같이 나누어지고 가자고 해도 법적 근거가 없다고 고집한다. 그 무게로 4년을 버틴 것만도 대단하다. 그러나 집권 4년을 뒤돌아보면, 혼자만 서 있었다. 그래서 전직 지사들은 현직인데도 불구하고 도지사 후보 등록조차도 포기했어야 했다. 제주자치도가 현재처럼 도지사 중심으로만 운영되면 누가 도지사가 되어도 성할 도지사는 없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제주특별자치도가 도지사에게 정치적 무덤이 아닌 성장의 기회가 될 것인가.

답은 분권이다. 소통령 비난을 받는 도지사의 그 무거운 권한과 책임의 짐을 나누어 가지는 일이 정답이다. 이미 대통령 탄핵을 통해 집중된 권한이 얼마나 큰 독인지 증명이 되었다. 지금처럼 도지사가 이장, 읍면동장이 할 수 있는 일까지 손에 쥐어 있는 욕심쟁이 권력자가 아닌, 자신의 몸무게인 80㎏보다 오히려 적은 무게의 짐을 지고 가는 날씬한 도지사의 모습! 시청 공무원과 주민들은 행정시장이 시정에 관한 한 도지사 보다 더 힘이 있다고 분위기 만들어 주는 넉넉한 도지사, 주민자치위원회가 동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정신없이 뛰어 다니도록 그들 뒤에 서 있는 도지사! 도의회에게 인사권 등 줄 수 있는 것은 다 주어 도의회가 신나게 도정을 견제하게 하는 자신 있는 도지사! 이들이 못하는 일만을 집중하는 도지사다운 도지사! 도민과 국민이 제주자치도 도지사에 기대하는 모습이다. 이 희망의 모습은 현재로서는 제주자치도에서 가장 권한이 많은 현직 제주도지사만이 시작할 수 있는 일이다. 이어서 도의회, 공무원, 도민들이 주어진 권한에 따른 책임을 다하는 노력과 훈련이 요구된다. 이렇게 될 때 제주특별자치도의 본래 모습이 살아나고 이에 앞장 서는 제주도지사는 우리나라 분권의 선도자로 항상 주민과 국민들이 주는 박수 속에 있을 것이라 단언한다.

<양영철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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