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내 손으로 황토흙집짓기

[르포]내 손으로 황토흙집짓기
흙집의 꽃 '구들놓기' 전 공정 참여
충북 음성 황토명상마을서 2박3일 머물며 이론과 실습
흙집짓기 단계별 과정 익혀 2006년부터 3000여명 배출
  • 입력 : 2017. 06.21(수)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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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강시영(오른쪽 두번째)·강경민 기자가 흙집짓는 법을 배우기 위해 지난 10일부터 2박3일간 충북 음성 황토명상마을에 머물며 유료 현장 실습에 참여했다. 기자들의 현장 체험기다. 기자들은 2.5평 크기의 구들놓기 현장을 재현시킨 곳에서 실제와 거의 똑같이 전 공정을 실습했다. 충북 음성=강경민기자

내 집 갖기는 거의 모든 이들의 로망이다. 그것도 자신의 땀과 노력으로 아담한 보금자리를 지을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흙과 나무를 이용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흙집 짓는 법을 배우러 한라일보 기자 두명(기획탐사부 강시영, 사진영상부 강경민)이 떠났다. 기자들의 현장 체험기다.

체험 현장은 충북 음성군에서도 오지마을로 알려진 음성읍 동음리 마을 깊숙한 산중이다. 마을 뒤편에 보현산(만생산)이 떡 버티고 마을엔 냇물이 흐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이다. 이 곳이 황토명상마을이다. 흙집짓기학교는 황토명상마을을 조성하기 시작한 2006년부터 운영, 지금까지 3000여명의 수료생을 배출한 우리나라 흙집짓기 운동의 '본산'과도 같은 곳이다.

흙집짓기 교육 프로그램은 마을에 지어진 흙집 견학과 상세한 이론 강의, 체계적인 현장 실습으로 진행된다. 첫날 교육 참가서 작성과 흙집 관련 동영상 시청에 이어 이시화 원장(교장)의 흙집짓기 기초 이론과 오리엔테이션이 밤 9시30분까지 계속됐다.

이틀째는 흙집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구들놓기 이론을 배우고 전 공정을 실습한다. 온돌은 따듯하게 데운 돌이란 뜻이다. 온돌은 방바닥에 돌을 깔고,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돌(구들)을 달구어 방을 데워 난방하는 구조다. 온돌은 불을 때는 아궁이, 아궁이에서 나온 열을 전달받은 구들, 열기가 빨리 빠져 나가는 것을 막는 개자리, 연기가 통하는 연도, 그리고 연기를 배출하는 굴뚝으로 구성된다. 방의 구들 밑으로 만든 고랑인 고래에 불길과 연기가 잘 통하여 구들 전체에 고루 열을 전달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실습은 황토마을에서 5㎞ 남짓 떨어진 곳으로 옮겨 진행된다. 2.5평 크기의 구들놓기 현장을 재현시킨 곳에서 실제와 거의 똑같이 전 공정을 익힌다. 흙 반죽, 불길이 바로 고래로 들어가게 하는 아궁이인 함실 만들기, 함실 입구 아치형 벽돌 쌓기, 불길과 연기가 통하여 나가는 길인 구들고래와 고래둑 벽돌 쌓기에 구슬땀을 쏟는다. 마지막 현무암 구들놓기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허투루할 수 없다. 김봉철 실습 감독은 "마감을 제대로 하지 않아 바늘구멍이라도 생겨 방 안으로 연기가 새면 구들놓기가 낭패를 보게 된다"고 일침을 준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구들놓기 실습은 오후 6시까지 이어졌다. 동행한 강경민 기자는 구들놓기 전 공정에 열정을 쏟아내 귀감이 됐다. 이틀째 이론 강의도 밤 10시가 다 돼서야 끝났다.

삼일째는 양병국 대목으로부터 목구조, 흙집 설계, 시방서 작성법 교육이 계속된다. 양 대목은 특히 "직접 집을 짓지 않더라도 시방서와 견적서를 꼼꼼히 살펴야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오후 5시 '전국흙집짓기건축학원'에서 실시한 '명상과 함께하는 흙집짓기학교' 기초반 교육과정이 모두 끝나고 기자를 포함한 10명에게 수료증이 주어졌다.

흙집학교 수료생들은 일회성 교육에 그치지 않고 전국흙집짓기운동본부 흙두레 일원으로 자신의 집을 짓는 것은 물론이고 수료생 동문들의 흙집 건축과 사랑의 흙집짓기 봉사활동에도 참여한다.

울산에서 기업체를 운영하는 장종도씨는 "1년전 쯤에 이미 건축허가를 받아놓고 노모와 함께 지낼 황토흙집을 직접 짓기 위해 이곳에 왔다. 아직 기초만 익혔을 뿐이지만 소중한 체험이다. 꼭 내 손으로 흙집을 지어보고 싶다"고 했다.

"도자기 빚는 마음으로 지어야"

이시화 원장 흙집짓기 열정
3일 기초반서 3개월 인턴도
교육생 나이도 사연도 다양


흙집짓기 교육은 모두 4개의 과정으로 진행된다. 현지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기초(2박3일), 정규(6박7일)·목공(4박5일), 종합(4주), 인턴(3개월) 과정으로 짧게는 3일, 길게는 3개월 이상 다양하다. 기초, 정규·목공, 종합반 과정을 하나로 묶은 통합 일정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각각 개별적으로 운영되던 교육 과정을 수강생 각자의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수강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통합 편성했다. 기초반을 수료한 후에는 정규반으로 언제든 편입도 가능하다. 기자는 개인당 30만원씩의 기초과정 수강료(식비는 별도)를 내고 2박 3일 일정(6월 10~12일)의 기초반에 등록했다.

첫날 토요일 오후 2시 전국 각지, 남녀노소, 다양한 이력을 가진 20여명이 황토마을로 모였다. 기초반 10명, 정규반 12명, 종합반 2명이 통합 일정 프로그램에 의해 함께 교육을 받는다. 기초반을 수료하고 나가면 정규·종합반이 나머지 프로그램을 이어간다. 기자가 참여한 기초반은 85기째. 가장 오래된 정규반은 131기. 종합반은 37기째 교육생을 맞았다. 가장 나이 어린 캐나다 유학생(27세)에서부터 1년간 휴직계를 내고 온 40대 초반의 여성 공무원, 50대 CEO, 귀농을 준비중인 60대 부부, 70세 고령자에 이르기까지 나이도, 사연도 다양하다.

구들놓기 체험중인 교육 참가자들. 강경민기자

가장 짧은 3일간의 기초과정으로 구들놓기와 흙집짓기에 대한 건축주 직영관리 기초능력을 얻을 수 있다. 내 손으로 흙집짓기는 결코 간단치 않다.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오랜 시간 준비하고 배워야 한다.

흙집짓기 교육에 불을 지핀 이시화(필명·사진) 원장은 "지금까지 제주에서도 줄잡아 100여명이 이곳을 거쳐갔다"고 했다. 이어 "내손으로 흙집짓기는 도자기를 빚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 자기공부이자, 연마, 수행의 길과 다름없다. 오랜 시간을 들여 내 집을 지음으로써 집 짓기의 묘미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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