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재선충병에 뚫린 한라산

해설/재선충병에 뚫린 한라산
우려가 현실로… 확산 차단 '초비상'
아흔아홉골 우량소나무림 사수해야

  • 입력 : 2017. 06.21(수) 15:14
  • 강시영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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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목 아흔아홉골과 2㎞ 거리
한라산 소나무숲 988㏊·50만본
1000고지까지 17만9000본 주사
방제예산 270억 적기 투입해야

한라산에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닥쳤다. 제주 소나무림을 초토화시키고 있는 소나무재선충병이 급기야 한라산국립공원 안으로까지 확산, 한라산 우량 소나무림(적송지대)을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해발 1000m까지 정밀 나무주사 방제를 위해서는 27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해 방제대책도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적기 방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세계자연유산 한라산 산림생태계에 치명상을 줄 수 있어 산림청, 문화재청, 환경부, 제주도의 합동대책이 시급히 요구된다.

 ▶한라산 확산 조짐=제주도가 21일 공식 발표를 통해 확인한 한라산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은 제주시 해안동 1100도로변 해발 730m 일대 고랭지 시험포 인근 해송 2그루와 해발 900m 어리목 입구 도로변 적송 1그루 등 모두 3그루다. 지난해 한라산국립공원 경계지역인 어승생 제2수원지 일대(해발 683m)에서 감염목 1그루가 발생한 이후 소나무재선충병이 국립공원 구역으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어 우려된다. 적송이 감염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랭지 시험포 인근 감염목은 지난해 발생한 어승생 제2수원지 일대에서 거리로 약 400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제주도 당국이 이번에 확인된 감염목을 자연확산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는 이유다. 어리목 입구 해발 900m 일대에서 확인된 감염목은 어승생 제2수원지에서 직선거리로 2㎞ 정도 떨어져 있어 자연적 확산 보다는 감염목 이동시 차량 등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을 뿐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해발 900m까지 재선충 감염목이 확인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발생 경로 등에 대한 추가 정밀 역학조사가 요구된다.

 ▶아흔아홉골 위협=한라산 고지대에까지 재선충병이 번지면서 재선충 재앙으로부터 한라산 소나무를 지켜내는데 초비상이 걸렸다.

 한라산국립공원에는 해발 600∼1600m 사이 988㏊ 면적에 50만그루 규모의 소나무숲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국립공원 전체 면적의 6%를 차지하는 것이다. 한라산 소나무는 곰솔(해송)이 아닌 대부분 표피가 붉은색을 띠는 적송이다. 한라산 관음사 탐방로와 영실, 큰두레왓~족은두레왓~아흔아홉골 계곡에 우량 소나무림이 분포한다. 이 중 일부는 금강송에 버금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을 정도로 유전형질이 매우 우수하다.

 이번에 감염목이 확인된 해발 730m 고랭지 시험포 인근은 천왕사, 석굴암, 아흔아홉골의 우량 소나무림 지대와 직선거리로 불과 2㎞ 지근 거리에 위치한다. 이 때문에 재선충병 확산에 '다리'역할을 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세계유산본부 신창훈 박사는 "아흔아홉골 방향 소나무림 지대로 확산을 차단시키는게 우선 시급하다"고 했다.

 ▶1000고지까지 전량 나무주사=제주도 당국도 이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에따라 해발 1000m까지 전량 예방나무주사를 확대 실시하기로 하고 산림청 등 정부 당국과 협의에 착수했다. 우선 1단계로 해발 900m까지 15만4000그루를 나무주사하고 2단계로 해발 1000m, 2만5000그루에 대해서는 2019년 3월까지 전량 예방나무주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관건은 조기 예산 확보와 방제다. 해발 1000m까지 17만9000그루 전량 나무주사하는데는 예산이 모두 270억원 소요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방제효과가 6년 지속되는(지효성) 약제를 주사하는데 드는 비용이다.

 제주도는 한국산림기술사협회에 의뢰해 한라산국립공원 내 고도별 재선충병 정밀 방제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다.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기후온난화에 따라 한라산 1000고지도 안전지대가 아닌 만큼 예방나무주사를 확대 실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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