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축제 물건너가고 예술학교 유치 말 앞서
지난해 8월 발표 중점 추진정책 6개 중 절반 흐지부지
논란 일던 섬문화축제 부활은 차기 도정에 공 넘길 듯
문화분야 전문직렬 신설은 전문관 제도로 방향 틀어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해 8월 내놓은 '민선 6기 후반기 중점 문화예술정책'의 성적표가 초라하다. 6가지 중점 정책 가운데 절반 가량이 사실상 무산된 탓이다.
제주문화의 가치를 중심에 둔 제주도정 운영을 표방하며 발표한 후반기 문화예술정책은 제주세계섬문화축제 개최 추진, 문화예술 전문인력 양성·교육기관 유치, 문화콘텐츠진흥원 출범, 문화(문화예술·문화재) 전문직렬 신설, 문화예술시설 융자 확대와 창작활동 융자제도 도입, 제주어 병기 의무화였다. "제주를 동아지중해 문화예술의 섬으로 브랜드화 하겠다"며 제시한 이들 정책은 초반부터 논란을 낳았다. 일각에서는 제주도정의 정책적 지향점을 보여주기 보다는 문화 분야 사업을 나열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방선거와 시기 맞물리는 거 몰랐나=원 지사는 당시 "도민사회를 중심으로 섬문화축제를 부활시켜 새롭게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섬문화축제의 '부활'은 찬반이 엇갈렸다. 앞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두 차례나 치른 섬문화축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이에 제주도는 지난해 12월 전문기관에 의뢰해 제주도민과 관광객 1000명이 참여한 섬문화축제 설문을 벌였다. 다수가 섬문화축제 개최에 찬성했다는 결과를 냈지만 반대 여론은 누그러들지 않았다. 제주도는 2차 설문에 나섰다. 지난 4~5월 제주도민 5000여명을 대상으로 2차 설문을 실시해 6월말까지 개최 여부를 매듭짓겠다고 했다.
제주도가 설문결과 등을 토대로 금주 중 섬문화축제의 향방을 밝힐 예정인 가운데 민선 7기로 그 공을 넘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에 지방선거가 시행되는 만큼 민선 6기 임기내 축제 개최는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예정대로 축제를 개최했더라도 준비 기간을 감안하면 지방선거와 맞물릴 수 밖에 없어서 원 도정이 성급하게 섬문화축제 개최를 밀어붙였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문화예술 교육기관 설치 현실성 부족=문화예술 전문인력 양성·교육기관 유치는 소리만 요란했다. 제주도는 이 정책과 관련 제주 특성에 맞는 제주예술종합학교나 한국예술종합학교 분원 설치 등을 계획했지만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더욱이 한국예술종합학교는 문체부가 서울 3곳에 분산되어 있는 캠퍼스를 통합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이미 수도권의 지자체 6곳이 한예종 통합캠퍼스 유치전에 뛰어든 상태여서 제주 분원 설치는 타당성이 떨어진다.
문화분야 전문직렬 신설은 방향을 틀었다. 일반직 공무원처럼 전문직렬을 두면 인사 부담이나 업무 효율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내부 검토에 따라 경력 공무원 대상 문화산업·문화예술 분야 전문관 제도를 확대하고 일반 임기제 공무원을 채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반면 제주도문화예술진흥원장,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장은 개방형 직위로 선발하기로 하고 이달 중순 응시 원서를 접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