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오모리를 만나다/한라일보-日 토오일보 기사교류] (10)지역 음식

[일본 아오모리를 만나다/한라일보-日 토오일보 기사교류] (10)지역 음식
쉽고 저렴한 아오모리 최고의 향토요리
  • 입력 : 2017. 12.28(목) 18:00
  • 채해원 기자 seaw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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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깊이 배어든 센베이는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다.

200년 역사 자랑하는 '하치노헤 센베이지루'
따끈한 국물에 전병 더해… 쫄깃한 식감 일품
일반 가정식에서 日 전국구 요리로 자리매김


제주도 한라일보와 일본 아오모리(靑森)현에 위치한 토오일보는 10번째 기사교류 테마로 지역음식을 선정했다. 지역음식에는 그 지역의 지리적 특성과 역사, 문화 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양 사는 지역의 정체성이 그대로 녹아 있는 음식과 맛 또는 지역음식의 특성 등을 소개한다.

닭고기와 우엉, 당근 등이 들어간 간장맛의 국물에 지역 특산물인 '남부(南部) 전병(센베이)'를 쪼개 넣어 적당한 식감이 될 때까지 끓여 만드는 '하치노헤 센베이지루'. 하치노헤시를 중심으로 아오모리현 남부 지방에서 200년 이상 전부터 먹었던 향토요리로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기 때문에 추울 때 널리 먹는 음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전병을 끓는 국물에 넣으면 쫄깃한 식감이 되는데 파스타의 알덴테(씹는 맛이 날 정도로 살짝 덜 익은 상태)와 같다고들 한다. 현재 아오모리현을 대표하는 향토요리로 높은 지명도를 자랑하고 있다.

하치노헤 센베이지루는 제7회 B-1그랑프리에서 골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사진은 골드 그랑프리 수상을 기뻐하는 하치노헤 센베이지루 연구소의 멤버들의 모습.

하치노헤 센베이지루가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15년 전쯤부터다. 지난 2006년 B급 구르메(저렴한 가격으로 쉽게 만들 수 있고 일상 생활에서 즐겨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벤트인 제1회 B-1그랑프리 대회가 하치노헤에서 열려 '하치노헤 센베이지루'가 주목을 끌었고 단숨에 일본 전국구 요리로 자리매김했다.

센베이지루를 통해 지역을 살리려 노력하는 시민 단체 '하치노헤 센베이지루 연구소(이하 지루켄)'의 기무라 사토시(53) 소장에 따르면 센베이지루는 일반 가정의 일상 음식으로, 손님에게 내놓거나 밖에서 먹거나 하는 음식은 아니었다고 한다. 옛날에는 술집 메뉴 구석에 작게 실려있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하치노헤 센베이지루를 전면에 내는 가게도 늘고 있고, 지루켄의 자체조사 결과 아오모리현 내외의 약 250개 점포에서 판매되고 있다.

(사진 왼쪽) 센베이를 쪼개 넣는 와야가의 가이후키 노리코씨. (사진 오른쪽) 하치노헤 센베이지루를 지역 브랜드로 확립시킨 기무라 사토시 하치노헤 센베이지루 연구소 소장.

센베이지루는 만드는 가정에 따라 그 맛도 여러가지다. 닭고기에 간장맛을 더한 전통적인 맛 외에도 항구도시인 하치노헤의 풍부한 해산물에 소금을 더한 맛, 옛부터 말 산지로 번성한 아오모리현남부 지방의 말고기에 된장을 더한 맛 등.

하치노헤시 무이카마을(六日町)에 위치한 '사카나마치노와가야'라는 이자까야에서는 닭고기 육수에 간장으로 맛을 내고 조미료로 말린 멸치를 약간 넣는다고 한다. 건더기 재료는 간단하게 우엉과 당근 그리고 표고버섯, 만가닥버섯과 같은 버섯 종류를 사용한다.

뜨거운 1인분 냄비에 각자 스스로 전병을 쪼개서 넣고 취향에 맞는 식감이 될 때까지 끓여 먹는다. 가게를 운영하는 가이후키 노리코(貝吹憲子·68)씨는 약 3분 가량 끓이는 것을 추천한다. 젓가락으로 전병의 가운데를 잡고 들었을 때 쭉 늘어나면서도 씹는 맛이 살아있어 제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타이밍이라고 한다.

맛이 깊이 배어든 전병은 수제비나 우동과는 다른 신기한 식감으로, 몸 속부터 따뜻하게 데워준다. 가이후키씨는 "많은 사람이 하치노헤 센베이지루를 먹기 위해 아오모리현 하치노헤시를 찾아온다"면서 "모두가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인지도 79.2% 향토요리 지역대표 관광자원으로

하치노헤 센베이지루 연구소(이하 지루켄)는 센베이지루를 통해 일본 아오모리현 하치노헤시의 매력을 알리고 지역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03년 설립 이래 센베이지루를 제공하는 점포의 가이드맵 작성과 초·중학교에서 출장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일본 아오모리현 남부 지방의 가정요리였던 센베이지루를 관광객을 부르는 지역브랜드로 키워냈다.

하치노헤시가 2014년 홋카이도(북해도)와 일본 동북 지방, 수도권에 거주하는 20세 이상 남녀 2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내 관광자원조사에 따르면 하치노헤 센베이지루의 인지도는 놀랍게도 79.2%에 달했다. 성게와 전복으로 우려낸 육수에 소금·간장 등으로 간단히 간을 한 국 '이치고니(いちご煮)'가 61.5%로 2위에 올랐고, 3위 오징어(51.3%), 4위 하치노헤 3대 신사 대축제(44.3%)를 차지했다. 하치노헤 센베이지루는 하치노헤 3대 신사대축제 등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하치노헤 센베이지루의 인지도가 비약적으로 상승한 배경은 하치노헤시의 핫쇼쿠 센터에서 '제1회 B-1그랑프리'가 열렸던 것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B-1그랑프리는 현재 일본을 대표하는 큰 이벤트로 자리잡았지만 사실은 하치노헤 센베이지루 연구소의 기무라 사토시(53) 소장과 동료들이 창시자라 할 수 있다. 지루켄은 지난 2006년부터 매회 참가하고 있으며 2012년 열린 제7회 대회에서 염원하던 골드 그랑프리(1위)를 차지했다.

기무라 소장은 "하치노헤 센베이지루를 먹어 보고 싶은 사람이 실제로 방문해 지역을 돌아보고 매력을 발견한다"며 "우리가 정말 잘 선전해서 팔고 싶은 건 하치노헤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구도 슌스케(工藤 俊介) 기자

▶2015년4월 일본 아오모리현 토오일보사 입사.

▶본사 편집국 정경부를 거쳐 2017년4월부터 하치노헤 지사 편집부에서 근무. 주로 경제와 스포츠, 사법을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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