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의 계절 함께 걸으며 평화·인권 이야기 '도란도란'

동백의 계절 함께 걸으며 평화·인권 이야기 '도란도란'
4·3 70주년… 제주 방문의 해 도내 43곳의 4·3유적지 탐방
  • 입력 : 2018. 02.14(수) 20:00
  • 채해원 기자 seaw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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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일손지묘. 사진=제주4·3평화재단 제공.

아름다운 제주의 ‘아픈 손가락’
4개 코스별 다양한 역사 경험

오랜만에 떨어져 지내던 가족들이 만나 덕담을 나누는 설명절이 시작됐다. 길지 않은 나흘의 연휴, 가족끼리 나들이 겸 제주도 탐방에 나서보는 것이 좋겠다. 새하얀 겨울 왕국이 된 중산간 지대, 부서짐이 아름다운 겨울 바다, 마지막에 접어든 빨간 동백의 흩날림 등 즐길거리가 곳곳에 있다.

특히 하얀 눈발 위에 뚝뚝 떨어진 동백은 제주인에게는 아름답지만 시리게 다가온다. 어느날 툭 통꽃으로 지는 동백은 제주4·3사건 당시 하얀 눈밭에 흩날렸던 제주도민의 붉은 피, 무고한 제주도민의 희생을 상징하는 꽃이기 때문이다.

동백의 계절인 지금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모든 가족이 주변 4·3유적지를 찾아 제주4·3을 되새겨 보는 것도 좋겠다. 4·3을 경험한 어르신과 그 아픔을 지켜본 부모, 4·3을 모르는 손자가 함께 걸으면 4·3의 아픔은 물론 평화와 인권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올해는 제주4·3 70주년을 기리는 제주의 방문의 해로 그 의미가 더 깊다.

곤을동 잃어버린마을. 한라일보 DB

▶아픔 간직한 제주도내 43곳의 4·3유적=어디서부터 어떻게 4·3역사 탐방을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다면 올 초 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가 배포한 '4·3 길을 걷다' 지도를 참고하자.

제주공항 등에 2만부 가량 배포된 이 지도에는 4·3 평화공원과 잃어버린 마을 곤을동, 북촌 애기무덤, 동광 큰 넓궤, 진아영 할머니 삶터 등 제주지역 4·3 유적지 43곳에 대한 위치, 개요 등이 간략하게 담겼다. 또 제주도가 만든 '4·3길'의 위치와 'QR코드', 제주4·3평화재단의 '4·3 아카이브'와 연동되기 때문에 제주4·3에 대해 잘 모르는 이도 핸드폰으로 쉽게 4·3유적지에 대한 추가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지도엔 제주시 동·서부, 서귀포시 동·서부에 따른 4·3평화기행 추천코스도 포함돼 있다.

▶잃어버린 마을부터 4·3성까지 다양한 유적=제주시 동부권 코스는 제주4·3사건의 도화선이 된 3·1발포사건의 현장인 관덕정부터 시작된다. 이어 4·3 때 불태워져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복구되지 못하고 잃어버린 마을이 돼 버린 대표적인 마을터 곤을동과 제주4·3 희생자의 넋을 위령하고 4·3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겨 평화 인권의 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4·3평화공원, 선흘리 주민들이 은신했다가 희생당한 목시물굴 등도 포함됐다. 당시 산사람들이 집단거주를 위해 돌로 지어진 대표적인 4·3 성 낙선동 성터와 단일사건으로는 가장 많은 인명희생을 낸 북촌리학살 사건을 기리는 북촌 너븐숭이 기념관과 애기무덤, 4·3의 참혹함을 세상에 알린 다랑쉬굴과 다랑쉬마을을 거쳐 코스는 마무리된다.

제주4·3평화공원. 한라일보 DB

▶현재진행형인 제주4·3의 현장 =제주시 서부권 코스는 제주 여행의 부푼 꿈을 안고 수많은 내외국 관광객이 첫발을 내딛는 하늘의 관문 정뜨르 비행장(제주국제공항)부터 시작된다. 제주를 찾는 모든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발을 딛는 이곳은 4·3 당시 최대 학살터로, 애월리 주민 80여명, 이호리 및 인근 부락 주민 300여명 외 무수한 양민들이 억울하게 처형돼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4·3평화공원에는 이 정뜨르 비행장의 유해발굴현장을 재현해 놓은 봉안관이 있을 정도로 정뜨르 비행장에는 여전히 수많은 4·3영혼들이 잠들어 있다. 정뜨르비행장부터 시작된 코스는 역사의 수렁 속에서 죽어간 모든 이들을 평등하게 추모하고 있는 하귀 영모원을 거쳐 빌레못굴, 진아영 할머니 삶터, 만벵듸 공동장지로 구성됐다. 특히 진아영 할머니 삶터는 지난 2004년까지 삶을 이어온 제주4·3의 민간인 희생자를 궤적을 되새길 수 있다는 곳이라 4·3사건이 왜 제주 사람들의 삶 속에서 현재진행형일수밖에 없는지를 잘 보여준다.

▶첫번째로 조성된 4·3길이 있는 그곳 =서귀포시 서부권 코스는 첫번째로 조성된 4·3길, 70년 전의 시간을 잃어버린 또하나의 잃어버린 마을 동광 무등이왓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살아남은 이들이 학살터에서 뒤엉킨 유골 속에서 시신을 찾지 못한 아픔이 담긴 헛묘를 비롯해 주민들이 토벌대를 피해 숨어있던 큰넓궤, 섯알오름 자락 옛 일본군 탄약고터에서 생을 달리한 132명을 모신 대정 백조일손지묘 등이 포함됐다. 가파도와 마라도, 산방산까지 조망할 수 있는 아름다움과 함께 주민을 학살하는 총살장으로 활용됐던 생채기를 품은 섯알오름도 물론이다. 군경 출입통제로 유해수습을 어렵게 이뤄낸 유족들은 1993년 유족회를 창립하고 제43주기 위령제를 시작으로 매년 음력 7월 7일, 백조일손지지 묘역에서 위령제를 거행하고 있다.

▶아름다운 풍경에 지나친 아픈 역사=서귀포시 동부권 코스는 4·3평화공원으로부터 시작돼 두번째로 4·3길이 조성된 남원으로 향한다. "거동 불편한 하르방 할망, 꽃다운 젊은이들, 이름조차 호적부에 올리지 못한 물애기까지 악독한 총칼 앞에 원통하게 스러져 갔나이다… '살암시난 살아져라' 위안삼아 버틴 세월이여. 앙상한 어욱밭 방엣불 질러 죽이고 태웠어도 뿌리까지 다 태워 없애진 못하는 법 아닙니까. 봄이면 희망처럼 삐죽이 새순 돋지 않던가요"라며 절절한 아픔이 묻어나는 헌의합장묘를 비롯해 의귀리 송령이골, 표선 백사장(한모살), 성산읍 터진목 및 4·3위령공원으로 구성됐다. 특히 푸른바다, 노란 유채꽃 등 아름다움 풍광을 자랑하는 표선 백사장과 성산읍 터진목은 4·3 당시 인근 주민들의 학살터로 이용됐던 곳으로 제주4·3을 되새길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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