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70주년 아픔을 넘어 미래로-15·끝 / 제2부 완전 해결을 위한 과제] (7)상설 연구조직 갖춰야

[제주4·3 70주년 아픔을 넘어 미래로-15·끝 / 제2부 완전 해결을 위한 과제] (7)상설 연구조직 갖춰야
4·3 완전 해결 위한 추가 진상조사·학술연구 본격 전망
  • 입력 : 2018. 08.28(화) 2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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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봉개동 소재 4·3평화공원 전경.

제주4·3평화재단 내 연구실 추진
민간 수행 업무 공적 영역 전환
4·3연구소·대학 등과 협업 필수


4·3 70주년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의 4·3 추념식 방문 이후 대통령이 추념식에서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약속한 진상 규명 등의 후속조치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행정 업무에 국한된 활동만 해오던 제주4·3평화재단이 상설연구기능을 갖추기 위한 준비에 들어가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추가 진상조사와 학술연구가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4·3평화재단의 연구기능

제주4·3평화재단은 27일 연구직 경력경쟁 채용 공고를 내고 연구직 1급(연구실장)과 연구직 3급(차장), 연구직 5급(주임)을 포함한 연구직 3명에 대한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연구실장 등에 대해서는 이미 내정자를 선정해놓고 형식적인 공모 절차에 들어갔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지만 재단이 연구기능을 갖춘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4·3단체나 학계에서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한 4·3연구자는 "4·3특별법의 의결기구인 4·3위원회가 정부에 건의안을 제출하고, 그에 따라 정부가 4·3특별법과 4·3위원회의 지속적 실천을 위해 만든 기구가 바로 4·3평화재단"이라며 "그러한 궤적 속에 4·3평화재단이라는 공적 영역에서 연구 기능이 이뤄지는 건 충분히 반길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지난 2000년 1월 제정한 '제주4·3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재단은 ▷4·3사건희생자추모사업 및 유족복지사업 ▷문화·학술사업 ▷4·3사료관 및 평화공원 운영관리 등을 수행하고 있다. 이렇게 공익적 목적을 수행하고는 있지만 실제 수행하는 업무는 행정 업무에 집중되고 있다. 이 때문에 4·3 연구자와 운동가들 사이에서는 의전만 하려고 재단을 설립했느냐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또다른 4·3 연구자는 "4·3평화재단은 4·3평화공원 내 위패에 대해 극우보수단체로부터 불량위패라는 비판이 제기될 때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추가 진상조사보고서 하나 만들어내지 못했다"며 "2008년 설립 후 10년 동안 고작 한 일이 공원 시설관리와 청소용역이다. 이런 일은 공무원들이 더 잘 해낼 수 있을 텐데, 굳이 재단 인력으로 해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 마을별 추가조사 시동

일부 4·3연구자와 운동가들은 재단이 민간단체인 4·3연구소에서 수행해온 연구활동이나 추가 진상조사 활동을 진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몇몇 학자와 운동가들 사이에서만 논의되던 4·3을 대중화시킨 것은 4·3연구소가 일궈낸 가장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박찬식 제주학연구센터장은 4·3에 대해 집대성한 '4·3과 제주역사'를 통해 "1998년 4·3 50주년을 앞둔 때 당시 강창일 4·3연구소장을 중심으로 준비한 동아시와 평화와 인권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4·3을 전국화하고 동아시아적 세계적 보편 가치로 승화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이후 4·3의 대중화를 기치로 내걸고 진상규명운동에 나서게 되었고, 1998년 4·3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4·3연구소에 대해서도 지난 18년간 특별법과 국비사업에 의지하는 동안 종전과 달리 4·3연구소만의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남대학교 518연구소처럼 제주대학교에 편입시키자는 취지로 한때 4·3연구소의 발전적 해체를 주장하는 의견도 있었다. 4·3연구소와 함께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원도 4·3연구센터를 통해 4·3 연구 활동을 해왔지만 지금은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한 4·3 연구자는 "민간단체인 4·3연구소가 공적 영역의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고, 국립대인 제주대학교에 4·3 관련 학과가 개설되지 않는 상황에서 4·3평화재단이 연구기능을 갖추는 것은 필수불가결하다"며 "다만 4·3의 진상 규명을 위해서는 미국의 책임론 등 민감한 사안도 공론화시킬 수 있어야 하므로 4·3연구소나 대학과 협업하면서 때로는 날선 비판도 마다않는 관계를 설정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제주특별자치도는 4·3평화재단 내 연구실을 갖추기 위해 지난 7월 1회 추경 때 연구직 3명에 대한 인건비를 반영했다. 제주도와 재단은 연구실이 꾸려지면 마을별 추가 세부 진상조사와 학술연구를 위한 출연금을 확충할 방침이다. 추가 조사와 학술연구는 재단 연구실뿐만 아니라 4·3연구소 등 민간단체 및 외부 연구자 등과의 협업에 의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끝>

자문위원=문성윤 변호사 박명림 연세대교수박찬식 제주학센터장 양윤경 전 4·3유족회장

특별취재팀=이윤형 선임기자 표성준 차장 송은범 기자

4·3 공공연구조직의 필요성
영속적인 4·3 진상조사와 학술연구를 위해


4·3특별법에 의거해 2003년 확정된 4·3진상조사보고서는 대통령 사과, 국가추념일 지정, 4·3기념관 조성, 4·3평화재단 설립 등 4·3 해결의 금과옥조가 되었다. 진상조사보고서 확정 이후 4·3특별법상 진상조사 조직인 4·3진상조사기획단은 해소되었다. 현재 4·3중앙위원회가 인정하는 법적인 진상조사 조직은 존재하지 않는다.

2007년 4·3특별법 개정 이후 추가진상조사를 4·3관련재단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2012년 4·3평화재단 산하에 비상임 조직으로 제주4·3사건추가진상조사단이 구성되었지만,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진상조사와는 거리가 있었다. 향후 각종 다양한 추가진상조사의 과제를 원만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상설 조사연구조직 설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원희룡 도지사는 2015년 4월 3일 추념식 자리에서 지속적인 추가진상조사를 위해서 4·3평화재단 내 연구조직 신설을 약속한 바 있다. 재단의 연구조직은 체계적이며 안정적인 중장기 진상조사를 추진하는 중추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민간·대학의 연구조직 및 연구자들에 대한 지원과 공동 학술조사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현재 민간 연구조직으로는 1989년 설립된 (사)제주4·3연구소와 2014년 신설된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원 산하의 4·3연구센터 등이 있다.

그러나 이들 연구기관은 연구인력, 재정의 부족으로 지속적인 연구 및 후속세대 양성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향후 재단은 진상조사와 학술연구를 위한 정부의 특별 출연금을 확충함으로써, 공적인 진상조사와 민간 연구단체와의 지원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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