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자존, 한라산을 말하다/국립공원 50년, 미래 100년] (2)탐방예약제

[제주의 자존, 한라산을 말하다/국립공원 50년, 미래 100년] (2)탐방예약제
정상 쏠림 탐방문화 개선… 한라산 보호 고육책
  • 입력 : 2020. 03.24(화) 00:00
  •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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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눈꽃축제기간 시범 후 백지화
입장료 현실화·환경부담금 등 과제
코로나19로 잠정 중단… ‘노쇼’ 보완




한라산국립공원 지정 50주년을 맞아 한라산 탐방문화에 쏠린 관심은 단연 탐방예약제다. 한라산 정상까지 오르는 성판악과 관음사 코스 등산객 인원을 제한하는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는 세계유일의 4대 국제보호지역인 한라산의 적정 탐방을 유도하고 자연자원 보호와 탐방객들의 편의성과 안전성을 고려한 공공서비스 제공을 위해 2020년 2월부터 탐방예약제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성판악 1000명, 관음사 500명으로 탐방 인원을 제한한 것이다.

탐방예약제는 예기치않게 시행 12일만에 일시 중단됐다. 신종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제주경제에 큰 영향이 없다고 판단될 때까지 시범 운영을 유보한 것이다.

예상됐던 '노쇼(No-Show)' 행위도 불거졌다. 탐방 예약 후 취소 없이 한라산에 오지 않은 것이다. 시행 후 첫 주말 이틀간 성판악과 관음사 코스에서 400명이 넘는 인원이 탐방 예약한 후 나타나지 않았다. 세계유산본부는 보완대책을 마련중이다.



▶탐방예약제 어떻게 도입됐나

한라산국립공원 탐방예약제 시범운영은 2018년 11월 완료된 '세계유산지구 등 탐방객 수용방안 및 관리 계획 수립용역'에서 제시된 내용들을 반영한 것이다. 이보다 앞서 2016년 5월 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제주문화관광포럼에서 세계자연유산 보전과 비용징수 필요성을 제안하면서 검토됐다. 2017년 1월에는 '제주 자연가치 보전 관광문화 품격향상 워킹그룹'이 생태관광 예약탐방제를 권고하기에 이른다.

탐방예약제 도입은 한라산 적정 탐방객수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 당초 2018년 10월부터 탐방예약제를 도입하려 했으나 예약시스템 개발이 늦어졌다.

성판악 코스 등반객은 하루 1000명을 넘는 경우가 연간 100일이 넘는다고 한다. 성판악 코스는 봄과 가을 등 산행철에는 5·16도로 갓길 등에 탐방객들이 차를 세우는 등 주차 문제와 함께 사고 위험이 우려돼왔다. 탐방예약제로 주차난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세계유산본부는 사전 예약과 인원 제한을 통해 성판악과 관음사코스의 등반 인원을 20% 이상 줄이고 다른 코스로 분산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탐방로 출발지점 부근 갓길 주차 행위에 대해 단속도 전개된다. 보완대책으로 한라산 탐방객 환승주차장 조성도 추진중이다.



▶탐방예약제 과거와 현재

그동안 제주에서는 자연훼손, 환경오염, 코스 주변 도로 정체 문제로 입산객 제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한라산 탐방객은 2015년 125만5000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2016년 106만5000명, 2017년 100만1000명, 지난해 89만1800명 등으로 연평균 100만명 내외가 찾고 있다.

한라산 탐방객은 2003년 3월 성판악·관음사코스를 통한 정상개방이 다시 허용되고 2005년 토요 휴무제 확대, 2007년 국립공원 무료입장제 실시와 세계자연유산 등재, 2010년 사라오름 개방 등의 조치로 증가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한라산 탐방객 수는 2015년 125만5000여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정 탐방로 쏠림 현상도 심화됐다. 성판악 탐방로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탐방의 질이 떨어지고 입구 주차난과 5·16 도로변 주차대란이 반복되고 있다. 탐방로 안전문제도 끊이지 않았다.

한라산 탐방예약제 도입은 오래전부터 논의돼 왔다. 제주도는 제주자연가치 보전과 관광문화 품격을 높이기 위해 2017년부터 세계자연유산지구인 한라산 탐방로 전 코스와 성산일출봉을 대상으로 탐방예약제를 우선 실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적이 있다. 탐방객 쏠림현상이 가장 심각한 한라산 성판악코스를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예약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오다가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판단하에 전면 시행으로 방향을 틀기도 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탐방예약제 시행으로 도민사회의 이해관계인들의 명과 암이 존재하겠지만, 지금이 바로 우리 제주가 더 이상 싸구려 관광지가 아닌 진정으로 제주의 자연가치를 보전하고 관광문화의 품격을 향상시키기 위한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라산 탐방예약제는 20여년 전에도 도입된 적이 있다. 1998년초 눈꽃축제기간에 탐방객 사전 예약제가 시범 도입됐다. 예약제를 시행했던 구간은 성판악 코스. 하루 2000명까지 사전 예약을 받아 탐방을 허용했다. 하지만 문제가 터졌다. 여행사가 예약의 상당인원을 선점한 뒤 정작 모객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절반 가량을 취소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당시는 입장료를 받던 시기라 여행사가 예약을 취소하면 입장료를 환불하는 소동이 다반사였다. 결국 준비 부족 등으로 몇 개월 안가 예약제는 백지화돼 버렸다.

한라산 탐방예약제 도입은 고육책이나 다름없다. 양적 관광위주의 정책으로 인한 자연훼손, 환경오염, 도로정체 등의 사회적 비용이 유발됨에 따라 이러한 문제를 단계적으로 해소하고 질적 관광으로 전환하려는 정책의 출발 단계다. 탐방예약제는 입장료 현실화, 환경부담금 도입 등과도 얽혀 있다.

한라산 탐방예약제 시행으로 국립공원 생태계 건강성 확보, 안전사고 예방, 품격 높은 탐방문화 정착, 주차난 해소 등 한라산 현안이 해소될지 주목된다.



▶타지역 사례

탐방예약제는 국내·외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도 매우 적극적이다.

국립공원의 경우 지리산 칠선계곡(9.7㎞)과 노고단(0.5㎞), 북한산 우이령 구간(4.5㎞), 오대산 동피골 구간에 적용하고 있다. 국립수목원, 천리포수목원, 점봉산 곰배령, 대덕산 금대봉 생태경관보전지역 등에서 탐방예약제가 실시중이다.

도내에서는 세계유산지구 거문오름 등에서 예약제를 시행중이다.



>> 국립공원 제도 어떻게 탄생했나

‘자연으로 돌아가라’
미 서부 옐로스톤 최초
우리나라 22개소 지정
한라산만 지자체 관리


국립공원의 모토는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대자연으로 돌아가 건전한 정신을 회복하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 때문에 국립공원은 자연환경 보호뿐만 아니라, 국민의 레크리에이션 지역으로서, 또 국제적으로는 나라의 대표적 관광지로서의 역할을 한다. 국가는 법에 의해 국립공원을 지정하고 이를 유지·관리한다.

세계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은 미국 서부의 '옐로스톤'이다. 이 때가 1872년이다.

우리나라의 국립공원 제도는 산업화가 본격화한 시점에 도입됐다.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모델로 삼으면서도 국립공원 지정을 통해 도로의 신설이나 집단시설지구에 휴양·위락·숙박시설을 대규모로 개발해 이용자를 수용하고 그에 따른 수익금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설계됐다. 지금까지도 이같은 인식이 남아 있다.

우리나라에서 국립공원은 1967년 3월 '공원법'이 제정되고, 이 법을 근거로 하여 그 해 12월에 지리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것이 시초다. 이듬해인 1968년 경주·계룡산·한려해상, 1970년 3월 24일(건설부 고시 제28호) 한라산과 더불어 속리산·설악산·다도해해상 등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한라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면적은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을 포함해 153㎢에 이르렀다. 한라산국립공원은 제주도 면적(1849.3㎢)의 약 8.3%를 차지한다. 이로써 한라산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호를 받도록 제도화됐다. 이는 한라산을 국가의 책임아래 자연경관과 생태계 등을 보전하면서 국민들의 건강과 정서함양을 위해 지속적인 이용을 보장하고자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것이었다. 1973년에는 관리사무소가 문을 열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모두 22곳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이 중 한라산국립공원은 제주특별자치도에서 관리하고, 나머지 21곳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관리 중이다. <글=강시영 제주환경문화원장, 사진=강경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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