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피어도 늙음은 온다’는 말처럼 가을 들녘에 핀 꽃들을 더 볼 수 없기에 사람은 두 번 인생을 살 수 없다는 걸 아플 만큼 실감하는 때가 노인이라는 시간을 느끼며 꽃에 얽힌 기억과 사랑을 듬뿍 담은 칠순 수필가의 수필집이 실버세대로부터 잔잔한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제주시 내 애월읍 하귀리 마을에 사는 김가영 수필가(여, 70)는 이번에 ‘남겨두고 싶은 꽃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수필집을 발간, 지금까지 70여 년 살아오면서 내 가슴에 박힌 못, 무수히 뽑아낸 자리엔 어떤 꽃이 피었을까? 오열하며 감히 겸손하게 내가 남겨 두고 싶은 꽃 , 사랑, 그것은 놀랍게도 엉겅퀴의 보랏빛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고 말하고 모두의 손에 피어나는 꽃 , 사랑을 남겨두고 싶다고 그의 책머리에서 전했다.
그는 ‘나에게서 나이를 뺏어가지 마세요. 이것은 내가 살아오면서 손에 넣은 것입니다’라는 글귀가 생각나며 언제까지 젊고 강한 그런 것에만 연연하는 것보다 늙음을 받아드리는 쪽도 나쁘지 않으며 아무리 볼품없는 고목에도 연륜이 있으니 추억할 아름다움과 과거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쓸모가 없어진 노인은 추하고 쓸모없을 때 사회는 차가우며 그런 시대가 되어 버렸다고 말하고 애써 젊어지려고만 할 게 아니라 현명한 노인으로 젊은이들에게는 관대하고 용서하며 따뜻한 노인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 그는 부모를 회상하며 옛집 뜰에 피던 오랜 벚나무를 어머니에 비유, 앞치마에 튤립모양의 아플리케를 놓아주던 아버지를 그리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은 두 번 인생을 살 수 없다는 걸 아플 만큼 실감하는 때가 노인이라는 시기임으로 갖가지 꽃들을 보면 겸허해지게 마련이니 예술과 여행, 독서들을 통해 인생의 맛을 표현해 나갈 것을 주문했다.
그런데 이 수필집은 1부 노을이라는 제목으로부터 시작, 모두 9부에 64편의 주옥같은 수필작품을 203쪽에 달하는 지면에 소개되었다.
한편 김가영 수필가는 지난 1992년 문예사조에서 등단해 ‘남자는 아름다워야 한다는 제목의 수필 등 다수의 희곡, 드라마, 수필작품집을 남겼으며 제주문인협회장까지 역임 한 바 있는데 앞으로 제주도 내 노인사회단체, 읍․면․동 주민센터를 찾아 노인들을 대상으로 연극지도를 통해 노년기를 유익하게 보내며 진정한 삶의 질 향상에 힘쓰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