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생활할 수 있는 환경여부 고려최후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 판단도
강성진 원장
17년 전 병원 개원 초기 어느 때 즈음이었던 것 같다. 나이 드신 백발의 할머니가 낡은 백팩을 매고 진료실로 들어왔다. 그리곤 백팩 속에서 시추를 꺼내곤 예방접종을 해달라고 했다. 그렇게 그 할머니는 나의 고객이 됐고 시추 초롱이는 언제나 백팩 안에 있었다. 그렇게 10여년이 흐른 어느 날 어김없이 예방접종을 하러 내원한 할머니가(그날은 초롱이가 유모차에 실려왔다) 한숨을 쉬며 얘기하는 것이었다. "이젠 나이가 들엉 허리도 꼬부라지고 초롱이 매엉 오젠 허난 힘든게. 어떵 야이가 나보다 빨리 죽어사 될건디 걱정이라. 내가 먼저 죽으면 돌봐줄 사람도 어실건디." 할머니는 90중반이 됐고 초롱이는 이제 막 18살이 돼 있었다. "아이고 삼춘, 야이 하늘나라 보낸 후에도 더 오래오래 건강하실 거난 걱정 허지 맙서." 이렇게 대답하고는 웃으면서 보내드렸다. 그리고 1년여 즈음 시간이 흐른 것 같다. 그 할머니의 부고소식이 들려왔다(나의 병원이 자그마한 농촌마을에 위치해 있어서 이러저러한 소식이 자주 들려오곤 한다). 나는 초롱이의 거취가 궁금해 할머니의 주변으로 수소문해보니 초롱이는 이미 6개월 전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4월28일 발표한 '2019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가구는 2018년 511만 가구 대비 80만 가구가 증가한 591만 가구로, 개는 전년 507만 마리, 고양이는 128만 마리에서 각각 91만 마리, 130만 마리가 늘어나면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계속 늘어가는 1인가족의 증가와 고령화가 늘어나면서 자신의 외로움을 대체할 만한 대상으로 애완견을 쉽게 선택할 수 있는 환경과도 무관하지 않다.
더불어 이미 동물을 삶의 동반자로 인식하고 같이 공존하고자 하는 인식의 변화가 사회 전반에 깊게 자리매김하고 있음이다. 거기에다 서로 경쟁하듯 수없이 쏟아내는 각종 대중매체의 반려동물 관련 프로그램들이 이러한 현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반려견과 같이 살아간다는 것은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한 생명체로 존중하며 더불어 살아간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런 뜻에서 동물을 새로 맞이하는 행위는 '분양'이 아니라 '입양'이 맞는 표현이다.
반려견을 새로 맞이하기 위해서는 마음으로든 환경적으로든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로 같이 생활하고 있는 가족구성원들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가족 구성원 중 반려견과 생활하는 것을 원치 않는 사람이 있다면 15년 이상의 세월을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둘째로 반려견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이를테면 집은 좁은데 대형견을 입양한다면 반려인이나 반려견이 모두 쾌적하고 깔끔한 곳에서 일상을 보내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환경에 맞는 반려견의 크기, 활동성, 특징 등을 확인하고 적합한 견종을 선택해야 한다.
셋째로 어떠한 경우에도 책임을 질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반려견을 키우는 일은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게 마련이다. 그만큼 많은 사랑과 또 금전적인 부분이 필요하다.
반려견을 키우려면 한때의 작고 귀여운 모습만을 상상하며 충동구매 하듯이 입양해서는 안된다. 살아있는 생명을 책임져야 하기에 귀찮거나 때론 힘든 과정을 견뎌낼 수 있는 각오가 돼 있어야 하며 이러한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결국 유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2019년 한 해 동안 구조·보호한 유실·유기동물은 13만 5791마리이다. 이중 제주도에서만 제주동물보호센터에 들어온 유기동물은 모두 8111마리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 중 주인을 만나 입양된 경우는 13.36%인 1084마리에 불과하다.
<강성진·가람동물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