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성의 한라시론] 자녀 사교육비의 함정, ‘과잉 선행학습’의 문제

[김용성의 한라시론] 자녀 사교육비의 함정, ‘과잉 선행학습’의 문제
  • 입력 : 2020. 12.17(목) 00:00
  •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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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생 1인당 자녀 사교육비가 월평균 44만원이며 자녀가 고학년일수록 가계 소득이 많을수록 지출도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사교육으로 인해 가계가 경제적으로 어렵다'라는 가정도 46.1%나 됐다. 월 수학 학원비를 평균 30만원으로 보면 초3부터 고3까지 수학 한 과목에 드는 비용이 대략 3600만원이 드는 셈이다.

부모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도 자녀 교육비만큼은 아끼지 않는다'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하지만 자녀 사교육비는 대체로 부모 노후자금과 겹친다. 사교육비가 늘면 늘수록 부모의 노후 대비는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아이 코앞에 부모가 물고기를 계속 갖다 주는 게 나은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이가 물고기를 스스로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나은지 부모는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 사교육비는 '생산적으로' 궁극적으로 '효과 있게' 집행될 필요가 있다.

아이들이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많이 하게 되는데, 선행학습은 아이에게 필요하고 아이가 원한다면 할 수 있다고 본다. 선행학습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어설픈' 선행학습이나 '과잉' 선행학습이 아이의 학습을 망치게 하진 않는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빨리, 먼저, 많이' 배우는 선행학습은 사실 아이가 원한다기보다 부모 욕심일 가능성이 크다. '자기 애만 뒤처질지 모른다'라는 불안감이 기저에 있다.

문제는 아이가 얼마나 자기 것으로 소화하며 넘어가느냐에 있다. 선행학습이 '속도'와 '과잉 학습량'에 연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려운 과제가 많다 보니, 아이는 ‘수동적인 학습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학원 과제가 끝나면 더는 쳐다보지 않고 게임에 몰두하는 아이가 있다면, 과연 애만 탓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과잉 선행학습은 '학습자 특성과 속도에 맞는 학습'과 '깊이 있는 학습'을 놓친다는 면에서 문제가 있다. 속도감 있는 양적인 학습보다 사실 '깊이 있는 학습'이 아이에겐 더 필요하다. 논리적 사고와 창의적인 응용력은 '깊이 있는' 학습을 토대로 하며, '수학의 맛'을 아는 학생은 수학을 '깊이 있게' 즐길 줄 아는 아이다. 1년 이후에 배울 내용을 미리 학습한다고, 어려운 특정 교재로 학습한다고 수학 실력이 있다는 말은 사실 성립하지 않는다. 심리적으로 뿌듯하고 위안을 줄 뿐이다.

선행학습을 하더라도 한 학기 이내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 수학처럼 장기간 해야 하는 과목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실제 아이가 '자기 속도'에 맞게, 느리더라도 알아가는 기쁨을 느끼며 학습하게 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 공부할 줄 알면, '깊이 있는' 학습을 더 쉽게 해 나갈 수가 있다. 수학 학습은 결과적으로 내신 평가와 수능 시험을 잘 보면 된다. 선행학습 과정에서 아이가 수학에 질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구멍(학습적인 결함)을 놔두고 계속 물 붓기만 한다면 그 성과는 단기적일 뿐이다. 느리더라도 '구멍'을 메꾸며 '자기 속도'에 맞게 물을 채워나가는 게 궁극적으로 더 이득이다. 구멍 있는 채로 선행학습을 하진 않는지 돌아볼 일이다. <김용성 시인.번역가.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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