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포커스] 제주 중앙차로 확대 정부 심사 통과하고도 불투명

[한라포커스] 제주 중앙차로 확대 정부 심사 통과하고도 불투명
[한라포커스] 오도가도 못한 버스 중앙차로 확대 계획
행안부 조건부 승인 "국토부 국비 지원 허락 받아야"
국토부 "제주, 대도시권 아니어서 우선 지원 불가능"
  • 입력 : 2021. 08.26(목) 22:34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27일 버스가 제주시청 인근에 조성된 버스 중앙차로를 따라 운행하고 있다. 강희만 기자

버스 전용차로 여러 종류 중 하나인 중앙차로를 확대하려는 제주도의 계획이 정부의 지방재정 투자심사를 통과했다. 그러나 제주도는 웃을 수 없는 처지다. 정부는 사업 타당성을 인정하면서도 제주도가 그동안 풀지 못한 국비 확보 숙제를 스스로 해결하라며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공 떠넘긴 행안부=26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지난 20일 열린 제3차 지방재정 중앙투자사업 심사(이하 투자 심사)에서 제주도의 '대중교통 우선차로제 2단계 사업'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이 사업은 월산마을~국립제주박물관 9㎞ 구간에 있는 지금의 가로변차로를 중앙 버스전용차로로 전환하고, 아라초등학교~달무교차로 1.6㎞ 구간에 새롭게 중앙 버스전용차로를 조성하는 것이다. 총 사업비는 336억원으로, 제주도는 이중 절반 이상인 177억원을 국가가 지원하길 희망하고 있다.

가로변차로도 버스 전용차로 종류 가운데 하나다. 차로 맨 바깥쪽에 조성되며 청색 실선과 청색 점선으로 그려져, 흰색의 일반 차로와 구분된다. 실선 구간에선 일반 차량 진입이 금지되고 점선 구간에선 우회전한다는 조건 아래 일반 차량 진입이 허용된다. 반면 1차로에 조성된 버스 중앙차로에선 일반 차량 진입 자체가 원천 금지된다.

또 중앙차로는 24시간 운영되지만 가로변차로는 출퇴근 시간에만 한시적으로 가동된다. 제주도는 이런 이유로 가로변차로가 중앙차로에 비해 효과가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또 가로변차로를 불법 통행하다 단속 카메라가 보이면 급하게 일반 차로로 끼어드는 얌체 운전도 종종 있어 사고 위험도 있다.

가로변차로를 중앙차로로 바꾸는 2단계 사업은 지난 2017년 처음 발표됐다. 그러나 4년이 지난 현재까지 공사는 시작도 못했다. 교통 정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국비 지원을 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안부의 투자 심사를 통과하도고 제주도가 웃을 수 없는 이유는 이런 국토부의 입장과 무관하지 않다. 행안부는 이번 사업을 승인하면서 '국토부가 국비 지원을 허락해야 한다'는 취지의 조건을 내걸었다. 재정부담이 300억원 이상인 사업은 투자 심사를 받아야한다는 규정에 따라 행안부는 심사 절차만 이행했을 뿐 여전히 문제 해결의 열쇠는 국토부가 쥐고 있다.

▶국토부는 왜 국비 지원 반대하나=제주도는 '대중교통 우선차로제 2단계 사업'에 정부가 국비를 지원해야 할 근거로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내세우고 있다. 이 법 제12조에는 '대중교통수단의 우선 통행을 위한 조치에 필요한 소요 자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국가가 보조하거나 융자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국토부는 지자체의 버스 전용차로 조성 예산을 국가가 부담한 전례가 없을 뿐더러, 제주도는 법에 규정된 대도시권도 아니어서 국비를 지원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교통 시설에 관한 국가 우선 지원 대상 등을 규정한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는 지원 대상인 대도시권을 수도권과 부산·울산권, 대구권, 광주권, 대전권 등 5대 권역으로 한정하고 있다.

제주도가 대도시권에 포함돼 국비를 우선 지원 받으려면 이 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우리나라 대도시권 기준 자체가 흔들리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낮다.

도 관계자는 "현재로선 국비를 지원 받으려면 국토부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여러 난제에 얽혀 있지만 지속적으로 국토부를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토부가 최종적으로 국비 지원을 거절하면 전액 지방비로 사업을 실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워낙 투입되는 재정이 많기 때문에 그건 그 때가서 고려해볼 문제"라며 "지금 단계로선 국토부 설득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제주도는 지난 2017년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하며 버스 중앙차로와 가로변차로를 처음 도입했다. 이중 버스 중앙차로는 제주공항 0.8㎞ 구간과 제주시 광양사거리~아라초등학교 2.7㎞구간에서 운영되고 있다. .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6205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