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결과 한라산서 생성된 찬 공기2시간이면 하천 통해 도심까지 도달미세먼지·열섬현상 완화 효과 기대양 행정시 내년까지 200억 투입·조성도로·하천·도시숲 유기적 연결 과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기도 한 한라산은 생태·화산지질학적 가치뿐만 아니라 화산섬 제주도에 눈에 보이지 않는 혜택을 안겨준다. 그 중의 하나는 한라산의 광활한 숲지대에서 만들어진 찬 공기를 도심으로 보내는 최대 생성숲이라는 사실이다.
제주도의 중앙에 위치한 해발 1950m의 한라산은 맑고 차가운 공기의 원천이다. 한라산은 고층건물과 콘크리트로 덮인 제주시 도심에 찬 공기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한라산에서 생성된 찬 공기는 역시 한라산 고지대에서부터 발원한 하천을 통해 2시간이면 제주시 도심지로 이동해 뜨거운 도심을 식혀준다. 산지천, 한천, 병문천과 같은 도심을 관통하는 하천들이 찬 공기의 통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는 제주시 바람길숲 용역 수행과정에서 진행한 시뮬레이션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남쪽에 위치한 한라산 지역에서 북쪽의 제주시 도심지로 내려오는 찬 공기는 시뮬레이션을 시작한 후 2시간이 경과하면서 도심지까지 이동했다. 찬 공기 통로는 주로 한라산에서 도심지로 흘러내려오는 하천을 따라 형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제주시 도시바람길숲 기본계획 보고서) 하천을 통로로 해서 도심으로 유입된 한라산의 찬 공기는 미세먼지와 폭염, 열섬현상을 낮추는 천연 에어컨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그렇지만 개발로 인해 신선한 공기를 만들어내는 녹색공간과 도심은 단절돼 있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도시숲을 조성하고 있지만 연계성이 부족하다. 그렇다보니 한라산과 오름 등 녹색지대에서 만들어진 신선한 공기가 도심 내부로 이동, 열섬현상을 완화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외곽 산림과 도심지 도시숲과의 유기적 연결을 확대해 나가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도시바람길숲은 미세먼지나 도시열섬현상 등을 조기에 분산·저감하기 위해 도시 외곽의 찬바람을 끌어들여 대기정체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형 도시숲을 말한다. 가로숲, 거점녹지, 연결숲으로 녹지축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제주에서도 올해부터 도시바람길숲이 처음으로 조성되기 시작했다. 미세먼지와 폭염, 열섬현상 등에 대비 한라산의 찬 공기를 도심으로 끌어들이자는 의도다.
제주시는 올해 6월부터 2022년까지 총 100억원(국비 50억원, 도비 50억원)을 투입해 맑고 차가운 공기가 도심으로 흐를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도시바람길숲' 조성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서귀포시도 올해부터 내년까지 도시바람길 숲을 조성한다. 총 100억원을 투입, 올해 1단계 사업을 마무리하고 내년 2단계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도시바람길숲은 찬 공기가 잘 유입될 수 있도록 기존 가로수가 조성된 도로와 하천, 오름을 유기적으로 연계가 가능하도록 조성하는 것이 과제다. 도심을 관통하는 하천에는 다양한 생태적 특성 등을 고려한 숲을 조성 바람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 거기에다 벽면녹화 등 다양한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조성에 앞서 어떤 나무를 심을지도 고민해야 한다.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과 열섬현상을 완화, 소음 차단 등의 효과가 있고 계절별 경관 등을 고려해서 수종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가로숲의 경우는 1열, 단층, 독립형보다는 다열, 복층, 연결형 구조의 가로숲으로 식재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도시숲의 다양한 기능과 효과를 고려하여 수종을 선택하고 배치하는 등 계획수립과 설계단계에서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단지 나무만 식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정표와 쉼터, 조형물 등을 설치하는 등 도심속 힐링공간이자 휴식공간, 명소로 만들어야 한다. 제주 하천의 지질·경관적 특성을 살리면서 생활권내 삶의 질을 높이고 걷기 좋은 도심 환경 제공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윤형기자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도시숲 조성
한정우 제주시 공원녹지과장
올해 6월 '도시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나날이 중요성이 커지는 도시숲의 체계적인 조성과 생태적인 관리의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도시숲법 제2조로 정해진 '도시에서 국민의 보건·휴양 증진 및 정서 함양과 체험활동 등을 위하여 조성·관리하는 산림 및 수목'이라는 도시숲의 정의는 우리가 도시숲을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를 함축해서 보여주고 있다. 도시숲은 도시민의 건강과 쉼, 삶의 질 개선을 위한 것이다.
도시숲의 환경적, 경제적, 사회적 효과를 구호나 자료가 아니라 시민이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500만 그루 나무심기 뿐만 아니라, 새로운 유형의 도시숲 도입 등 다양하고 적극적인 시도를 멈추지 않아야 할 것이다.
제주시가 집중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유형의 도시숲이다. 2019년 산림청 공모에 선정된 도시바람길숲은 올해 연말까지 1차년도 사업이 완성된다. 도시바람길숲은 한라산과 오름에서 밤 사이 만들어진 차가운 공기가 도심으로 흐를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것으로, 1100로, 월랑로, 삼화근린공원 등에 녹나무, 박태기나무 등 미세먼지 저감효과가 큰 나무 38종 11만 그루를 심어 미세먼지를 흡착하고 정체된 대기의 순환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고마로, 연신로 등 워싱턴야자의 수종갱신도 포함됐다.
내년에는 또 다른 새로운 유형의 숲 조성을 준비하고 있다. 미세먼지 발생원 주변에 조성하는 미세먼지차단숲, 그리고 도서관 등 다중이용시설에 조성해 실내공기질을 개선하는 생활밀착형 실내정원이 그것이다.
연동로터리에서부터 정실 입구까지 신대로에는 '녹색쌈지숲' 조성을 올해 완료했다. 수목 전염병으로 고사한 담팔수를 대신하는 건강한 후박나무와 꽃치자 등 9000그루를 새로 심고 도보 이동이 많은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여 앉음벽 식수대를 만들었다.
'학교숲'과 '복지시설 나눔숲'을 조성해 산림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 또한 중요한 목표이다. 올해는 김녕중학교와 어도초등학교, 제주케어하우스에 조성 완료됐다.
제주시는 깨끗한 공기와 아름다운 도시숲을 모든 시민이 누릴 수 있도록 변화하는 환경에 발맞추어 적극적인 도시숲 행정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