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병의 목요담론] 호랑가시나무의 기운과 효험을 희망하며

[김완병의 목요담론] 호랑가시나무의 기운과 효험을 희망하며
  • 입력 : 2021. 12.30(목) 00:00
  •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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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매출 상품 중에 담배가 상당 부분 차지한다. 근데 맘껏 피우지 못한다. 호랑이가 담배 먹던 시절이 마냥 그립다. 무슨 죄인이나 된 것처럼, 흡연자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혹자는 건강에도 안 좋은 걸 왜 피우냐고 핀잔을 주지만, 정작 나라에서 담배를 팔고 있지 않은가. 일반 상품보다 비싼 줄 알면서도 담배부터 챙겨야 하는 심정이 오죽할까.

요즘이 그렇다. 세 번째 코로나 겨울을 맞이하는 시민들의 가슴 속이 팍팍하다. 매번 발표되는 코로나 방역지침에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너나 할 것 없이 호랑이 가면을 쓰고 오징어게임에 매몰된 지 오래다. 집, 학교, 직장, 버스, 식당, 신문에선 연일 일촉즉발이다. 무조건 살아남으려고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다. 마치 호랑이가 매섭게 달려들어 가축과 사람을 해치는데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꼴이다. 매일 발표되는 확진자수는 좀처럼 내려가질 않으니, 착한 사람이 누구인지 나쁜 사람이 누구인지 분간할 수 없다.

뾰족한 방법이 없을까. 모두가 바짝 긴장하며, 사회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방역수칙을 나 혼자 잘 지켰다고 해서 안심해선 큰일이다. 나 혼자쯤이야 하는 방심도 금물이다. 호랑이 눈처럼 부릅뜨고 살펴야 한다. 이 난국에 호랑이굴에 들어가서 고군분투하고 살신성인하시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안일함이 몸에 배서는 안 된다. 언제든 호랑이한테 물릴 수 있고, 호랑가시나무에 찔릴 수 있다.

호랑이 발톱만큼이나 날카로운 가시를 달고 있는 나무가 호랑가시나무이다. 호랑가시나무는 2~3m 정도 자라는 상록수이며, 열매는 10~12월에 열린다. 제주에는 한경면 일대의 농경지나 오름에 자생하며, 집 울타리 조경수로 인기가 높다. 특히 빨간 열매가 '사랑의 열매'를 연상할 정도여서, 호랑가시나무를 성탄절 트리로 이용한다. 잎은 두텁고 윤기가 나며, 잎의 각점에 가시가 나 있다. 이 가시가 워낙 날카로워서 호랑이 발톱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호랑가시나무의 꽃말은 가정의 행복과 평화를 의미하며, 나라마다 전해지는 소원 이야기가 있다. 유럽에서는 악마들이 무서워하는 호랑가시나무를 집 주변이나 외양간에 걸어두며, 영국에서는 호랑가시나무 지팡이를 만들어 짚고 다니면 행운을 가져온다고 믿었다. 한국, 일본, 중국에서는 호랑가시나무 가지에 정어리 머리를 꿰매어 처마 밑에 매달아 놓게 되면, 호랑이 발톱 닮은 가시는 귀신의 눈을 찌르고 정어리의 눈은 귀신을 노리기 때문에 악귀가 얼씬거리지 못한다고 전해진다.

호랑이나 호랑가시나무는 화재, 도난, 잡귀 등의 재난을 몰아내는 수호적 기능이 강한 만큼, 다가오는 호랑이해에 거는 기대가 간절하다. 호랑이와 호랑가시나무가 힘을 합치면 어떨까.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처럼 어른도 아이도, 흡연자도 비흡연자도, 자영업자도 관광객도 마음껏 숨 쉴 수 있기를 간절히 빌며, 호랑가시나무의 기운을 기대해본다.

<김완병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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